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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오마이뉴스>는 약 한 달에 걸쳐 '헌법 위의 이마트' 연속 기획을 보도했다.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직원 불법사찰·노조활동 방해 실태 등이 드러나면서 임직원 5명 검찰 기소, 노사 단체교섭 시작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마트는 헌법 테두리 안으로 돌아왔을까. <오마이뉴스>는 '헌법 위의 이마트' 보도 1년을 맞아 현재 이마트의 노동 실태를 재점검해봤다. [편집자말]
최근 정부의 '좋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에 흠집을 내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바로 대한민국 1등 할인점 이마트.

이마트 사측은 최근 55세 이상 촉탁직(주40시간)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주 25시간 시간제 일자리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전환하지 않을 거면 퇴사하라는 등의 벼랑 끝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마트 사례로 볼 때 정부의 '좋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결국 의도와는 달리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 4월 1일, 이마트는 매장의 진열 판매 업무를 하던 도급사 직원 1만2000여 명을 이마트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물론 대대적 홍보도 잊지 않았다. 당시 많은 언론들은 이마트의 행보에 찬사를 보냈고 정당과 시민단체들도 이마트에 박수를 쳐주었다. 이마트의 이 조치는 유통업계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개편한 모범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정규직 전환' 꺼내들었던 이마트, 하지만 실상은...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해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서 지난해 2월 7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조사팀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신세계그룹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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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국 150여 개 점포 중 23개 점포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도급사 직원 1978명의 업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이마트 측이 당시 도급사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단행한 이유는, 특별근로감독이 타 점포까지 확대될 경우 어마어마한 과징금이 부과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직 전환은 한 마디로 꼼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마트 사측은 한 달 급여 110여만 원(세금 제하기 전), 타 직군으로의 승급이나 전환도 되지 않는 '전문직2'라는 직군에 도급사 직원들을 몰아넣었다. 정규직은 말뿐이고, 이름만 도급사 직원에서 이마트 단순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규직 전환 당시 이마트의 정년은 만 55세였는데, '촉탁직'이라는 또 하나의 직제를 만들어 만 55세가 넘은 도급 사원들(도급사의 경우, 대부분 정년이 없었다)을 모아 전환을 실시했다. 촉탁직 전환 당시 나이로 인해 해고될까 불안해하던 해당 사원들에겐 '본인이 원할 경우 1년 후 재계약해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2013년 6월 말에는 정규직 전환시점(4월 1일)의 촉탁직 사원 외에 전문직2로 전환됐던 기존 도급사 직원 중 만 55세가 돼가는 직원들의 퇴임식을 각 점포별로 성대하게 진행하며 '그들도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사내에 홍보했다.

그러나 6개월 만인 2013년 12월 말, 이마트는 이들 촉탁직 사원들에게 '기존 도급사와의 계약이 2014년 3월 10일까지였으니, 고용승계 의무는 3월 10일까지다, 계속 근무를 희망한다면 주 25시간 근무 파트타이머로 전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일방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로의 전환을 강요한 것이다.

월 급여 70만 원짜리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

주 40시간을 근무해 월 100만 원 안팎의 급여를 받아왔던 사원들에게 주 25시간을 근무하라고 하는 것은 실제 30% 이상의 급여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회사의 약속만 믿고 일한 사원들을 나쁜 시간제 일자리와 퇴사의 벼랑 끝 선택으로 내모는 것이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진행 중인 단체교섭 안에서 정년 60세 조기도입을 요구해 왔다. 또 필요하다면 임금피크제의 도입도 가능하다는 제안을 계속 했다. 그러나 회사의 답변은 '촉탁직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정년 60세 조기 도입이 왜 필요한가?'였던 걸 똑똑히 기억한다. 또한 파트타이머 전환 강요에 대한 제보를 받고 실무협의 중 내용확인을 요구했을 때 회사는 단호하게 '노조에 확인,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좋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침'을 내놓자, 이마트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경력단절 주부 등에게 양질의 새로운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했다. 그러나 두 얼굴의 이마트 사측은 촉탁직 사원들과 이마트 사원들과 약속했던 '재계약'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월 급여 70여만 원의 '나쁜 시간제 일자리'로의 전환을 강요하며 이를 '좋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포장했다.

16일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마트 사측은 "지난해 정년이 넘은 55살 이상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간제로 고용했고, 그동안 정년퇴직을 맞는 직원에게도 같은 일자리를 제공했다"며 "이분들의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다시 제안드린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 일방적 시간제 일자리 전환과 관련해서는 노조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대부분의 촉탁직 사원들은 저임금에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마트에서 일해온 장기근속 사원들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1등 할인점 이마트의 성장을 함께 일궈 온 이들이다. 대한민국 1등 할인점 이마트가 그 이름에 걸맞게 사원들을 소모품이 아닌 진정한 가족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이마트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입니다.



태그:#이마트, #촉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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