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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2월 28일 오전 열린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건물 오픈식에서 신세계 이명희 회장(왼쪽)이 정용진 부회장과 나란히 참석해 테이프 커팅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7.2.28
 지난 2007년 2월 28일 오전 열린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건물 오픈식에서 신세계 이명희 회장(왼쪽)이 정용진 부회장과 나란히 참석해 테이프 커팅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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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은 삼성 그룹에서 출가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범 삼성가 기업으로 여겨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할아버지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외할아버지가 이병철 삼성 창업주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신세계 그룹의 '각사 복수노조 준비현황 점검결과'라는 문건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직원들에 대한 사찰 행위와 불법적인 노조 원천봉쇄가 단지 이마트만이 아닌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점검 결과'라는 제목에서는 각종 불법행위가 단순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신세계가 삼성의 인사노무 시스템을 닮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행위가 이마트와 신세계를 넘어 대기업에 만연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임직원 교육 강조... 삼성과 신세계의 교육 비교

신세계 그룹의 내부 문건에 드러난 삼성의 간부 노사 교육 내용.
 신세계 그룹의 내부 문건에 드러난 삼성의 간부 노사 교육 내용.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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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에서 신세계는 복수노조 대응 지침 가운데 '임직원들의 의식 무장'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있다. 노조 설립에 대해 "공들여 만들어온 우리 회사, 다시 퇴보하려 하는가?"라는 반노조 의식을 임원들부터 확고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임원 교육과 간부 이상 전원 교육, 사원 계층 교육과 간담회 등을 주문한다. '별도의 의식전환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마련해 놓고 있다.

여기서 신세계는 "단순 실시 여부보다, 교육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며 삼성에서 실시하는 '간부노사 특별 교육'을 자사 교육 시간과 비교해 놓았다.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이 교육을 1박 2일로 진행한다. 가장 먼저 '비노조 경영철학 상생조직문화'라는 교육이 그룹주관으로 배치돼 있다. 이어 '노사당면 현황' '팀장이 알아야 할 법률 쟁점' 등의 교육이 교수와 변호사들의 강의로 진행되고 대표이사의 특강도 열린다. 이틀째에는 '유(有) 노조기업 조직관리 사례'라는 제목의 교육이 눈에 띈다. 둘째 날도 교수와 노무사 등이 교육에 참여한다.

여기에 비해 신세계 그룹 계열사의 간부 교육은 간소하다. 신세계 백화점만 1박 2일의 교육시간을 잡아놨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이다. 교육 주관도 대표이사·교수·변호사·노무사로 다양하고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된 삼성에 비해 신세계는 대부분 계열사가 노무사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포스코·씨제이·엘지 등 재벌기업들의 노사조직과 전담인력 통계가 담겨 있다. 다른 기업들이 노사전담조직을 상무 직급에서 맡은 반면, 삼성은 그보다 높은 직급인 전무가 맡고 있었다. 삼성은 노사전담 인력도 252명으로 다른 기업과 비교되지 않게 많이 배치됐다.

신세계 그룹이 작성한 '각사 복수노조 준비현황 점검결과'라는 문건에서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의 노무인력을 비교하고 있다.
 신세계 그룹이 작성한 '각사 복수노조 준비현황 점검결과'라는 문건에서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의 노무인력을 비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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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 소식에 귀 '쫑긋'... 언론기사 스크랩 하기도

이마트의 내부 문건에서도 삼성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되자 삼성의 노조설립상황에 큰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문서 가운데 2011년 7월 4일 작성된 '복수노조 시행 동향 보고'라는 문서에는 삼성계열사의 노조 설립 동향이 자세히 적혀있다.

- 삼성그룹과 관련하여서는, 민주노총이 삼성에버랜드에 7월 4일(월)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으며, 삼성해고자 노동조합는 해고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노조 가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됨.

- 천안시청 지역경제과(노사협력팀) 관계자에 따르면, 7월 1일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인력들이 방문하여 노조 설립을 위해 자문을 하였으며, 서류 등을 보완하여 차주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함.

이마트는 또 삼성의 노조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스크랩 해놓기도 했다. 2011년 5월 13일 작성된 '삼성 관련 언론 기사'라는 문서에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삼성과 관련된 뉴스들이 수집돼 있다. 진보신당이 '삼성노조출범지원센터'를 출범시킨 소식과, 삼성과 포스코 등의 노조가 제3노총에 가입할 것이라는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 관련 기사, '재벌개혁과 삼성바로세우기 운동본부'의 김정진 본부장 인터뷰 등이 실렸다.

그밖에도 이마트 내부 문서에는 삼성의 인사전략·승급제도·전직제도·삼성노조 관련 언론보도 스크랩 등 다양한 삼성관련 자료가 담겨 있었다. 노무관련뿐 아니라 일반적인 인사관리에서도 이마트가 삼성의 제도를 상당히 참고했음을 알 수 있다.


태그:#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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