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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현재 제 18대 대통령 선거 남은 날?
 9월 27일 현재 제 18대 대통령 선거 남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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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이날은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논하고 선진화를 외치며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약 2개월 보름 후면 대통령 선거를 하니까요.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민권이 제대로 주어졌을까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노태우씨는 대통령 직선제를 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 이후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제대로 투표할 수 있게 됩니다.

지방자치제는 1995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구의원부터 시장·도지사까지 시민이 스스로 뽑았습니다. 그에 따라 투표용지도 헷갈릴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공민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갖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투표날마다 회사는 특근... 비정규직은 더 오래 일해

물론 투표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그만입니다. 투표권 행사 거부 성향은 두 가지가 있는 듯합니다. 본인 의지에 따라 투표권을 포기(혹은 거부)하는 경우가 있고, 본인은 하고 싶지만 주변 여건상 못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1997년 대한민국은 IMF 회오리에 휘말립니다. 수많은 기업이 부도, 도산했습니다. 그때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장마다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때 서울 사당동에서 살았던 저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린시절을 보낸 울산으로 2000년 5월 내려왔습니다. 2000년 7월, 울산에서 우연히 찾은 일자리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었습니다. 가족 생계가 급했기에 더운밥 찬밥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 일자리가 불법파견인지, 비정규직인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로부터 10년 동안 울산시 북구에 살았습니다. 그 10년 동안 많은 선거가 열렸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국회의원 선거, 지자체 선거, 재보궐 선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제가 투표했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투표날마다 거의 특근을 했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투표날엔 밤 10시까지 일을 시키곤 했습니다. 정규직은 공민권 행사를 위해 2시간이 주어졌지만 비정규직은 계속 일해야 했습니다.

울산 인구는 약 110만여 명입니다. 그 중 40만여 명이 임노동자로 살고 있습니다. 울산 동구의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엔 현재 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1만6755명입니다. 2012년 현대중공업 쪽이 밝힌 사내하청 노동자 수는 약 2만2000명입니다. 이를 합하면 총 3만8755명입니다. 여기에 관리자가 6000~7000명이라 하니 모두 합하면 4만5000여 명이 넘습니다.

정규직 노동자 수보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더 많지만 공민권 행사는 정규직 노동자가 더 많이, 그리고 수월하게 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겪은 상황과 비슷합니다. 회사는 꼭 선거날이 되면 잔업시간을 늘려 일을 더 시킵니다. 그러니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래저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디 대기업뿐이겠습니까? 수많은 식당 종사원, 영업 점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건설현장 일용직도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한편, 투표 종료시간을 18시에서 20시로 늘리자는 야당 제안을 최근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생업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생계형 점포를 운영하는 서민들도 공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왜 새누리당은 거부할까요?

돈 많고 시간 많은, 그래서 먹고 살 만한 사람들만 공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굴러갈까요?

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 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공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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