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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백만 명 찾는 공주시 공산성에 봄을 맞아 꽃이 활짝 피었다.
 연간 5백만 명 찾는 공주시 공산성에 봄을 맞아 꽃이 활짝 피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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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백만 명 가량이 찾는 공주시는 백제의 도성이자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중심지, 군사적 요충지였다. 공주시의 명소 중 하나인 공산성(公山城·충남 공주시 사적 제12호)에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제거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공주시청 누리집 '공주시에 바란다'라는 게시판에 한학수씨가 "공산성에 제초제 살포는 절대로 안 됩니다"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동루(동문)로 오르는 길(통나무 계단)
▲ 제보사진 영동루(동문)로 오르는 길(통나무 계단)
ⓒ 한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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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영동루(동문)
▲ 제보사진 공산성 영동루(동문)
ⓒ 한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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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한학수씨는 "재작년에도 공산성 내의 주요 도로 옆에 잡초를 쉽게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해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했는데, 오늘(4일) 영동루(동문)로 오르는 길(통나무 계단)에 오르다가 아래 큰 길에서 영동루까지 30~40m 양 옆으로 제초제를 살포해 귀중한 들풀(봄맞이꽃, 괴불주머니, 연복초, 광대 수염, 사초, 냉이, 괭이밥, 쇠뜨기, 개별꽃, 괭이눈)들과 관목(산괴불나무, 쥐똥나무, 병꽃나무, 찔레나무, 까마귀밥여름나무 등)들이 말라죽고 있는 것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보자 한학수씨는 "시청 담당자는 누가, 왜, 제초제를 뿌려서 관광객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미관상, 위생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러 공주의 상징 공산성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지 밝히고,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공주시 "친환경 제초제여서 전혀 문제없다"

이에 대해 5월 9일 공주시 문화경영사업소의 관계자는 "우리는 그곳에 약을 뿌린 적이 없다"며 "얘기가 들려서 가보기는 했는데 우리가 약을 뿌린 자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는 공산성 쌍수정 왕궁 추정지에 클로버가 많아서 15일 전(4월 25일 정도)에 약을 뿌린 적은 있다"며 "그곳은 클로버를 뽑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약을 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화경영사업소 관계자는 "약을 살포할 때도 주위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접근을 차단한 채 뿌렸다"며 "우리가 뿌린 약은 친환경 제초제로 특허를 받은 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뿌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약을 뿌려서 바로 풀을 죽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용역을 맡아 제초제를 살포한 (주)잡초의 관계자는 "약 이름은 없으며 자체적으로 시판되는 농약을 50%~90%까지 조금씩 희석해 쓰고 있다"며 "10/1에서 30%로 정도로 적은 양을 사용하고 있는데 기존 사용량보다 작은 양을 사용하면서도 더 큰 효과를 얻어 특허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렁이나 개미, 토양의 미생물을 헤치지 않으면서 잡초만 제거한다"며 "친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적게 사용해 토양을 헤치지 않는 게 친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양흥모 대전충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 날이 좋아서 공산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제초제성분이 아이들이나 시민의 호흡기로 흡입되면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환경 농약은 목초액 등을 말하는데, 적은 양의 제초제를 희석한다고 해서 친환경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시민의 안전이나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공산성을 찾는 관광객의 30%정도가 어린이다.
 공산성을 찾는 관광객의 30%정도가 어린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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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말 기준으로 약 67만 명이 공주시를 방문했다. 공주시 통계담당 공무원은 "공주시를 찾는 관광객의 70~80%가 공산성과 무령왕릉은 빼놓지 않고 다녀간다"고 말해 이번 제초제 살포는 공주시를 찾는 관광객을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산성은 둘레 2200m로 '웅진성'(熊津城·백제시대) '공산성'(公山城·고려시대) '쌍수산성'(雙樹山城·조선시대)으로 불렸다. 금강에 접한 표고 110m의 구릉 위에 석축과 토축으로 계곡을 둘러 쌓은 포곡형(包谷型) 산성이다. 공산성은 475년 백제 문주왕이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천도해 538년(성왕 16년) 사비(泗沘·지금의 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인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됐다.


태그:#공산성, #제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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