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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과 아내
 장모님과 아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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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우리 가족들과 함께 지내시는 장모님께서 최근에 틀니를 새로 하셨습니다.

그동안 부분 틀니를 사용하셨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잔존치아가 손상되어 크래습(틀니의 유지를 위해 남아있는 치아에 걸었던 갈고리)이 벗겨져 잇몸을 상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치과 방문에서 의사는 틀니를 다시 할 것을 권했습니다. 상한 이를 발치하고 남은 치아도 교정하고 잇몸도 건강하게 되돌려야했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여러 번 치과방문을 해야 했습니다.

각자의 일이 있는 가족들은 형편에 따라 교대로 할머니를 치과로 모셨습니다. 치과방문은 장모님께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치과를 가야할 때마다 말씀하셨습니다.

"내일 모레 죽을지도 모르는 나이든 노인에게 왜 돈을 들이나?"

장모님은 치매를 앓고 계셔서 기억력이 많이 상실됐지만 일상의 언어 구사는 논리와 이치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치과 방문은 마침내 8월 14일 아래와 위의 의치를 완성함으로서 4개월간의 치료를 끝냈습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삶은 호박이나 죽으로 식사를 해오시다가 완성된 틀니를 끼고 복숭아도 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들딸들이 '틀니를 끼고 나니 외할머님이 훨씬 예뻐지셨다'는 말로 치료동안의 인내를 칭찬했습니다. 

"이제 비싼 돈을 들였으니 더 살아야겠구나!"

장모님도 환한 웃음을 띠면서 말했습니다.

그제는 아내가 장모님께 무른 복숭아보다 여문 사과를 깎아드렸습니다. 아내는 장모님이 무리 없이 잡수시는 모습을 보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새 틀니를 하고, 이렇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내가 시원하네!"

그러자 장모님께서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내가 틀니를 했다고?"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장모님, #틀니,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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