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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장관
 황교안 법무부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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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장관이 국정원의 대선 정치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며 1주일간 영장 청구를 막고 있다는 사실이 2일 알려졌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원 전 원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또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과 함께 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의 이 같은 수사의견을 황교안 장관이 막았고, 심지어 대검찰청에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법리 검토를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지요.

박근혜정부 정통성에 타격입을까봐 나섰나

박근혜정부 초대 법무장관인 황교안 장관은 왜 검찰에 이 같은 지시를 했을까요? 하필이면 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을까요? 굳이 따지자면 원세훈 전 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사건은 전 정권인 MB정권의 일인데 말이지요.

아마도 황 법무장관은 이런 판단을 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원세훈 전 원장을 처벌하게 되면 대선 직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도 관련이 됩니다.

만일의 하나, 부정한 방법이 동원된 대선이라면 과연 그 선거결과를 우리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지요. 만약 그 문제점에 포착한 국민들이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하면 사실 박근혜정부는 정통성 시비에 걸릴 수 있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실상 부담이 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법무행정의 수장이자 대통령의 법무 참모로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일을 검찰이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인 거지요. 박근혜 대통령 1인만 생각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법무장관이 대통령 개인만을 위해서 일하는 자리입니까. 아마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할 국민은 단 한명도 없을 것으로 압니다.

무엇보다 황 장관은 지난 4월 25일 대정부질의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사건 수사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바 있습니다. 황 장관은 "원칙대로 필요한 부분을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수차 강조했지요. 이게 과연 원칙대로 하는 수사일까요?

아니면, 황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서 거짓말을 한 셈이 되는 걸까요?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만약 황 장관이 수사팀에 통째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빼라고 지시했다면 그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그가 이렇게 권한 밖의 일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면 그것은 박근혜정권의 정통성과 관련이 있고, 지난 대선 때 MB정권의 덕을 제대로 봤다고 웅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진 의원은 "검찰 내 유능한 검사 17명이 붙어서 하고 있는 이 수사에서 열일곱의 판단보다 황 장관 자신의 단독판단이 더 옳다고 믿는 그 근거가 뭔지 묻고 싶다"며 "지난 금요일(31일) 검찰 항의방문 때 검찰은 정말 열심히 잘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한 이유가 엉뚱한 데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정권퇴진운동이 일어난다면 그 첫 번째 원인은 황교안 장관"이라고 꼬집어 비판했습니다.

만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한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은 오는 19일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검찰은 그 전에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기소를 서둘러야 할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무엇으로 기소하느냐, 그 여부가 법무장관에 의해 꽉 막혀 있다는 게 드러난 이상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만약 검찰이 황교안 장관의 부당한 지시가 드러났는데도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한다면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민주당은 2일 오후 황교안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법무부 항의방문과 원세훈-김용판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고 합니다. 오는 7일엔 청와대 항의방문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정원 댓글녀로 시작한 국내정치 개입의혹 사건은 워터게이트와 비견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난해 대선 TV토론 직후 느닷없는 수서경찰서의 수사결과 발표(댓글조작 증거없다)에 당혹했을 수많은 시민이 이제 숨죽이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지켜볼 때인 것 같습니다.


태그:#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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