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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월요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한시간여 떨어진 불라칸주 타워빌의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에서 지역여성 4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봉제직업기술훈련 개원식이 열렸다. 올해 두번 째 시작하는 이날 개원식에는 교육생 외에도 지난 3월부터 교육을 받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훈련을 시작한 선배들과 캠프봉제센터 식구들 그리고 한국의 자원봉사자들 100여 명이 함께했다.

필리핀 강제철거 이주민지역 타워빌의 40명 빈곤여성들이 새로운 희망을 키우기 위해 개소식에 참석했다.
▲ 캠프봉제직업훈련센터의 새로운 교육생들 필리핀 강제철거 이주민지역 타워빌의 40명 빈곤여성들이 새로운 희망을 키우기 위해 개소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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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 태풍 화재 등 절망 속의 이주민 5만여명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가 세워진 타워빌은 필리핀 정부의 도심재개발정책에 의해 강제철거를 당하거나 태풍 화재 등 각종 재난으로 인해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집단으로 이주시킨 이주민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현재 5만여 명 6천여 세대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타워빌은 필리핀 정부의 이주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이주민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기반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이곳 주민들은 최소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수익을 얻을 수 없어 대부분 가정의 남성들이 다시 마닐라로 나가서 막노동 거리를 찾아 헤맨다. 원거리로 인한 교통비 부담으로 매일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한 두 주에 한차례 집으로 돌아오는 고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수입으로 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결국 가정해체로 이어지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에서는 현재 70여명의 빈곤여성들이 희망을 키우고 있다.
▲ 캠프봉제센터 내부모습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에서는 현재 70여명의 빈곤여성들이 희망을 키우고 있다.
ⓒ 이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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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캠프(이사장 홍성욱 목사)는 지난 2011년부터 이곳에 한국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를 설립하고 지역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기술교육과 유치원교육 등 다양한 지역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당당한 사회적기업인을 꿈꾸며 

사회적기업 타워빌 캠프봉제센터는 단순히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만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모든 운영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큰 포부를 갖고 시작된 한국의 해외협력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지 수행단체인 캠프뿐만 아니라 한국의 한신대학교 지역발전센터, 한국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 전통이 다른 외국의 방식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 국립대학(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Diliman) 지역사회개발학과(Community Development)가 교육과 컨설팅, 학생 현장실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있다.

"정부기능사 자격증도 따고 아이들도 굶지 않습니다"

이날 개소식은 이러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캠프봉제센터 구성원인 센터여성들이 모든 순서를 진행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순서에는 지난 2년간의 캠프봉제센터 경험에 관한 사례발표도 있었다. 라인리더 웽(42)은 "캠프봉제센터를 통해 기술을 배우고 정부의 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이제는 매일 출근할 일터가 있고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은 굶지 않는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아벨리나, 레오노라, 글로리아, 애플조이
▲ 새로운 봉제직업기술교육생 아벨리나, 레오노라, 글로리아, 애플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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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아벨리나(50)는 한국과 중국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된 남북통근열차사업으로 인해 강제철거를 당하고 타워빌로 이주한 가정이다. 그는 그동안 필리핀 정부에 대한 원망보다도 이것에 협력사업을 진행했던 한국과 중국에 원망이 더 컸다. 그런데 이번에 직업기술교육에 참가하면서 "평소 봉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행사를 통해 교육내용을 설명들으니 교육을 열심히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서 나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오노라(42)라 역시 남북통근열차 사업으로 강제이주를 당한 가정으로 "기술을 잘 배워서 가족들과 떨어지지 않고 함께 일하며 생활하고 싶다. 아이들의 옷도 손수 만들어 입힐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라고 했으며, 글로리아(58)는 "평소에 재봉틀을 사용해 왔지만 옷을 디자인하고 패턴을 만드는 등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기에 기대가 크다.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애플조(25)는 "열심히 기술을 배워서 나만의 가게, 내 이름을 건 가게를 열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40명의 봉제기술교육생은 개소식과 함께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캠프봉제센터 2층에 마련된 교육장에는 40명의 여성들이 필리핀 정부의 기술교육 기구인 TESDA의 전문강사를 초빙해서 정부의 커리큘럼에 따라 정해진 150시간의 기본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 재봉이 아닌, 패턴 디자인 재단 등 전과정 교육

본 사업은 단순히 봉제공장의 노동자를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전문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단순 재봉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옷의 구조와 패턴, 디자인, 재단, 봉제 등 전과정을 전문 강사에 의해 교육받는다.

40여명의 교육생들은 새로운 희망과 함께 서로 치수를 재어주며 본격적인 봉제교육을 시작했다.
▲ 개소식을 마친 교육생들이 직접 실습을 하고 있다. 40여명의 교육생들은 새로운 희망과 함께 서로 치수를 재어주며 본격적인 봉제교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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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육생은 지급받은 줄자를 가지고 강사의 지도에 따라 상대방의 신체치수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며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교육에 임했다. 교육생들은 내가 과연 내 손으로 옷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통해 용기를 얻고 이제는 평벙한 가정주부가 아닌 당당한 봉제전문인으로 희망을 키울 수 있다는 것에 웃음을 잊지 않았다.

이 사업은 현재 한국국제협력단의 대학협력사업으로 선정되어 한신대와 사단법인 캠프가 필리핀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함께일하는재단도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서 올해 3년째 해당 사업을 지원하며 사회적기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빈곤퇴치 모델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교복 티셔츠 비치웨어 가방 소품 등 다양한 제품 생산

캠프봉제센터에는 현재 65명의 여성가장들이 제품생산과 기술향상을 겸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품목은 교복, 티셔츠, 비치웨어, 가방, 소품 등 다양하다. 필리핀의 학교는 새학기가 6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현재는 교복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필리핀 불라칸주 강제철거 이주민지역 타워빌의 새로운 희망을 위해 세워진 캠프봉제센터
▲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 필리핀 불라칸주 강제철거 이주민지역 타워빌의 새로운 희망을 위해 세워진 캠프봉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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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봉제센터에 대한 소식이 필리핀 사회에도 알려지면서 현지 업체들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대형백화점인 트라이노마 등에 매장을 운영하는 아비(38)씨는 캠프봉제센터에 일거리를 주는 것은 가난한 지역주민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생산업체에서 캠프봉제센터로 생산거래처를 옮기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한 현지업체의 주문으로 필리핀 공군의 우비 생산납품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기술력과 생산성이 떨어져서 자립의 길은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캠프봉제센터는 제품 디자인과 패턴, 재단, 봉제, 실크스크린 프린팅 등 모든 과정을 자체인력을 훈련해서 진행하고 있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기술 생산 시스템

이것은 외부의 기술인력에 의존할 경우 이직 등으로 인해 업무공백이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연구하던 끝에 구성원 스스로 결론을 내린 운영 방법이다. 캠프봉제센터는 모든 의사결정 구조에 구성원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 수행단체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구성원을 따라야 하는 종속적 구조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스스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목적이 사업 초기단계에서 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캠프봉제센터에서는 현재 교복, 티셔츠, 비치웨어, 가방, 현지업체 주문생산물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캠프봉제센터에서 생산된 제품 캠프봉제센터에서는 현재 교복, 티셔츠, 비치웨어, 가방, 현지업체 주문생산물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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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 교회에서 주문한 티셔츠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하고 있다. 캠프봉제센터는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 티셔츠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하는 모습 한국의 한 교회에서 주문한 티셔츠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하고 있다. 캠프봉제센터는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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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간간히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전하교회(담임 강인구 목사)는 지난 4월 교회창립 40주년을 맞아 전교인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예배를 드리며 축하를 하며 필요한 티셔츠 1000벌을 캠프봉제센터에 주문했다.

용인외국어고등학교 한 동아리는 지난 겨울 필리핀의 캠프봉제센터에서 아시아 빈곤스터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캠프봉제센터의 성공을 위해 학교 내외에 캠프의 제품을 소개해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을 통해 절망속에 있는 강제철거 이주민지역 타워빌 주민들의 고통과 한숨소리가 웃음으로 가득찰 날을 기대해 본다.



태그:#캠프, #캠프봉제센터, #사회적기업, #필리핀 타워빌, #아시아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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