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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잠원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잠원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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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기자도 한때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집 근처 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재수할 때 J학원의 기독교모임에도 나갔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누님을 따라 서울에서 제법 큰 A교회를 다녔고, 그곳에서 성경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A교회에는 유명 소설가 Y씨와 청바지로 이름을 날렸던 B기업의 사장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B기업은 노동탄압이 심했다. 하지만 교회 장로였던 B기업의 사장은 교회에서 언제나 너그러운 미소로 성도들을 만났다. 그에게서 '노동탄압'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의식화' 과정을 거치고 있던 기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낮은 곳으로 임했던 예수의 삶과 B기업의 노동탄압이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갑자기 B기업 사장을 떠올린 것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이후였다.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와 '독실한 기독교인'의 조합이 한국사회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기자에게는 꽤나 어색해 보였다.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에 신학대 다녀...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에 관여

황 후보자(사시 13기)는 지난 1983년 검사로 임용된 이후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2차장 등을 지냈다. 검찰의 공안 관련 핵심요직을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이다. 게다가 <국가보안법 해설>(1998년)과 <집회·시위법 해설>(2009년) 등도 펴냈다. 그런 점에서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도 황 후보자의 '공안본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제출된 '법무부장관 인사청문요청안'은 그를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장관에 지명한 '사유'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교란사범, 사이버범죄, 서민권익침해사범 등을 엄단하는 한편 제도와 관행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법질서 확립과 검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음.

-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 및 공안 제2부장검사로 근무하면서 국정원·안기부 불법도청사건, 동국대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발전노조 등 공공부문 불법파업 사건, 특수임무단체도심폭력시위 사건 등 공공의 안녕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여러 사건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처리하였음.

이렇게 공안통 검사인 황 후보자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였다. 지난 2009년에는 자신이 직접 연주한 색소폰 음반을 발표해 '색소폰 검사'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관심을 자극한 것은 그가 아주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실해도 너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황 후보자는 지난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사법연수원 시절 야간에 신학대를 다녔다. 교회 전도사를 지냈고, <종교활동과 분쟁의 법률지식>(1998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2012년) 등을 썼다. 현재는 기독교 민영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를 맡고 있고,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가페에서 민영교도소를 설립·운영하는 과정에서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도 기독교계열 대학인 한영신학대를 거쳐 현재 나사렛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안통 검사로서는 조금 별나긴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뭐라고 꼬집을 여지는 없다. 하지만 그의 유별한 '기독교 사랑'을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 보면 '기독교 편향성'의 위험성이 충분히 감지된다.  

<아가페 소식지> 창간호. 황 후보자는 기고글에서 "기독교정신으로 교화해야 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가페 소식지> 창간호. 황 후보자는 기고글에서 "기독교정신으로 교화해야 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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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정신으로 교화하면 재범율이 낮아진다? 

먼저 황 후보자가 지난 2004년 1월 <아가페 소식지> 창간호에 실은 '갇힌 자를 생각하자'라는 글을 보자. 당시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였던 그는 이 글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교도소 재소자들의 재입소율은 30%가 넘는데 브라질의 휴마이타 기독교교도소, 미국 텍사스주 교도소의 기독교교정프로그램(IFI)을 거친 재소자의 재입소율은 5%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것은 재소자들을 기독교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황 후보자는 "엄청난 재범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복음뿐이다"라며 "전국 45개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60,000여명의 갇힌 자들을 주님께 인도해야 한다"고 썼다. 재소자들이 기독교인이 되면 '갱생'도 되고, 그에 따라 '재범율'도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실정법'('세속법')을 다루는 현직 검사가 충분히 증명되지도 않은 주장을 펴고, 더 나아가 종교편향적인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황 후보자는 지난해 7월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도 기독교 편향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법조인으로서 교회분쟁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속에 책을 저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책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것이 과연 검찰 고위간부 출신이 쓴 책인지 의심하게 된다.

황 후보자는 최근 기독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에는 일관되게 '비과세'를 주장했다.

"교회도 교회전물 및 부지, 사택, 기도원, 수양관 등 여러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다행히 현행법은 교회부동산에 대해 원칙적으로 비과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행 세법이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유독 부동산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된 조치이며 이에 대한 과세특례조항이 다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교회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 택지 초과소유 부담금, 토지초과이득세가 부과되어 문제가 많았으나, 현재는 그 근거가 되었던 택지소유상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모두 폐지되어 더 이상 이에 따른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담임목사가 아닌 '부목사', 또는 '강도사', '전도사'의 사택에 대해서는 담임목사 사택과는 달리 세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견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소득세법 제12조는 '비과세소득'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목회자의 사례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법률적으로만 보면 목회자의 사례비도 급여로 보는 한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목회자의 사례비는 일반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이 된 헌금에 대하여 이미 성도들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 아니라, 종교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도 비과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교계의 반발로 실패했지만 '기독교 편향적'이었던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황 후보자의 일관된 비과세 주장은 아주 유별나다. 다른 발언들을 헤아릴 때 이는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시험은 주일인 일요일에 치러선 안 된다?

황교안 후보자가 지난해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
 황교안 후보자가 지난해 펴낸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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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후보자는 목사와 교회의 비과세에서 더 나아가 주일인 일요일에 공무원시험을 치러서는 안된다는 주장까지 폈다. 지난 2001년 9월 '사법시험 1차시험을 일요일에 치르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는 이렇게 문제삼았다.

"헌재가 주일에 공무원시험인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 비록 헌재의 결정이 이와 같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공무원시험을 주일에 치르라는 명령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시험을 주관하는 정부로서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이미 대다수 국민들에게 휴일이 되고 있는 토요일 오후 등 주일이 아닌 적당한 기회를 마련해 공무원시험을 실시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편의를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행정이 필요하다."

심지어 황 후보자는 헌법까지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헌법에서 보장된 행복추구권보다 교회가 우선이었다.

"예배당건물의 신축이나 예배시의 찬송과 기도소리 등으로 인해 불편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교회 이웃주민들이 교회에 항의하면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들이기도 하다. (중략) 이러한 행위는 예배방해죄는 물론이고 건조물 침입죄 또는 퇴거불응죄에 해당하므로 사직당국에 신고하면 처벌된다."

공사나 예배 등으로 인한 소음에 항의하는 것이 "예배방해죄"에 해당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기독교 사랑'이 '기독교 편향성'으로 뒤틀리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출신답게 '교회의 유급 종사자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향해서도 "심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교회에서 유아를 가르치다 해고된 한 선교원의 교사가 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판결에 따르면 교회의 유급 종사자들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되지만, 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신앙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회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교회법과 세상법 사이에 충돌이 난다면 그는 과연?

황 후보자 쪽에서는 이러한 기독교 편향성 논란에 "우리가 종교의 자유를 상당한 정도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법질서를 존중하는 범주 안에서 종교생활과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내정자의 기본적인 철학이다"라고 해명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는 황 후보자에게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하지만 그가 철저하게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법'을 다루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그의 기독교 편향성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앞서 언급한 저서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황 후보자는 "교회 내부에서 적용되는 종교법인 '교회법'과 '세상법' 간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스스로 물은 뒤에 이런 답을 내놓았다.

"기독교인들은 교회법이 우선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법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어 황 후보자는 "세상법 우선적용 자체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기독교인도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활동하므로 헌법 37조에 따라 그러한 바람이 다 충족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한 바람이 다 충족되기 어렵다"고 토를 달긴했지만 세상법(실정법)이 교회법에 우선하는 '현실'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느껴진다. 황 후보자 쪽에서도 "그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철학은 종교생활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그가 세상법을 다루는 법무부장관이 됐을 때 세상과 교회의 분쟁에 어떻게 처신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태그:#황교안,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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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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