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텃밭 한 가운데 있는 옥수수 밭
 텃밭 한 가운데 있는 옥수수 밭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우리 집 앞마당 텃밭 한가운데에는 다섯 평 정도의 옥수수밭이 있다. 옥수수 잎이 바람에 서걱거리며 하늘거린다. 나는 이 옥수수 숲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텃밭의 중심에서 푸른 숲을 이루는 옥수수밭은 무언가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한 달 넘게 줄기차게 내리는 폭우 속에서도 옥수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옥수수수염이 까맣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수확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옥수수밭으로 내려가 알갱이가 익었을 만한 옥수수를 고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갱이가 튼튼하게 들었음직한 옥수수는 모두 수염을 벗겨지고 반쯤 열려 있었다. 예외 없이 드러난 옥수수는 알갱이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누가 쥔장의 허락도 없이 옥수수를 까먹었지?"
"뭐라고? 원래 땅 주인은 우리야."

껍질을 벗기고 정교하게 까먹은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정교하게 까먹은 옥수수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하긴 그렇다. 필시 이 땅의 터줏대감들인 쥐와 다람쥐들의 소행이렷다! 그들은 껍질이 벗겨진 부분을 이용해 아주 정교하게 옥수수를 까먹었다. 단 한 알갱이도 남기지 않고 한 알 한 알 갉아 먹은 모양이 그들이 한 일임을 확신케 했다.

사실, 다람쥐와 쥐가 옥수수를 먹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또 아직 집에서 한 번도 쥐를 본 적이 없다. 야생 고양이 두 마리가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쥐들이 없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옥수수를 먹는 다람쥐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캐나다의 카메라맨 바바라 리니씨가 찍은 사진이었는데, '줄무늬 다람쥐'가 양쪽 볼 안에 옥수수를 가득 넣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서 옥수수를 물고 늘어져 있는 이 다람쥐를 발견했다. 다람쥐는 30분 동안 옥수수 한 개를 모두 먹어치웠다고 한다. 

옥수수의 3분의 1정도를 쥐들이 까먹고 말았다.
 옥수수의 3분의 1정도를 쥐들이 까먹고 말았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우리 집 옥수수는 갉아 먹은 모양을 보면 쥐들이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옥수수 껍질이 세밀하게 할퀴듯 벗겨져 있었는데, 이는 쥐가 이빨로 벗긴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옥수수를 따내면서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또 소 잃고 외양간 거치는 격이네."
"쥐들이 옥수수를 모두 설거지하기 전에 옥수수를 좀 따야겠어요."
"옥수수는 쥐가 까먹고, 고구마는 고라니가 뜯어 먹고, 토마토는 노린재가 파먹고, 땅콩은 너구리가 파먹어 버리면 우린 뭘 먹지요? 어느 정도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좋지만…."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치워서 탈이에요."

울며겨자 먹기로 따낸 옥수수
 울며겨자 먹기로 따낸 옥수수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쥐인지 다람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옥수수를 3분의 1 정도 먹어치웠다. 녀석들은 밤마다 옥수수를 입에 물고 소리 없는 하모니카를 불었던 것이다.

원래 땅 주인인 터줏대감들과 함께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은 좋은데 한 번 맛을 들이면 해도 너무하니 나도 뭔가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껍질을 벗긴 얼룩찰 옥수수
 껍질을 벗긴 얼룩찰 옥수수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태그:#옥수수 먹는 쥐, #옥수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