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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의 묘소가 안장된 곳이라는 이유로 국립묘지화 추진이 정당한가. 공원 내 애국선열들의 묘소를 이장하고 효창공원은 공원의 기능을 지속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새누리당 소속 이미재 용산구 구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차라리 애국선열의 묘소를 옮기라는 것이다.

지난 7월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가묘와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및 임시정부요인인 이동녕·차리석·조성환 등 애국선열들이 안장되어 있다. 그러나 효창공원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국립묘지화 반대측 "애국선열들 책 속 인물로 전락"

백범 김구 선생님.
 백범 김구 선생님.
ⓒ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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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 용산구 구의원들이 주축이 돼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법안 발의 직후 새누리당 소속 이미재·김정재 용산구 구의원 등은 효창공원 앞에 '국립묘지 결사반대, 서울 한복판에 국립묘지 웬 말이냐?'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반대 서명에 돌입했다.

김정재 구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효창공원을 국립묘지화 하게 되면 주민의 공원이용 시간에 제약을 받게 된다"며 "지금 있는 그대로 공원을 활용했으면 해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재 구의원은 지난 8월 김광진 의원에게 '효창공원 국립묘지 입법추진화에 따른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입장서를 통해 "효창공원이 국립묘지가 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모되면 애국선열은 책 속의 인물들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창 '공원' 명칭 변경에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며 "효창공원이 사적으로 지정돼 있어 공원 주변 재산권 행사 및 지역개발에 제한이 있는데 국립묘지화를 추진하면 서울 시민 전체의 공분을 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애국선열들의 묘소가 전 국민의 공감을 얻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현재 공원 내에 있는 애국 선열들의 묘소 이장을 통해 입법취지에 맞게 애국선열에 대한 예우를 하고 효창공원은 주민쉼터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 '빠삐용'은 이 의원 블로그 댓글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없게 주택가 한복판에 묘지를 만들자고 하질않나..너무들 한다"며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국립묘지는 말 그대로 그냥 묘지다, 우리나라 정서상 무덤은 그다지 좋진 않다"며 반대 뜻에 동조했다. 누리꾼 '효진맘' 역시 "땅 값 떨어지는 게 아주 무섭다"며 "그러니 국립묘지가 되지 않게 막아달라, 애국자보다 주민을 위한 것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효창공원 내에 '효창원 국립묘지화'를 반대하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효창공원 내에 '효창원 국립묘지화'를 반대하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 김광진 의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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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화 찬성 측 "애국선열을 모시는 곳인데 국가가 관리해야"

이 같은 반대 논리에 대해, 김광진 의원실 고상만 보좌관은 "효창공원을 국립묘지화해서 이용시간에 제약이 생긴다면, 묘 주변 출입만 제한해 공원 이용에는 변화가 없게 하는 등 법안 추진 과정에서 절충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며 "그런데도 '집값이 떨어질 것','공원 이용을 못하게 된다'는 등 합당하지 않은 주장으로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제가 문효세자의 무덤을 옮긴 것에 대해 김구 선생이 민족 정기를 다시 세운다는 의미에서 효창원에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를 이장하고 안중근 의사의 가묘도 세운 것"이라며 "그런 김구 선생의 뜻을 받들어 선생이 돌아가신 후 유족들이 효창원에 묘를 마련한 것인데 마치 묘가 혐오시설인 것처럼 반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효창원을 국립묘소로 지정하는 것은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들을 국가가 예를 다하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국립묘지화는) 애국선열들의 정신을 계승·유지하며 민족정기를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 서명에 맞서 온라인 상의 찬성 서명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효창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난 10일 다음 아고라 국립묘지화 서명을 청원하며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어서 효창원으로 불렸던 이곳은 1920년 일제가 공원으로 만들어 '효창공원'이 됐다"며 "공원이 되다 보니 해가 지면 몰지각한 이들의 고성방가와 음주, 흡연 등으로 독립운동가들의 혼이 편히 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앞뒤를 자세히 모르는 이들은 법이 통과되면 '공동묘지'가 되고 산책도 마음대로 못하며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이유로 반대 운동을 한다는데 이제 애국선열들이 효창원에서 편히 잠들게 하자"고 주장했다.

효창원의 국립묘지화 찬성 서명에는 현재 400여명의 누리꾼들이 서명을 남긴 상태다.

찬성 서명에 함께한 누리꾼 '오병두'는 "애국지사의 선열이 모셔있는 효창원의 국립묘지 추진을 적극 찬성합니다"라고, 또 다른 누리꾼 'yesibk'는 "애국지사 선열이 계시는 곳이면 당연히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 되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미재 의원 블로그에도 국립묘지화를 찬성하는 이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누리꾼 '최영진'은 "국립묘지가 무슨 쓰레기장같은 혐오시설이냐"고 문제제기 했고, 누리꾼 '강혁준' 역시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장소인데 그저 공동묘지로만 보는 거냐, 너무 세속적으로 나가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태그:#효창공원, #국립묘지, #김구 선생, #김광진,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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