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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입구. 대구 수성구청은 4일부터 노점상을 강제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발부하자 노점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입구. 대구 수성구청은 4일부터 노점상을 강제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발부하자 노점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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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어서 조금씩 내다 파는데 노점상이라고 무조건 철거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불법이라고 용역을 동원해 철거하겠다고 협박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오릅니니다. 대책도 없이 우리는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요."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위치한 목련시장 입구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최아무개(63)씨는 구청 공무원들이 한번씩 와서 철수하라며 협박을 할 때면 가슴이 뛰고 막막해서 눈물이 나올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임아무개(5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얼마전 구청에서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놓고 갔다던 그는 "우리가 나쁜짓 하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왜 쫓아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무조건 치우라고만 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대구수성구청, 전국체전 앞두고 노점상 강제 철거 계획

대구수성구청이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목련시장, 중동시장, 상동시장, 신매역 부근 및 신매 5일장에 있는 노점상을 철거하겠다고 나서자 이곳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성구청은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목련시장 41곳 등 168곳의 노점상에 철거 계고장을 발송하고 4일부터 강제 철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노점상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고 보행자 통행 불편과 미관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노점상이 있는 곳은 전국체전이 열리는 곳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고 체전을 방해할 만큼 미관을 해치거나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목련시장지회 등 노점상인들과 반빈곤네트워크, 인권운동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4일 오전 수성구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점상 강제철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입구의 노점상. 이곳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지는 않지만 강제로 철거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발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입구의 노점상. 이곳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지는 않지만 강제로 철거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발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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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노점은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생겨난 마지막 생계수단이고이고 살기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도시 미관을 핑계로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기 위해 용역까지 동원하는 수성구청은 각성하라"고 비난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노점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사람들도 수성구민"이라며 "이들도 구민으로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점상을 하고 있는 심경국(40)씨는 "노점상인들은 하루라도 열심히 일해서 가난을 벗어나고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장사가 안돼 노점상을 하면서 파지를 모아 팔아야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시장에 노점상이 있어야 재래시장도 산다"며 "재래시장 살리자고 하면서 노점상 죽이는 것은 수성구청의 이중적 플레이"라고 비난했다. 자신들은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을 권리는 없지만 상품권을 받으면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구수성구청이 전국체전을 앞두고 노점상들을 정리하겠ㄷ다고 나서자 노점상연합회 회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수성구청 앞에서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수성구청이 전국체전을 앞두고 노점상들을 정리하겠ㄷ다고 나서자 노점상연합회 회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수성구청 앞에서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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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성구청은 도로는 통행이 우선이고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노점상을 양성화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점상을 양성화해줄 경우 점포를 하는 시장 상인들도 전부 다 노점을 하려 할 것이라며 전국체전이 열리기 전에 용역을 이용해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성구청은 노점상을 철거하기 위해 3000만원의 용역비를 별도의 예산으로 확보하고 있다.

김봉표 건설과장은 "시장에 간 사람들이 노점상을 이용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잃고 있다"며 "시장 안에는 빈 점포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의 민원도 구청으로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노점상 철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노점을 그만두면 취업이나 공공근로를 알선할 수도 있고 국민기초수급권자로 지정해 줄 수도 있다"고 말하고 "노점상인들이 원할 경우 시장 안의 빈 점포를 알선하고 대출도 지원해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점상인들은 "노점상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 활력이 생긴다"며 "시징 안 점포가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처음부터 시장형성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구청에 돌렸다. 노점을 하다가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장사가 안돼 다시 나온 상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수성구청 도시국장 등과 면담을 갖고 강제철거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구청과 시민단체, 노점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구청은 전국체전 기간동안 보행권을 위해 노점상의 위치를 조정하고 축소할 경우 5~6개월 동안은 강제철거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햡의기구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제단속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태그:#노점상 강제철거, #수성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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