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면 1

"이길영 감사님, 누구예요? 도대체 누구예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KBS 결산심사.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길영 감사를 향해 소리쳤다. 이 감사는 오는 9월 2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KBS 9기 이사회 이사로 선임되었다. 11명의 이사 가운데 최고령인 이길영 감사(71)가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결산심사에서는 이길영 감사를 둘러싼 '자격 논란'이 이어졌다. 최재천 의원은 대구상고 출신이 아닌 이 감사가 대구상고 총동창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대구상고 출신'으로 활동해온 점, 국민대학교를 나온 것으로 알려진 이 감사가 실제로는 국민대에 인수된 국민산업학교를 졸업한 점, 서류마다 '국민산업학교' 입학 연도가 다른 점 등을 언급하며 "고등학교도 속이고 대학도 속이고 도대체 누구냐"라고 따져 물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 역시 "고등학교, 대학교, 군, 입사 모든 게 다 미스터리"라고 질책했다.

#장면 2

같은 날, 여의도 율촌빌딩에서는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9기 이사회가 열렸다. 8기 이사장을 지낸 김재우 이사장(68)이 9기 이사장에 연임됐다. 당초에는 최고령인 김재우 이사장이 호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논문표절,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단국대는 김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미 학술단체협의회에서는 김 이사장의 논문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결국 김재우 이사장은 단국대가 해당 논문을 '표절'로 결론지을 경우, 이사장은 물론 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에야 이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 3시간 가까운 격론 끝이었다. 김 이사장은 "(논문이 표절이라면) 이 사무실(방문진)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각각 94일, 170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현장에 복귀한 KBS 새노조, MBC 노조가 또 다른 '강적'을 만났다. 이길영 감사, 김재우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비리종합선물세트' 이길영 - '공금유용' 의혹 김재우

2006년 지방선거 한나라당 경북 선대위 발대식. 가운데 인물이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이고, 왼쪽이 그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길영, 그리고 오른쪽은 바로 이상득 전 의원
 2006년 지방선거 한나라당 경북 선대위 발대식. 가운데 인물이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이고, 왼쪽이 그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길영, 그리고 오른쪽은 바로 이상득 전 의원
ⓒ 최민희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KBS 이사회는 사장 임명제청권을, 방문진은 사장 선임·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오는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 야당과 노조를 중심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 '이사진' 그 중에서도 '이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여권 추천 이사인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이사 선임 이후, 두 사람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그렇다. KBS 새노조는 이길영 감사를 '비리종합선물세트'로 부른다.

이 감사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있던 2007년,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으로부터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후 이 감사가 2009년 말 KBS 감사로 선임되자, 감사실 직원들이 집단으로 성명을 발표해 항명을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사로 재직하던 시절, 안전관리실 채용비리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재우 이사장과 관련해서는 '공금유용' 의혹이 나왔다. 신경민 의원과 MBC 노조는 '2010 방문진 자체감사보고서'를 인용해 김재우 이사장이 전임자에 비해 월평균 유류대를 4배 가까이 사용하고, 경조비와 화환 등에 과다한 공금을 지출하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류대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운전기사의 집이 일산인데 기사가 차를 몰고 일산까지 출퇴근하면서 기름값이 많이 나오게 됐다"고 감사과정에서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러한 감사 결과는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됐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김재우 이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던 날, MBC 노조는 김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김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모두 328건, 6499만 5505원이다, 이 중 38건인 718만 2477원이 주말과 공휴일 등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법인카드가 가장 빈번하게 결제된 곳은 골프연습장과 고급식당 등을 함께 갖춘 멤버십 클럽. 이곳에서만 13차례에 걸쳐 299만 4000원이 결제됐고, 휴일에도 4차례 결제됐다. 평일에 골프장이 있는 리조트에서 법인카드가 결제된 내역도 발견됐다.

'땡전뉴스' 주역 - '김재철 지킴이'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자료사진).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두 사람이 그동안 보여 온 '정치적 행보'도 우려스럽다. '땡전뉴스' 시절인 1987년~88년 KBS 보도국장을 지낸 이길영 감사의 행적은 문공부 홍보정책실에서 작성한 '매체조정활동'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KBS 노조는 "당시 보고서를 보면, 전두환 정권의 호헌조치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으니 김만철 회견을 확대 부각해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뉴스에 민정당 행사가 49분 중 22분이 나갔고, 노태우와 전두환 인터뷰 순서 배치와 시위대의 과격한 모습 방송 사실까지 보고하고 있다"면서 "보도국장이 아니라 민정당의 밀정 같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 감사는 2006년 김관용 경북도지사 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을 지내면서 사실상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길영 감사는 27일 결산 심사에서 "저는 권력이나 정권에 영합한 적이 없다, 언론인으로서 부끄럽게 산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김재우 이사장과 관련해서는 'MBC 사태 책임론'이 제기된다. MBC 노조는 "김재우 이사장은 8기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170일 간의 방송사상 최장기 파업을 맞고서도 김재철 사장 감싸기에만 급급하며 청와대 '눈치맨'으로서 입지를 확고히했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과 특정 무용수 특혜지원과 같은 온갖 비리 의혹이 눈더미처럼 불거졌지만 끝내 모른 체했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김 이사장 연임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재우 이사장 연임이 '김재철 지키기'의 일환이라는 것. 노조는 김 이사장 연임 이후 "청와대 주연의 김재철 살리기는 이제 곧 물러날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마지막 노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이길영 이사장-김재우 이사장 체제는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여왔던 두 노조의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태그:#이길영, #김재우, #KBS, #M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