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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 오전 1시경 정정기사 수정... "범인얼굴과 사진, 직접 확인못했었다"

9월 2일 오전 1시경 수정된 <조선일보> 누리집의 정정기사. 이전까지 4줄이었던 것에 비해 더욱 길게 보강되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기사의 댓글란을 다시 생성했다.
 9월 2일 오전 1시경 수정된 <조선일보> 누리집의 정정기사. 이전까지 4줄이었던 것에 비해 더욱 길게 보강되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기사의 댓글란을 다시 생성했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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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2일 오전 1시경 기사수정을 통해 더욱 긴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수정된 기사에서는 "범인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CCTV에 잡힌 범인의 사진을 토대로 알아보던 중 주변인물의 미니홈피에서 발견한 해당 사진이 범인과 닮았다고 판단, 범인과 직접 접촉하여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와 용의자의 이웃 등 10여 명에게 문의한 결과 '범인의 사진'이란 증언을 확보하여 기사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후 사진의 당사자측에서 해당신문에 항의전화를 걸어왔고, 그 때에서야 다시 사진의 본인여부를 재조사했다고 <조선>측은 밝혔다. 기자는 다시 사진을 경찰관계자에게 전달했고, 마침내 수사 경찰을 통해 범인에게 본인여부를 묻자 "사진속 인물은 내가 아니다"라고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정정기사에만 왜 댓글란이 없느냐"는 누리꾼들의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수정된 기사에서는 다시 댓글란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시간 만에 수십개가 달린 해당신문 누리집의 댓글에는 "해외토픽감이다", "수사기관은 10명의 범인을 잡기보다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잡으면 않된다는 격언이 있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언론은 수사기관보다 힘이 세다", "이걸 지금 사과문이라고 올린건지... 화가 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조선일보>, 오보와 관련하여 누리집에 정정기사 보도

9월 1일자 <조선일보> 누리집의 기사. 오후 10시 15분경 발행된 당시에는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를 짤막하게 개재했다.
 9월 1일자 <조선일보> 누리집의 기사. 오후 10시 15분경 발행된 당시에는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를 짤막하게 개재했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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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자 1면에 나주 여아 성폭행범의 얼굴이라며 잘못된 사진을 실어 문제가 된 <조선일보>가 자사의 누리집을 통해 정정기사를 보도했다. '바로잡습니다'로 시작되는 제목의 기사는 1면으로 보도된 사진의 주인공이 범인과 무관한 일반인이었으며 당사자와 독자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1일, <조선일보>가 1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나주 여아 성폭행범'이라며 게재한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당신문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ㅇㅇ'의 사진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특정인물의 얼굴을 부각시킨 사진을 실었다.

문제는 사진이 범인의 얼굴이 아닌, 전혀 무관한 일반인이라는 것이었다. 특정인물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실린 기사가 1면을 통해 보도된 이후,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제 친구의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의 사진으로 도용되어 1면에 실렸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관련글은 SNS와 포털 사이트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게시글의 작성자는 자신이 <조선> 1면에 사진이 실린 당사자의 친구라고 주장하면서, "사진 속 인물은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 개그맨지망생인 내 친구"라고 말했다. 또한 보도로 인해 지인의 인생이 생매장당할 위기임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해당게시글에는 <조선>측에서는 실수라고만 답변했을 뿐 정정기사조차 내지 않고있는 상황과 함께 해당지 1면에 실린 사진의 원본도 첨부되어 있었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 <오마이뉴스> 등 여러 언론을 통해 오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고, 이에 관련하여 <조선> 측은 오보였음을 인정하면서도 "토요일이라 당직기자가 없다", "대책을 강구중"이라는 답변만을 보내왔다. (해당기사 : 개그맨 지망생을 성폭행범 만든 <조선>)

그리고 같은날 오후 10시 15분경, 오보를 낸 <조선>이 마침내 누리집을 통해 정정기사를 보도했다. '바로잡습니다 - 잘못된 사진게재로 피해를 입은 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네줄의 짧은 문장으로, 1일 서울 일부지역에 배달된 해당신문 1면에 실었던 사진이 사건의 범인이 아닌 일반인의 것이었고, 이로 인해 피해가 입은 당사자와 독자에게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댓글란 없는 짧은 정정기사에 누리꾼 비판... "오보는 1면, 정정기사는 누리집?"

정정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의 비난여론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조선>의 오보가 SNS를 통해 퍼져나간 이후부터 계속된 누리꾼들의 댓글은, 판매부수가 많은 신문의 1면으로 나간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가 자사 누리집에서 미미하게 다뤄졌음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무관한 사람의 사진을 실어 성폭행범으로 만들었다면, 1면 같은 자리에 정정기사와 사과문을 게재하고 보상금까지 줘야 한다." - @shoo*****
"지면에 크게 정정보도를 해줘야 한다. 종이신문만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과연 누가 누리집의 정정기사까지 봐줄까?" - @blankp*****
"조선일보가 실명과 사진도 공개. 그런데 실은 일반인이었단다. 기사제목이 '병든 사회가 아이를 범했다'였는데, '병든 신문이 오보를 범했다.'" - @doubl*****

누리꾼들의 댓글이 비판하는 내용은 <조선>이 확인없이 사진을 첨부하여 무고한 시민을 성폭행범으로 알렸다는 것과 누리집을 통해 보도한 정정기사가 1면을 할애한 오보에 비해 매우 작게 보도된 것, 누리집의 다른 기사들과 달리 정정기사에만 댓글란이 없는 것 등이다.

확인없이 동명이인의 사진을 게재하여 문제가 된 <조선>의 오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태풍관련 보도를 하면서 부산의 바닷가 풍경을 담은 사진을 실었는데, 이는 당시에 촬영한 것이 아니라 3년전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조선일보는 다음날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싣고, 이와 관련된 기자는 사직처리 되었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1면 해운대 태풍 사진은 '가짜')

뿐만 아니라, 지난 7월 3일에도 <조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영장 청구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보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당신문은 다음날 이에 관해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월 중순 <조선>이 보도한 천안함 관련 김정남의 발언 기사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적이 있으며, 북한 김일성의 실제 사망일보다 8년이나 앞서 1986년에 김일성의 사망기사를 오보로 내기도 했었다.

잇따른 오보로 구설수에 오른 <조선일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언론사에서 일하는 언론인들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다. 신속한 보도를 위해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정보를 기사로 내보내는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오보로 밝혀진 기사에 대해서는 사과 후 정정기사를 통해 바로잡으면 되는 일이다. 오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해야 하겠지만, 보다 빠르게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면 원치않게 오보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일보의 연이은 오보는 다소 문제가 있어보인다. 신속한 보도를 위해서였다기보다, 태풍과 성폭행범의 얼굴 등의 사진들을 통해 기사의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려다 기사의 진실성을 놓친 것이다. <조선>이 1면에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의 얼굴이라며 일반인의 사진을 게재한 9월 1일에는 이미 범인이 검거된 상태였고, 범인의 얼굴을 신속히 알려야 할 지명수배같은 상황도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왜 굳이 누군가의 얼굴이 실린 사진을 충분한 확인없이 내보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기사를 보도하는데 있어 뉴스의 생명은 '신속성'이기도 하지만, 또한 '진실성'의 가치 역시도 함께 추구되어야 한다. 보다 많은 독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기사도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기사에는 흥미유발에 앞서 진실되고 정확한 내용을 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번 <조선>의 오보로 아무런 죄없는 일반인이 성폭행범으로 전국에 얼굴이 알려지는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사진에 실린 인물의 친구가 올렸던 포털의 게시글에 따르면, 당사자는 현재 자신이 성폭행범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인터넷의 수많은 악플들을 보고 "죽고싶다"는 말을 할만큼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결국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는 별개로, 사건을 다룬 언론사의 안일한 보도로 인하여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때로 거대한 권력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언론은 올바른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른 권력에 의해 쉽게 피해를 입는 약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헌데 그 힘이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또 다른 약자, 혹은 엉뚱한 누군가를 난도질하는데 사용되었다면, 그 언론은 그들이 휘두른 힘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해당신문은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언론사 중 하나인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무겁게 뒤따를 것이다. 연이은 오보로 명예가 실추된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주요언론사로서 마땅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태그:#조선일보, #나주 성폭행범 사진, #오보, #정정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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