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집 [육甲 Part 1] '강남 스타일'로 돌아온' 싸이'.
 6집 [육甲 Part 1] '강남 스타일'로 돌아온'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관련사진보기


가수 '싸이'의 음악은 언제부턴가 크게 두 가지 벽에 막혀있었던 것 같다. 그 벽은 '챔피언'과 '김장훈'.

그의 최대 히트곡인 3집 '챔피언'. 한마디로 운집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일순간에 열광시킬 수 있는 음악이다. 인트로에 영화 <비버리힐즈캅>에 나오는 'Axel F(악셀 에프)'가 울려 퍼지면 듣는 이가 자신도 모르게 발끝에서 전율을 느끼는 음악. 전경과 학생, 파벌 없이 성별 없이 앞뒤로 흔들게 만드는 싸이의 '챔피언'은 그 자체로 싸이 최대의 명곡이자 동시에 그가 넘어서야 할 커다란 벽이었다.

다음은 그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김장훈. '명품 입는 기부천사' 김장훈이 전달하는 '공익'과 '축제'의 양면적인 매력. 싸이는 어느 순간 이러한 포지션을 유지한다.

물론 그의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마니아라면 싸이 특유의 '양아치' 근성은 1집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일반대중들이 바라보는 싸이의 모습은 런던올림픽 응원가 'Korea'를 부르거나 월드컵으로 하나 되자는 'We are the One'을 생목으로 열창하는 싸이의 모습이 분명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어느 샌가 말이다.

두 가지 벽에 막혀 있었던 '싸이'



하지만 생각해보자. 싸이의 첫 등장을 말이다. 그는 원래 '축제'나 '공익'을 말하는 가수가 아니었다. 파격적인 민소매티를 입고 거침없는 밤문화를 설파하던 싸이는 지금과는 분명히 달랐다. 남이야 어쨌건, 남들이 뭐라건, 담배를 피우는 굳은 심지를 가지던 이 청년은 말 그대로 '엽기'였다. <라디오 스타>의 김구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 지금이 정말 세기말이구나!"를 느끼게 할 만큼 그의 데뷔는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1집의 충격은 이번 6집 <육甲 Part 1>을 통해 재현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듀오 LMFAO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 스타일에 파티 락(Party Rock)이나 락킹 댄스(Rocking Dance)를 지극히 한국적인 '말춤'으로 승화시키면서 말이다. 이쯤 되면 멜버른 셔플의 시대는 지고 강남 셔플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싸이의 신보 [육甲 Part 1]
 싸이의 신보 [육甲 Part 1]
ⓒ YG엔터테인먼트

관련사진보기


'강남 스타일'은 그렇게 싸이가 자신의 초심을 찾는 노래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 아닌 전략은 새벽에 모든 클럽에서 그의 음악이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의 음악은 원래가 탁 트인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마음이 되어 같이 즐기는 음악 보다는, 여성들의 향수가 섹시하게 퍼지면서 정신없이 조명이 내리꽂는 어두운 클럽에서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물론 현재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좋게 말하면 즐겁고, 나쁘게 얘기하면 골 때리는(?) 코믹한 뮤직비디오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그가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었던 '챔피언'과 '김장훈'을 넘어서는 활로로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열풍이 한국을 뛰어넘어 해외에 또다른 한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제목은 분명 '강남' 스타일인데 뮤직비디오에 인천지하철 1호선이나 국제업무지구역이 등장하는 디테일한 재미까지야 그들이 잡아내진 못하겠지만, 아무튼 케이팝의 다양성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YG가 그동안 아이돌들을 상대로 미국진출을 수없이 시도했었던 전력을 떠올리면 싸이의 음악에 대한 CNN보도나 미국의 인기 가수 티 페인(T-Pain)이 SNS를 통한 '강남스타일' 언급은 의외이면서 조금은 김빠지는 일이긴 하겠지만.

"말 안 듣는 애들이 좋아"하던 싸이의 음악

이전과 달리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스타일.
 이전과 달리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스타일.
ⓒ YG엔터테인먼트

관련사진보기


언젠가 싸이는 자신의 음악을 가리켜 "동네 제일 말 안 듣는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농담처럼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의 이번 <육甲 Part 1>에 실린 지드래곤과 함께한 '청개구리'나 '리쌍'과 김진표가 함께한 '77학개론'을 듣고 있노라면 이러한 그의 평가에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그 이전 5집 <싸이파이브>에서 30대가 넘어 회사에 입사하고 결혼을 했지만 아직도 철이 안든 싸이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6집은 다시 동네로 들어가 별 다른 고민 없이 청춘을 즐기는 어려진 싸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외의 보도와 온갖 패러디 물까지 양산해내고 있는 이 '강남 스타일'은 그렇게 싸이가 원래 어떤 가수였는지, 혹은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하는 곡이다. 또한 쏟아지는 아이돌 팝의 홍수 속에도 굳건히 그의 음악을 지지하는 세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이제는 화려하게 치장한 아이돌 음악보다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음악이야 말로 정말 경쟁력있는 음악이라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태그:#싸이, #강남 스타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