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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갑을 관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슈퍼갑'이란 단어 역시 자주 회자되고 있다. 흔히 국회의원을 '갑 중의 갑'이라고 부르지만, 국회 출석 요구를 툭하면 무시하는 대기업 총수야말로 갑 중의 갑, 슈퍼갑임이 분명하다. 최근 이와 같은 사실에 부합하는 이가 바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국회는 물론 노동청도, 공정위도, 검찰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슈퍼갑 정용진,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갑옷'의 면면을 세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부산에 '신세계'가 새로 열린다. 이달 말 신세계사이먼이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을 크게 연다. 게다가 최근 신세계 그룹은 하반기 1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개발 계획을 함께 밝혔다. 특히 부산 사람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센텀시티 백화점과 프리미엄 아울렛의 현지 법인화 요구를 피해가려는 꼼수란 것이다. 이들이 모두 서울법인이란 것. 때문에 부산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근본적인 지역 기여를 위해 투자 약속을 이행하고 현지 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일보>의 최근 사설 제목 또한 이와 같은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신세계, 꼼수 버리고 정도로 나서라"

이 사설에서 <부산일보>는 "본사가 서울에 있는 탓에 이들 업체가 부산에 지방세로 낸 돈은 고작 324억 원, (매출액의) 1%에도 못 미쳤다"면서 "프리미엄 아울렛의 서울 법인화 내막은 부산 사람들에게 거의 기만에 가까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산' 이름을 넣은 가법인으로 사실상 부산 사람들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면피용 꼼수 논란

국회 국정감사·청문회 불출석 건으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청문회 불출석 건으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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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꼼수'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지난 3월에는 '황태자'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를 사퇴한 것을 놓고 면피용 꼼수 논란이 있었다. 신세계SVN 부당 지원 문제로 검찰과 공정위가, E마트 직원 사찰 문제로 고용노동부가 신세계를 한참 들들 볶을 때였다.

자연스럽게 일각에서 "검찰 소환, 국회 고발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주장이 대두됐다. 기업이 법률적 판단을 받을 경우 1차적 책임이 등기이사에게 돌아가는 만큼 "오너로서 권한을 누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칼바람을 피해 숨었나"는 비아냥까지 튀어나왔다.

신세계 측은 예전부터 계획된 조치라고 밝히면서 선을 그었다. "2011년 기업 인적 분할 당시부터 준비해온 것"이며 "그룹 신성장 동력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셈이었겠지만, 정 부회장의 사법 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당시 분위기가 심각했으니 피할 수 없는 논란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꼼수' 논란도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시 국회로 하여금 '정용진 법' 도입까지 검토하게 만들었던 2011년 '벤츠 승합차 전용차로 출퇴근 사건'이다.

벤츠 승합차 전용차로 출퇴근 '꼼수' 사건

2011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용차로 이용 논란 당시 MBC 보도화면
 2011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용차로 이용 논란 당시 MBC 보도화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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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연합뉴스>는 "정 부회장이 성남시 판교로 집을 옮기면서 20인승 벤츠 미니버스를 타고 아침에 출근하고 있다"면서 "수억원 대에 달하는 벤츠 미니버스를 구입한 이유는 출근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로교통법상 12인승 초과 승합차는 탑승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었다. 당시 신세계 측도 이 점을 강조했다. 당시 정 부회장 측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20인승이지만 살 때 개조해서 구입해 13인승으로 등록한 경우"라며 "등록 자체가 13인승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트위터 상에서는 "상류층의 꼼수"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조만간 재벌들 사이에 버스 타고 다니기가 유행할 듯"이라거나 "전용차선도 시민이 감시해야 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튀어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 윤리 경영 의지 및 사회적 책임 의식을 망각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으며,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지목됐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정도'를 탔다면 불거지지 않을 논란이었음에는 분명했다.

'황태자' 병역면제로 잉태된 스타벅스 코리아?

2009년 스타벅스 300호점(안국) 개점 행사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09년 스타벅스 300호점(안국) 개점 행사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스타벅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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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의 병역 면제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꼼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1학년(1987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1990년 면제(제2국민역) 판정을 받는다. 면제 사유는 과체중이었다.

그런데 2008년 한 언론사 보도를 보면, 서울대 재학 당시 정 부회장의 학생카드에는 키 178cm에 체중 79kg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당시 과체중 면제 기준이 103kg이었으니, 근 3년 만에 체중이 24kg 이상 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각에서 고의적인 살찌우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쩌면 과체중으로 고생하고 있었을 그때, 정 부회장이 스타벅스에 눈을 떴다는 점이다. 미국 인디애나대를 거쳐 19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접하고 국내에 도입하자는 의견을 그룹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정 부회장의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 보인다. 2007년 200호점(이태원), 2009년 300호점(안국) 개점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내 화제가 됐을 정도다. 현재 정 부회장의 효자 기업으로 꼽히는 스타벅스 코리아, 그 탄생에 '병역 면제'가 간접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결국... '꼼수'로 드러난 이마트 피자 논쟁

"트위터를 통해 물었다. '정 부회장이 군대는 과연 다녀왔을까?' 특별한 악의나 정보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이마트 피자 논쟁보다 그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었다. 내 트위터는 정 부회장 측에 의해 곧 '블록' 당했다. 역시 유치한 대응이었다."

위 글은 이마트 피자의 동네 상권 침해 논란이 한창이던 2010년 11월 <미디어오늘>에 실린 이어영 전 <중앙일보> 기자의 것이다.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서도 '황태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 그는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는 거냐"는 표현 등으로 스스로 이마트 피자의 '방패'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정 부회장의 주장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정 부회장 동생 정유경 그룹 부사장이 신세계SVN 대주주로 있던 당시 신세계그룹이 피자 사업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공정위 조사를 보면, 이마트는 신세계SVN 피자집을 전국 이마트에 입점시키면서 판매수수료를 단 1%만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 표현을 빌리면, 유통을 가족적으로 했던 셈이다.

신세계의 '꼼수의 신세계'를 여타 대기업과 달리 더욱 잘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신세계는 유통 대기업이다. 그룹 경영에 따른 여파 또는 그 영향이 특히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미친다. 이런 점에서도 "꼼수 버리고 정도로 나서라"는 <부산일보>의 사설 제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책임감을 가장 크게 가져야 할 사람이 그룹을 대표하는 정 부회장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위 기사와 관련하여 7가지 문항을 작성하여 서면 답변을 요청했으나, 신세계그룹 측은 직접적인 경영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변에 응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3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정용진, #신세계, #신세계사이먼, #꼼수,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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