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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남도의 가을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남도의 가을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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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공활하다. 구름도 뭉게뭉게 하얗다. 가로수 은행나무는 가을색으로 변신하고 있다. 산하도 서서히 단풍빛깔로 물들어 간다. 들판은 누렇게 변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길섶으로 피어난 코스모스도 하늘거린다. 그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그냥 '쌩-' 달릴 길이 아니다.

차를 멈추고 코스모스와 눈을 맞춰본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옛 노래가 콧노래 되어 흘러 나온다. 볼에 와 닿는 바람결에서도 가을내음이 잔뜩 묻어난다. 내 마음도 가을빛깔을 닮아 넉넉해진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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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의 목화밭. 추억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곡성 겸면의 목화밭. 추억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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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천 뚝방길이다. 지난 9월 27일이다. 천변으로 목화밭이 펼쳐져 있다.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다. 추억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목화밭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래가 지천이다. 다래도, 이파리도 불그스레해지고 있다. 입이 쩍- 벌어져 갈라진 다래에선 솜꽃이 방글방글 부풀어 올랐다. 목화 꽃과 다래, 솜꽃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남도의 색다른 가을풍경 가운데 하나다.

이 '목화'는 문익점과 직결된다. 원나라에 갔던 그이가 붓두껍 속에 목화씨를 숨겨가지고 들여왔다는 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였다. 목화 재배에 성공, 온 나라에 퍼뜨린 것도 그의 공력이다.

그러나 목화는 1970년 중·후반부터 시나브로 사라져갔다. 수입 원면과 화학섬유가 들어오면서부터다. 집집마다 누비이불을 치우고 화학솜을 넣은 이불로 바꿨다.

80년대 이후엔 아예 목화밭 구경조차 힘들어졌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차츰 잊혀졌다. 교과서에서나 간간이 사진으로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목화 다래. 오래 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어린이들의 주전부리였다.
 목화 다래. 오래 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어린이들의 주전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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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다래가 익어 활짝 벌어져 솜꽃을 피우고 있다.
 목화솜. 다래가 익어 활짝 벌어져 솜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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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화가 다시 등장한 게 10여 년 전이다. 이곳 겸면천변에서다. 당시 면장의 제안으로 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부러 심었다. 면적이 2만㎡에 이른다. 기성세대엔 추억을, 어린이들에겐 자연학습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궁극적인 목표는 관광객 유치였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추억의 목화밭이 조성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지금도 목화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겸면천을 가로지르는 안전한 다리도 놓았다. 뚝방길도 단장하고 있다.

정정균 할머니. 곡성에서 아직도 목화실을 뽑아 베를 짜고 있다.
 정정균 할머니. 곡성에서 아직도 목화실을 뽑아 베를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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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축제 때 여그서 무명베를 짤 거여. 관광 온 사람덜 보라고. 할머니 니 명이 나서서 베도 짜고, 실도 뽑고 할겅께. 볼만 할 거여. 축제 때 꼭 보러 와. 애기들하고."

목화공원에서 만난 정정균(73) 할머니의 축제 초대 말이다. 할머니는 17살 때부터 베를 짜서 먹고 살았단다. 집도 사고 논도 사고, 5남매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했다. 지금도 목화솜에서 뽑은 실로 베를 짜고 있다고.

목화밭.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목화가 활짝 피어 솜꽃을 방글방글 피워내고 있다.
 목화밭.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목화가 활짝 피어 솜꽃을 방글방글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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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면목화축제장. 축제를 앞두고 행사장이 말끔히 정비되고 있다.
 겸면목화축제장. 축제를 앞두고 행사장이 말끔히 정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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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겸면목화축제는 10월 2∼3일 이틀 동안 열린다. 축제장은 겸면천변 목화공원 주변에 마련된다. 겸면천과 목화밭이 주된 배경이다. 조롱박터널과 원두막 쉼터도 있다. 천변을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도 정겹다. 잠자고 있던 옛 추억을 새록새록 끄집어내 줄 공간이다.

한동안 머물던 목화밭을 지나 천변 뚝방을 따라 걷는다. 그 사이 가을이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앉았다. 목화밭을 함께 휘젓고 다니던 어릴 적 친구들도 금세 달려와 옆에 선 것 같다. 목화밭에서 다래를 따먹던 그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전남옥과미술관. 아산 조방원의 미술세계를 훑어볼 수 있는 곳이다.
 전남옥과미술관. 아산 조방원의 미술세계를 훑어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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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륜사 대웅전. 아담하면서도 소박한 절집이다. 전남옥과미술관 옆에 있다.
 성륜사 대웅전. 아담하면서도 소박한 절집이다. 전남옥과미술관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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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겸면천은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3㎞ 거리에 있다. 옥과나들목으로 나가 좌회전, 옥과외곽도로를 타고 조금 가다보면 순창과 곡성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곡성 방면으로 27번국도 타고 겸면사무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겸면천이 흐르고 있다.

목화공원이 이 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할 경우 '곡성군 겸면 칠봉리 42-2'를 입력하면 된다. 겸면천변 뚝방길은 곡성군 겸면 평장리에서 대명리 간 6.5㎞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척 설령산 자락에 전남옥과미술관이 있다. 아산 조방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획전으로 조각가 양문기의 '럭셔리 스톤'도 열리고 있다. 미술관 옆 절집 성륜사도 가볼만 하다. 오래되지 않은 절집이지만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추억의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섬진강기차마을도 지척이다. 역사도 옛 모습 그대로여서 정겹다. 섬진강변 호곡나루터에서 줄배도 체험할 수 있다. 이래저래 발자국 찍을 곳 많은 곡성이다.

성륜사 경내. 오래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소박하고 고즈넉하다.
 성륜사 경내. 오래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소박하고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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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목화, #겸면목화축제, #목화다래, #성륜사, #옥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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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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