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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이마트 구로점 건물 옥상에 설치된 간판.
 신세계그룹 이마트 구로점 건물 옥상에 설치된 간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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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85억 원이나 손실을 입은 것인데, 어떤 피해구제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소액주주운동으로 잘 알려진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교수)가 신세계 그룹에 단단히 화가 났다. 국내 대표적인 유통그룹인 신세계가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수 십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등을 물게 됐지만, 회사 차원의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이들 회사를 상대로 해당 임원 등의 징계뿐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까지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이처럼 뿔이 난 사연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주)신세계를 비롯해 (주)이마트, (주)에브리데이리테일 등 3개 회사에 모두 40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이유는 이들이 계열사인 (주)신세계 에스브이엔(SVN)과 (주)조선호텔에 판매수수료를 싸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62억 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것이었다.

신세계 SVN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지분 40%를 가지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주로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제과사업을 펼치다가 2011년께 사업이 크게 위축되는 등 위기를 맞게됐다.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은 곧장 그룹차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결국 2011년 신세계 SVN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54.1%나 증가했다.

신세계 오너 빵집에 일감 몰아주기... 공정위와 검찰, 정용진은 빼고 고발

하지만 재벌빵집 등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고, 계열사 부당행위 등이 드러나게 됐다. 신세계쪽에서도 뒤늦게 정유경 부사장이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SVN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사업에서 손을 뗐다. 경제개혁연대쪽은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는 일감몰아주기 관행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공정거래법 위반 뿐 아니라 형사책임도 물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이외 형사고발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23일 계열사 부당지원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정용진 부회장 등 (주)신세계와 (주)이마트 임원 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도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올해 2월엔 정용진 부회장을 직접 불렀고, 정유경 부사장을 상대로 서면조사 등도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역시 더이상 나가질 못했다. 검찰은 지난 5월말께 공정위에 허인철 (주)이마트 대표이사 등 3명의 임원을 특경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도록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쪽에서 당초 고발한 정용진 부회장과 최병렬 전 (주)이마트 대표이사 등은 빠져 있었다. 결국 지난달 10일 검찰은 이들 3명만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회사에 수십억 피해 입히고도 경영일선에서 버젓이 일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해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4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하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정 부회장에게 검찰이 구형한 벌금 700만원보다 높은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해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지난 4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하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정 부회장에게 검찰이 구형한 벌금 700만원보다 높은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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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몸통은 그대로 놔둔 채 깃털만 처벌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검찰로부터 기소까지 당한 임원들은 여전히 회사를 대표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 기소로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제재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간사는 "이들 임원들은 회사 이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게다가 회사차원의 징계조치도 없었고, 부당지원에 대한 별다른 회복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검찰 기소에 따라 형사재판에 나와야 한다"면서 "경영진으로서 원활한 업무수행을 하기가 어려움에도 여전히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주)신세계와 (주)이마트 그리고 (주)신세계푸드 쪽에 공문을 띄웠다. 공문에는 회사에 수 십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임원들의 징계 요구와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과연 이들 회사들은 경제개혁연대의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그동안 다른 재벌들의 행태를 감안하면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태그:#정용진, #신세계,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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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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