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9월 2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와 한국 정부의 부당한 인권침해 사실 알리는 진정서한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9월 2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와 한국 정부의 부당한 인권침해 사실 알리는 진정서한을 유엔인권이사회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자연유산 위험도가 비경제활동 여성에 비해 최대 1.8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경이상이 발생할 위험도 역시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 노동자들이 최대 1.4배나 많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의 백혈병과 난치병 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여성의 생식보건 문제가 처음 통계로 확인된 결과라 주목 된다.

13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와 함께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제출받은 '진료비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와 건강보험 피부양자(비경제활동 여성 전체)의 병원 진료 횟수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가 자연유산과 월경이상으로 훨씬 더 자주 병원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유산 위험도 최대 '1.8배'... 월경이상 위험도 최대 '1.4배'

우선 5년 동안 자연유산을 경험한 반도체산업 종사 20대 여성노동자는 전체 14만8247명 가운데 331명으로, 유병률(전체 표본 대비 발병 건수) 0.22%로 조사됐다. 30대 여성은 4만5865명 가운데 157명이 자연유산을 경험해 유병률 0.36%를 기록했다.

이는 20대 비경제활동여성(건강보험 피부양자)의 유병률 0.14%, 30대 유병률 0.23%보다 높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건강연구소 측은 반도체 종사 20대 여성노동자의 자연유산 위험도가 평균 1.56배(최소1.4배~최대1.7배), 30대의 경우는 평균 1.58배(최소1.3배~최대1.8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는 월경이상으로 치료를 받은 횟수도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가 많았다. 20대의 경우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의 유병율이 8.66%로 비경제활동 여성의 5.75%보다 높았다. 30대에서도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의 유병률이 5.39%, 비경제활동 여성이 4.32%로 나타났다. 발병 위험도로 예측한 결과 20대의 경우는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가 1.5배, 30대는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경제활동 여성들과 비교해도 비슷하다.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와 건강보험 가입 여성을 비교한 결과 자연유산 위험도는 20대에서 평균 1.3배, 30대에서 1.6배로 나타났다. 월경이상의 위험도 역시 20대, 30대 모두 반도체 종사 여성노동자가 1.3배 높았다. 직업군을 비교적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는 은행업 종사 여성으로 한정하더라도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가 자연유산 위험도에서 1.3배, 월경이상 위험도에서 1.4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와 건강보험 피부양자(비경제활동 여성), 건강보험가입자(경제활동 여성), 은행업 종사 여성노동자의 자연유산과 월경이상 발생(유병률) 비교표.
 반도체산업 종사 여성노동자와 건강보험 피부양자(비경제활동 여성), 건강보험가입자(경제활동 여성), 은행업 종사 여성노동자의 자연유산과 월경이상 발생(유병률) 비교표.
ⓒ 고정미

관련사진보기


"생식독성 물질 사용 사업장 실태조사 해야"

그동안 반도체산업이나 병원 등 장시간노동과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 유산, 월경 이상, 불임 등 생식 건강에 장해가 빈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고 재해와 달리 즉각적으로 생명에 위협이 되는 문제가 아니고, 여성들이 이런 문제의 노출을 꺼려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실태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다. 생식 독성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강위험요인으로, 태아의 기형이나 암 발생 등 다음 세대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원인과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대만에서 이뤄진 사례 연구에서 수정 시기 3개월 전에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작업장에서 일했던 남성 노동자의 자녀가 선천성 기형으로 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3배 이상 높았다. 또한 수정 전후 기간에 그러한 작업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 자녀에게서 암, 특히 백혈병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배~3배 높게 나타났다.

은수미 의원은 "이번 결과는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사람들만 포함된 결과로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은 빠져 있기 때문에 과소 진단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고용노동부는 생식독성 물질들이 작업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원인물질은 우선 금지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의원은 오는 14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불임과 유방암 피해를 입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박민숙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반도체 사업장의 생식독성을 지닌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태그:#반도체, #자연유산, #삼성반도체, #월경, #은수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