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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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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를 꼭 이루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외면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생긴 일이다.

4일 오전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나란히 전북 익산을 방문했다. 원불교 제14대 종법사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틀 전 제주 방문을 끝으로 1차 전국 순회를 마친 안철수 후보로서는 2차 전국 순회의 첫 행선지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종교행사 참석이다. 무엇보다 출마선언 이후 계속 선두를 지켜오던 안철수 후보가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역전을 당했다는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된 뒤여서, 두 후보의 호남행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 "특정종교 편향 없도록 주의"... 안 "불신과 탐욕, 나태로 정치 어려워"

행사가 열린 원불교중앙총부 반백기념관은 2000여 명의 신도들로 가득 찼다. 종법사 접견실에서 대화를 마치고 나란히 나온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신도들은 '와~'하는 함성과 열띤 박수를 쏟아냈다. 귀빈석 가장 앞자리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대신해 참석한 김무성 총관선대본부장이 앉아있었다.

김 본부장 옆으로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두 후보의 조우를 촬영하기 위한 수십 명의 취재진들은 뒤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진 장내를 정리하는 동안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머리를 맞대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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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 "종교지도자분들 인사 많이 드렸나?"
문재인 : "이게 시작이다. 그 전에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는 좀 했는데, 후보자 되고 못해서…"
안 : "저도 지난 주말부터 추기경, 조계종 인사드리고 세 번째다."
문 : "원래 종교는 뭔가?"
안 : "외가는 독실한 불교, 처가는 독실한 가톨릭, 저는 딱히 없다."
문 : "저는 본가도 처가도 모두가 가톨릭이다."
안 : "그런가."

두 사람의 대화는 잠시 중단됐고, 곧바로 행사가 시작됐다. 문재인 후보가 먼저 인사말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문
후보는 "'정직한 지도자'를 강조하신 (장응철) 종법사님 말씀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저도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고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 국민과 소통하면서 동행하는 정치, 경청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특히 "권력이 특정종교에 편향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봉헌' 발언 등으로 종교적 편향 논란을 불러온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에 뒤 이어 인사말에 나선 안철수 후보도 장응철 종법원장의 수필집 <작은 창에 달빛 가득하니>의 한 대목을 언급했다. 문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을 겨냥했다면 안 후보는 현 정치권 전체를 '불신과 탐욕, 나태한 집단'으로 규정하며 각을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공부는 마음을 잘 알아서 그 마음을 잘 지키고 사용하는 것이다.' 저 역시 마음을 잘 지키고 사용해 진심을 다 하겠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권력에 대한 탐욕,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나태로 정치와 정의가 어려운 요즘, 서민경제를 살리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 진심의 정치로 정치혁신, 정치의 후천개벽을 이루겠다는 꿈을 말씀 드리겠다."

김무성 "국민 속여 대통령 되고자 하는 사람들" 만났지만, '침묵'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선총괄본부장이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김무성 새누리당 대선총괄본부장이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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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무성 본부장이 일어나 박근혜 대선후보의 축사를 대독했다. 사회자가 특별히 "김 본부장은 원불교 신자다"라고 소개했지만 앞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에게 쏟아진 신도들의 열띤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박 후보의 축사만 낭독한 채 자신의 인사말은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이틀 전 김 본부장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를 향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싸잡아 공격한 바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의 파급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단일화 자체의 정당성을 흠집 내기 위한 공세였다.

실제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야권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면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긴장감과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한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서 박 후보와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각각 오차범위 내의 박빙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본부장은 지난 2일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이벤트로 인물검증과 정책검증을 피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은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 등 준비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박근혜 후보와 단일화 이벤트로 과포장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대결"이라며 야권의 두 후보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단일화는 국민에게 참 나쁜 대통령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를 직접 만난 김무성 본부장은 행사 내내 별다른 말없이 입을 굳게 닫았다. 두 후보에게 쏟아지는 신도들의 일방적인 환영 분위기에 다소 어색해하는 표정이었다.

오전 10시 경 본 취임식이 시작됐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장응철 종법원장이 행사장 뒤편에서 모습을 나타내 연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두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응철 종법원장을 맞이했고, 취재진들로부터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장응철 종법원장을 사이에 두고 두 후보가 양쪽으로 선 뒤, 세 사람은 함께 손을 맞잡았다. 어디선가 "(장응철 종법원장이) 단일화 중재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가 기다렸다는 듯 "단일화를 꼭 이루라는 뜻입니다"라고 호응했다. 취재진이 안 후보에게도 "한 마디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안 후보는 아무런 말없이 살짝 웃음만 내비친 채 외면했다.

단일화에 적극적인 문재인 후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장응철 종법원장을 향해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이 좋아하는데,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큰 은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역시 안 후보는 말이 없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익산 북부시장, 새만금 현장 등을 돌아본 뒤 전남 광주로 내려가,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방문한다. 최근 호남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안철수 후보로서는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4일 오전 5일장이 열리는 전북 익산북부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손을 잡은 한 도너츠 가게 주인이 "안철수를 청와대로 보내자"고 외치고 있다.
 4일 오전 5일장이 열리는 전북 익산북부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손을 잡은 한 도너츠 가게 주인이 "안철수를 청와대로 보내자"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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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후보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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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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