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마가 계속되는 최근에,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금지구역을 노린 불법 낚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그리고 24일 오후 2시부터 약 10시간 동안 한강 주변을 취재한 결과, 낚시금지구역인 마포대교~성산대교 구간에서 발견한 불법낚시꾼만 50여 명에 달했다. 특히 일부 낚시꾼은 여기서 장어를 잡아 비싼 값에 파는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기도 했다.

25일 오전 0시경 서울 마포구의 성산대교 북단에서 낚시금지구역 옆 현수막에서 버젓이 낚시를 하고 있다.
 25일 오전 0시경 서울 마포구의 성산대교 북단에서 낚시금지구역 옆 현수막에서 버젓이 낚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아 우리한텐 장어가 대박이지, 자연산이라 1kg만 돼도 40만원은 주니까. 어제도 한 마리 잡았다가 놓쳤는데 어찌나 억울하던지 오늘 다시 왔어. 원래 저쪽이 더 잘 잡히는데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이리로 밀려온 거야." 

지난 24일 저녁, 마포대교 북단 한강 산책로 옆에서 낚시를 하던 김아무개씨(60)가 말했다. 그가 앉아있던 곳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 정한 낚시금지구역으로 이곳에서 하는 낚시행위는 모두 불법에 속한다. 적발 시 과태료 100만원에 해당되지만 그는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낚시금지' 표지판 바로 옆에서 낚시

한강 낚시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한강사업본부는 급류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거나 생태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금지구역으로 정했으며, 이에 따라 한강은 낚시가 전면 금지된 '금지구역'과 제한적으로 허용된 '제한구역'으로 나뉜다. 2013년 7월 현재 낚시금지구역은 총 25개소에 길이 25.06km로, 한강 전체의 약 44% 정도. 이를 제외하고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낚시금지구역지도 사진 보기

그러나 확인 결과 '낚시금지구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돌아본 마포~성산대교는 모두 낚시금지구역임에도, 둔치에는 약 10미터 간격으로 수풀이 헤쳐져있는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이 역력했다. 낚시꾼들은 한강 산책로 옆 강줄기를 따라 짧게는 10~15미터 간격, 길게는 30~50미터 간격으로 릴 장대(낚싯대)를 최대 8개까지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심지어는 '낚시금지구역'라고 써진 표지판 옆에서도 버젓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한강을 자주 찾는다는 근처 주민 심아무개씨(32, 마포구 합정동)는 "운동하다보면 낚시꾼들을 엄청 많이 본다"며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어도 항상 있는데, 오늘 여기까지 뛰어오는 동안만 해도 한 40~50명은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민제안센터에 글을 올린 아이디 wls****의 네티즌 또한 "금지구역이 대체 왜 있는 거냐. 낚시를 못하게 관리를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규정을 만들지 말든지 하라"고 지적했다.

'돈 되는' 장어 탓에 불법낚시 늘어나…장마철 흙탕물 선호 

최근 들어 특히 불법낚시가 증가하는 이유는 요즘이 값비싼 장어를 잡는 데 적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30여 명 중 26명은 장어 낚시를 위해 한강에 왔다고 답했다. 원효대교 북단에서 만난 박아무개씨(경기도 시흥시)는 "장어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또 비 온 후 흙탕물이 될 때 가장 잘 잡힌다"면서 "이걸 우린 '물이 뒤집힌다'고 하는데, 그 때 바닥에서 놀던 장어가 자주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8시경 낚시금지 구역내 불법 낚시꾼이 인터뷰 도중 40cm가량 되는 장어를 낚아 올렸다. 이후 청원경찰이 바로 옆에서 단속에 나서자 장비를 다리 밑으로 숨겼다.
 24일 오후 8시경 낚시금지 구역내 불법 낚시꾼이 인터뷰 도중 40cm가량 되는 장어를 낚아 올렸다. 이후 청원경찰이 바로 옆에서 단속에 나서자 장비를 다리 밑으로 숨겼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들은 또한 지대가 높고 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유로 금지구역을 선호했다.

이렇게 불법 낚시를 통해 잡은 장어를 음식점에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한강 둔치에서 잡힌 장어는 kg당(1마리기준) 20만원에서 비싸게는 40만원에도 팔린다.

실제로 한강철교 북단에서 만난 낚시꾼 오아무개씨(76)는 "장어는 전화만 하면 사러오는 사람들이 천지다, 오토바이 타고 직접 사러 다닌다"고 말했다. 오씨가 소개한 'XX낚시'의 이아무개 사장은 "장어를 전문적으로 갖고 오는 분들도 있고, 전화 오면 내가 가지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원경찰과 '숨바꼭질'하는 낚시꾼들…욕설에 몸싸움까지   

"아니 왜 나한테만 와서 그래? 시방 저기에 경찰이 있길래 이리로 왔어. 아니 근데 다 (낚시) 하는데 왜 나한테만 와서 XX이냐고." 

불법낚시를 하다 걸린 김아무개씨(64)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는 청원경찰이 오는 것을 보고 몸을 피했지만, 그가 단속을 위해 10여 분간 기다리자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실랑이를 벌였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청원경찰에게 그는 "없으면 어떡할 거냐"며 "경찰 따로 부르려면 불러라, 왜 나한테만 XX이냐"고 욕설을 내뱉었다.

24일 오후 8시 한강관리본부 소속 청원경찰 김아무개씨가  관할 내 불법낚시를  단속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낚시꾼은 스마트폰을 보며 단속을 무시하고 있다.
 24일 오후 8시 한강관리본부 소속 청원경찰 김아무개씨가 관할 내 불법낚시를 단속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낚시꾼은 스마트폰을 보며 단속을 무시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24일 오후 9시경 서울 마포대교 인근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던 김아무개씨(64)는 청원경찰의 단속을 피해 숨었다. 청원경찰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실랑이를 벌이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자리를 떠나는 낚시꾼 24일 오후 9시경 서울 마포대교 인근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던 김아무개씨(64)는 청원경찰의 단속을 피해 숨었다. 청원경찰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실랑이를 벌이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낚시금지나 관리유지는 한강사업본부의 책임으로, 이들은 청원경찰을 고용해 단속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청원경찰은 경찰과 달리 법적구속력이 없어 실제로 과태료를 물리려면 사진을 찍고 결재를 거쳐야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 전체를 관리하는 청원경찰이 약 150여명 정도. 마포~성산대교까지 약 7Km 구간을 단속하는 김아무개 청원경찰은 이맘때 단속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마 때면 장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많다"면서 "불법인 걸 알면서도 계속하고, 벌금을 물린다고 하면 신분증이 없다며 버티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2일 불법낚시꾼과 몸싸움이 붙어, 시멘트에 팔을 쓸리는 등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청원경찰은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계도에 그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단속에 대해 낚시꾼들도 "잠깐 도망가거나 감췄다가 다시 한다"거나 "불법이 뭐 어떠냐, 서울 시민은 세금을 내니까 한강 어디든 (낚시) 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단속 자체를 무시하는 모양새였다.

지난 6월 22일 한강사업본부 소속의 김아무개 청원경찰이 불법 낚시꾼들을 단속하던 중 낚시꾼들의 시비로 부상을 당한 당시의 업무일지. 경찰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업무 폭주'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김씨는 부상을 당했다는 내용.
 지난 6월 22일 한강사업본부 소속의 김아무개 청원경찰이 불법 낚시꾼들을 단속하던 중 낚시꾼들의 시비로 부상을 당한 당시의 업무일지. 경찰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업무 폭주'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김씨는 부상을 당했다는 내용.
ⓒ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26일 한강사업본부에 확인한 결과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지난해 3건, 올해 4건에 불과했다. 적발 건수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영진 한강 시민공원사업소 환경과 주무관은 "계속 단속하는데도 낚시하는 분들이 (신분증 제출) 거부를 한다"며 "실질적으로 낚시하는 행위를 잡아야 하는데 거기서 24시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고기 잡을 생각에 앞만 보다가…안전도 환경 보호도 '빨간불' 

이런 불법 낚시는 급류에 휩쓸릴 위험을 비롯해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범인 서울 영등포구 119수난구조대 팀장은 "어제(23일)도 영등포구 한강 둔치에서 낚시 중이던 20대가 폭우에 고립돼 구조했다"며 "물살이 상당히 셌고 그 옆 산책로는 이미 물에 잠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고기를 잡는다고 앞만 보느라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낚시하다 고립된 사람을 구한 게 이번 달만 벌써 6건"이라며 "낚시하는 분들은 고기를 잡을 욕심에 위험도 무릅쓰지만, 급류에 실족하거나 풀이 미끄러워 물에 쓸려갈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합정동 양화대교 한강둔치에 있던 낚시꾼 장아무개씨(70) 또한 강물이 점점 들어차는 데도 낚시를 계속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서강대교 인근 밤섬의 경우 환경보전가치가 높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근처 구역이 모두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납추의 중금속 성분이 바닥에 쌓일 뿐 아니라 불까지 피우거나 배달을 시켜먹는 등 낚시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2차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낚시구역은 보행도로와 지나치게 가까워, 낚시꾼들이 던지는 낚싯바늘에 행인들이 걸릴 위험도 있어보였다.

24일 오후 9시경 마포대교-성산대교 구간 낚시 금지구역에서 불법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들. 이 구간은 람사르에서 지정한 국내 18개 습지 중 유일 도심습지로  환경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24일 오후 9시경 마포대교-성산대교 구간 낚시 금지구역에서 불법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들. 이 구간은 람사르에서 지정한 국내 18개 습지 중 유일 도심습지로 환경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대책 마련 노력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태다. 이재덕 한강사업본부 운영부장은 "청원 경찰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을 줄 수 있는지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인데 쉽지 않다"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직원들은 최선을 하고 있음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태그:#한강불법낚시, #한강, #람사르, #장어 낚시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