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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1일자 1면에 '나주성폭행 사건 범인 고아무개'라는 사람의 사진을 실었으나, 그는 평범한 시민으로 확인됐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자 1면에 '나주성폭행 사건 범인 고아무개'라는 사람의 사진을 실었으나, 그는 평범한 시민으로 확인됐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 조선닷컴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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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일 오전 11시 18분]
나주 성폭행범 얼굴 공개? <조선> 망신살 뻗쳤다

평범한 개그맨 지망생을 나주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보도했던 <조선일보>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2일 공식홈페이지에 "성폭행범 고아무개 얼굴 사진이 다른 사람으로 밝혀졌다"며 "잘못된 사진 게재로 피해 입은 분께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사과문은 이날 오전 0시에 입력돼 홈페이지 상단에 배치됐다.

이 글에 따르면, <조선일보> 취재진은 지난달 31일 밤 나주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아무개씨 주변 인물의 미니 홈페이지 등을 검색하던 중 호송사진과 CCTV 화면에 나온 고씨와 닮은 인물 사진을 찾아냈다. 취재진은 수사 담당 경찰과 고씨 이웃 등 10여 명에게서 '고아무개가 맞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수사 중이어서 고씨 본인에게 확인하진 못했으나, 그를 직접 대면한 경찰관에게 "(고아무개가) 맞구만, 확실하구만"이라는 등의 증언을 듣고 9월 1일자 신문 최종판 1면에 게재했다.

하지만 1일 사진 속 인물의 친구가 포털 사이트 등에 글을 올려 '그는 고아무개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당사자가 직접 <조선일보>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조선일보>는 "1일 오후 5시쯤 수사 경찰을 통해 고아무개 본인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확인한 결과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니라 주변인물'이라는 답변을 듣고 사진이 잘못 게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고씨는 광주 서부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받고 있었고, 사진 오보 피해자는 다시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확인작업에 반나절 넘게 걸렸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과도한 특종 욕심이 대형 오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조선닷컴 회원 lds***은 "성범죄 사건만 나면 보수언론들에서 알 권리를 빙자해 경쟁적으로 범인 얼굴 내보내기에 열 올리더만…특종 한 건 하려다 개망신당했다"며 "전국에 사진 다 벌려 놓고 이제 와서 죄송하다면 다냐"고 지적했다. tit***은 "수사기관은 10명의 범인을 잡기보다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잡으면 안 된다는 격언이 있다. 기사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언론은 수사기관보다 힘이 세다"고 말했다.

"저번엔 해운대 파도사진을 조작하더니 이번엔 (피해자의)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오보사진을 실었다(im***)"며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그저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범인 얼굴이랑 닮아서 올렸다니…(msm***)" "이 정도 오보를 MBC가 했다면 방송국 자체를 폐쇄하라고 악다구니를 했을 것(w***)" 등 사과 자체가 미덥다고 평했다. tcs***은 "일요일이라 신문도 안 나가는데, 호외라도 내서 같은 비중으로 사과·정정하라"며 보다 구체적인 피해보상책을 요구했다.

몇몇 시민들은 <조선일보>뿐 아니라 한국 언론계 전반에 일침을 놨다. yrc2526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CNN보다 한국신문을 보는 것이 최소 몇 시간에서 최장 1~2일까지 빠르다"며 "경쟁사보다 먼저 보도하려고 무조건 올리다 보니 오보가 항상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방송은 십여년전 필라델피아 시장에 대한 오보로 (언론사가) 수백만불 보상금을 낸 후 모든 언론이 속도전에서 정확한 보도로 방향을 바꿨다"며 "생사람 잡지 말고 이런 건 좀 따라하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회원 dsh***도 관련 기사에 "언론의 실수는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확실한 사과와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된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오마이뉴스>도 조선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통쾌하게 여기지 말고 시스템을 한 번 더 점검해서 예방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신 보강: 1일 오후 6시 59분]
개그맨 지망생을 성폭행범 만든 <조선>

<조선일보>가 나주 7세 여아 성폭행 사건 용의자로 보도했던 사진이 해당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시민의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사실이 확정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문에 용의자 얼굴부터 싣고 보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관행에도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 주인공은 성폭행 용의자 아니라 개그맨 지망생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보도한 <조선일보> 1일자 1면. 그러나 이 사진은 엉뚱한 사람의 것이었다(조선일보가 범인으로 지목한 왼쪽 인물은 오마이뉴스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보도한 <조선일보> 1일자 1면. 그러나 이 사진은 엉뚱한 사람의 것이었다(조선일보가 범인으로 지목한 왼쪽 인물은 오마이뉴스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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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올라온 누리꾼의 반박글. 이 누리꾼은 <조선일보>가 1면 사진으로 사용한 사진의 원본을 올려, 얼굴이 공개된 사람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용의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조선일보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왼쪽 사람의 얼굴은 오마이뉴스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포털에 올라온 누리꾼의 반박글. 이 누리꾼은 <조선일보>가 1면 사진으로 사용한 사진의 원본을 올려, 얼굴이 공개된 사람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용의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조선일보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왼쪽 사람의 얼굴은 오마이뉴스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 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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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일 자사 신문 1면에 '범인 고ㅇㅇ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얼굴 사진을 실었다. 사진에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ㅇㅇ'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사진의 주인공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한 포털사이트에 실렸다.

'송승연'이라는 누리꾼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네이트 판 세상에 이런일이' 게시판에 "제 친구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다"면서 조선일보에서 실은 사진의 원본을 공개했다. 이 누리꾼이 첨부한 사진에는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사진에서 잘려나갔던 배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사진 원본은 친구에게 직접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경황이 없다"면서 "친구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경찰서에 문의하러 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신문사에 전화해봤더니 사진은 내려준다고 했지만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해당 언론사인 <조선일보>에서는 정정기사 여부에 대해 즉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누리꾼은 "제 친구는 생매장 당하게 생겼는데 정정기사도 안된다, 실수다라는 말만 들려오니 친구입장으로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의 주인공인 제 친구는 개그맨 지망생"이라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죽고싶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 "오보 맞다... 대책 강구중"

<조선일보> 측은 이날 오후 3시께에는 대표전화를 통해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토요일이라 당직기자가 없어 내일이나 되어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5시께 "오보가 맞다"면서 "지금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7월 19일에도 태풍 '카눈' 관련 사진이라며 1면에 보도한 해운대 앞바다 사진이 지난 2009년에 찍은 사진으로 밝혀져 정정보도한 바 있다.

"강력범 사진을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싣다니"

송승연씨가 올린 글은 이 포털사이트 회원들에게 '찬성 747, 반대 15'의 평가를 받으며 인터넷 사이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댓글을 통해 얼굴이 공개된 시민을 걱정하는 한편 정확한 확인도 없이 잘못된 사진을 공개한 <조선일보>을 비판하는 반응이었다.

네이트 아이디 '세상에'는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라며 "(얼굴이 공개된 시민이) 심한 충격으로 정신에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댓글을 남겼다. 아이디 '이상민'은 "저런 강력범 사진을 1면에 실으면서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사가 가져야 할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모두 저버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판은 사이트의 성격을 가리지 않았다. 사진동호회인 'SLR클럽'의 아이디 '자게에서왔습니다'는 "신문은 맞춤법 한자 틀리는 거에도 민감해야 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IT전문 사이트인 '클리앙'의 아이디 '무지개물고기'는 "<조선일보>에서 그토록 주장하던 '가해자의 얼굴을 알 권리'가 이토록 얄팍한 무게위에 존재하는 것이었냐"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대로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공개를 부추기는 사회 풍토를 비판한 댓글도 있었다. 트위터 아이디 @kinophio는 "범인의 얼굴을 1면에 실어야겠다는 조급증이 무차별 검색 후 '그럴듯한' 사진을 박는 '범죄'로 발전하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범죄자가 아닌 우리들의 인권까지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그걸 가장 드라마틱하고도 잔혹하게 보여준 실사례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나주 성폭행, #조선일보,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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