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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산업계의 로비로 유해법과 화평법의 핵심 규제조항이 빠졌다"며 7일 국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산업계의 로비로 유해법과 화평법의 핵심 규제조항이 빠졌다"며 7일 국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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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7일 오전 국회 앞에서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는 원안대로 유해법(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개정하고, 유해법과 화평법(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을 누더기로 만든 산업계와 국회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는 최근 화평법을 제정하고, 유해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는 재계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4월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과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화평법과 유해법 원안의 핵심은 '사전 예방·관리와 처벌 수위 강화'였다.

화평법은 화학물질 제조하는 사람뿐 아니라 수입·사용·판매하는 경우에도 매년 화학물질 취급 현황을 환경부에 보고하고,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은 그 물질이 전체 중량 0.1% 넘게 들어갔거나 제조·수입 총량이 연간 1톤을 초과할 때는 사전에 신고하도록 했다.

유해법은 유해화학물질 영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화학사고 환경평가제도를 도입해 취급시설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을 하도급업체에 맡길 때, 업체가 폐업 또는 휴업하는 때에도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마련했다.

벌칙의 경우, 유해법은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서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무거워졌다. 영업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을 최대 3억 원까지 매길 수 있던 것도 '매출액의 절반 이상'으로 강화됐다. 새로 만들어진 화평법의 처벌 수위 역시 최대 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높은 편이었다. 심상정 의원은 특히 연간 매출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기업에는 '매출액의 2% 이상'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대기업의 책임을 더욱 엄중히 묻도록 했다.

그런데 4월 30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화평법을 처리하며 ▲ 화학물질 취급 현황 보고 대상을 제조·수입·판매자로 좁히고 ▲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 사전신고 대상에서 '화학물질이 사용과정에서 유출되지 않고, 고체 형태로 기능하는 제품'은 제외한 법사위안을 최종안으로 했다. 제조업체 등에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조항도 '요청받은 경우에만 제공'하도록 바뀌었다.

심상정 "화평법, 취지보다 후퇴"... 김상민 "법사위 유해법 수정은 월권"

2013년 1월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3년 1월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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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는 7일 기자회견에서 "화학물질 사용자(제품 제조회사)가 사용 용도를 원료 수입·제조사에 제공하면 그에 따라 노출위험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사용자를 보고 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화평법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발생 위협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원안을 발의한 심상정 의원은 지난 2일 논평에서 "당초 취지보다 후퇴한 화평법"이라고 평가했다. 또 "화평법의 핵심인 '화학물질 위험정보 교환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법안 후퇴 원인으로 "산업계 반발"을 꼽았다.

유해법의 처벌 수위도 낮아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는 4월 24일 영업정지 처분 대신 '매출액 절반 이상'을 과징금으로 매긴다는 조항을 '10% 이하'로 바꾸고, 단일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에 부과할 경우 매출액 5%를 초과 못하도록 수정, 법사위로 넘겼다. 법사위는 6일 소위원회에서 이 처벌 수위를 다시 절반으로 낮췄다. 또 하도급업체가 이 법을 위반할 경우 원청업체에도 책임을 묻는 조항은 남, 원청업체까지 처벌하는 조항은 삭제했다.

재계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환노위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24일과 26일 연달아 "벌칙 수준 강화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항의했다. 법안 문구가 최종 확정된 6일에도 "(유해법 개정은) 기업경영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거듭 반대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7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법사위는 (법안에) 체계적인 문제가 없는가를 심사하는 역할인데 이번 경우는 거의 개정안에 가까운 내용을 냈다"며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매출액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환노위안은 "기업이 '존폐를 걸고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책임지겠다'는 상징적인 의지를 보여줄 수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 부분을 기업 때리기 관점으로 보는 것은 '우리(기업) 계속해서 유해화학물질 안전에 자신이 없다, (예방·수습 대책 등을) 준비하지 않겠다, 사고가 (계속) 난다'를 전제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계는 환노위 법안이 과하다고 주장하기 전에 사고 예방·수습대책을 제시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태그:#화학물질, #가습기 살균제, #화평법, #유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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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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