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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 제8호 석조대좌
▲ 고달사지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 제8호 석조대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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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끔 이상한 생각을 한다. 그것도 아주 해괴한 생각 말이다. 아마도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하도 햇볕에 싸돌아다니니 머리에 이상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 그 절터 한 복판에 장방형의 석조물 한기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보물 제8호인 '고달사지 석조대좌'다.

난 이곳을 들를 때마다 이 석조대좌 위에 올라앉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위에 올라가 하늘에 흐르는 구름만 바라봐도 바로 부처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가끔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해대는 것도, 무료한 답사를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찜통더위를 잊으려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보물 제8호 석조대좌는 받침돌로만으로도 보물로 지정이 될만큼 뛰어나다
▲ 석조대좌 보물 제8호 석조대좌는 받침돌로만으로도 보물로 지정이 될만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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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대좌 하나만으로 보물이 되다니

이 석조대좌는 현재 정리가 된 고달사지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석좌가 있었다는 것은, 이곳에 석불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석좌가 놓인 곳이 대웅전이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간 쌍사자 석등이 놓여있던 자리가 그 남쪽이었기 때문이다.

장방형으로 조성된 이 석불대좌는 모두 3단으로 구성이 되었다. 위에 올렸던 불상은 사라졌지만, 이 석불대좌 하나만으로도 보물로 지정이 될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아마도 이 위에 있던 석불 역시, 석조대좌로 가늠해 볼 때 상당한 수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석불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상,중,하 3단으로 된 받침돌 중 맨 위 받침돌은 앙련을 큼지막하게 새겨 놓았다
▲ 윗받침돌 상,중,하 3단으로 된 받침돌 중 맨 위 받침돌은 앙련을 큼지막하게 새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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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받침돌에는 위받침돌과 대칭이 되도록 앙련을 새겨놓았다
▲ 복련 아래받침돌에는 위받침돌과 대칭이 되도록 앙련을 새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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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받침돌에는 한 면에 커다란 안상을 하나씩 음각하였다
▲ 가운데받침돌 가운데받침돌에는 한 면에 커다란 안상을 하나씩 음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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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초기의 역작인 석조대좌, 정말 대단하다  

방형대좌로 조성이 된 이 석불대좌는 고려 초기의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인 석불좌처럼 화려하게 조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네모난 대좌는 큼직한 앙련과 안상을 새겨놓았다. 단순하지만 조화를 이루는 형태는, 당시 이 고달사의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이다.

이 받침돌은 상중하의 3단으로 조성하였는데, 각기 다른 돌을 다듬어 구성하였다. 윗면은 불상이 놓여 있던 곳으로 평평하니 잘 다듬어져 있다. 아래받침돌과 윗받침돌에는 연꽃잎을 서로 대칭되게 돌려 새겼다. 또한 중간돌에는 한 면에 꽉 차게 안상을 새겨놓았으며, 아래받침돌에도 작은 안상을 4구씩 새겨 놓았다.

아래받침돌에는 복련을 윗받침돌과 역으로 조성하고, 작은 안상을 4구씩 둘러놓았다
▲ 아래받침돌 아래받침돌에는 복련을 윗받침돌과 역으로 조성하고, 작은 안상을 4구씩 둘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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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좌가 사각형으로 거대한 규모이면서도 유연한 느낌을 주는 것은 율동적이면서 팽창감이 느껴지는 연꽃잎의 묘사 때문이다. 방형의 종첩과 연꽃과 안상을 교차적으로 조각하여, 밋밋함을 느낄 수 없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승탑과 동시대에 조성한 것으로 보여

이와 같은 연꽃잎의 표현 수법은 같은 고달사지 내에 소재한 국보 제4호인 여주 고달사지 승탑의 아래받침돌과 매우 비슷하게 조성 되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석불대좌의 축조시기가 승탑과 같은 고려 초기일 것으로 추정한다.

석조대좌 주변으로 남아있는 기단으로 보아, 이곳이 대웅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 석조대좌 석조대좌 주변으로 남아있는 기단으로 보아, 이곳이 대웅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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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운데 꽃잎을 중심으로 좌우로 퍼져나가는 모양으로 배열하는 방법은, 고려시대의 양식상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난다. 고려 초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달사지 석조대좌. 불상을 올려놓았던 이 석조대좌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4일, 찜통더위에 찾아간 고달사지. 그곳에서 만난 석조대좌로 인해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힘든 답사길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석조대좌, #고달사지, #보물, #여주, #고려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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