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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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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란 책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시 만났다. 다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신선하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자전거 수영 등 철인삼종 경기에도 참가하는 듯 몸으로 하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자신의 한계치를 높여가는 작가. 달리는 소설가, 달리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 생각만 해도 대단하다.

이 책은 개인사에 대한 언급을 잘 하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회고록인 셈이다. 그가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고, 왜 달리는지 또 앞으로도 어떻게 달리면서 소설을 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한 마디로 달리기와 소설쓰기, 곧 그의 삶의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있어서 작가로서의 삶과 달리기는 함께 가는 것이다.

그는 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해서 그가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정확히 1982년 가을이었다. 대학을 마친 후 3년 쯤 재즈 클럽을 했는데 거기서 커피도 팔고 바로도 영업하고 음식도 파는 카페였다. 일은 매우 힘들었고 빚도 얼마간 졌지만 열심히 일한 덕분에 20대 끝을 맞게 될 무렵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다음으로 나아가야 할 단계에 대해 생각했다.

서른 살이 바로 눈앞에 있었고, 불현듯 그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 낼 수 있다.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 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p52)고 그는 기억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스쳐 지나가는 더 바랄 것 없는, 아주 기분 좋은 봄날의 하루였다'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소설가가 되려는 것과 같은 야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나로서는 무엇이 어떻든 간에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싶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 이미지도 없이 지금이라면 뭔가 나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그럴듯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느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아서, '자, 뭔가를 써야지'하면서 알게 됐지만 나는 제대로 된 만년필 한 자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신주쿠의 기노쿠니야 서점에 가서 원고용지 한 뭉치와 1,000엔 정도의 세일러 만년필을 사왔다. 참으로 조촐한 자본 투자였다. 그때가 봄이었는데 가을에는 400자 원고지 200매 정도의 작품 한 편을 다 썼다. 다 쓰고 나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다 쓴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내친김에 문예지의 신인상에 응모해보았다....그게 바로 현재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는 작품이다."(p53)

그 다음해 초봄, 문예지 <군조>의 편집부로부터 최종심사 후보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았고 서른 살에 소설가가 되었다. 어느 날 문득 더욱 스케일이 큰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 집필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리고 <양을 쫓는 모험>이 태어났다.

본격적인 전업 소설가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 맨 처음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건강의 유지'였다. 본래 주의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체질인데다가 아침부터 밤중까지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쓰는 생활을 하게 되자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체중은 불어났다. 신경을 집중하는 와중에도 담배를 지나치게 많이 피우게 되었고, 그 무렵엔 담배를 하루에 60개비나 피웠다고 한다. 손가락이 누렇게 되고 온몸에서는 담배냄새가 났다. 이제부터 긴 인생을 소설가로 살아갈 작정이라, 체력을 지키면서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말한다.

"달리는 것에는 몇 가지 큰 이점이 있었다. 우선 첫째로 동료나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별한 도구나 장비도 필요 없다. 특별한 장소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에 적합한 운동화가 있고, 그럭저럭 도로가 있으면 마음 내킬 때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다...그래서 나는 스포츠 종목으로, 거의 망설임 없이-혹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달리기를 선택했다."(p60~)

그리고 그는 담배도 끊었다. 매일 달리게 되면, 담배를 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담배를 끊는 것은 이전 생활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달리기를 선택한 것은 그가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하는 그였다. 그는 7년간의 열린 생활에서 닫힌 생활로 크게 방향을 선회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글을 썼고, 달렸다. 서른세 살,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나이다. 달리기는 그의 인생에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소설과, 소설을 달리기에 비유한다.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오래 달리는 마라토너. 그것은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라는 것. '계속하는 것-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다. 달리기가 다른 사람과 경쟁하듯 하지 않듯이 소설 역시 경쟁이 아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편해하는 작가에게 딱 좋은 것이 달리기라는데 소설쓰기를 좋아하듯 달리기 역시 좋아하기에 계속 해오고 있다.

소설을 평생 쓰기 위해, 살기 위해 그는 달린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리는 것을 그만 둘 수는 없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p115)

소설을 평생 쓰기 위해, 살기 위해...그는 달린다. 그는 소설쓰기의 많은 것은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했다. 만약에 그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작정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썼던 작품들과는 적지 않게 다른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편소설 쓰기'는 육체노동에 속한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지만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왜 그가 육체를 혹사시키듯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지 이해 할 수 있다. 소설쓰기는 그의 말대로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 신경을 레이저 광선처럼 한 곳에 집중하고, 무의 지평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적합한 단어를 일일이 선택해서 전체의 흐름을 있어야 할 위치에 계속 유지시키는-그러한 작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장기간 동안 필요로 한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고 있지는 않지만 뼈를 깎는 듯한 노동이 몸 안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작가들이 지속성과 집중력을 가지고 정신적 근력을 쌓아가듯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몸을 단련하는 작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고 주어진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키는 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또 사는 것의 메타포라고 그는 말한다.

큰 기대 없이 손에 들었던 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시 발견하였다. 소설가이면서 러너인 무라카미 하루키. 마라톤, 수영, 자전거 철인삼종 경기까지. 고립과 단절을 추구해왔던 그가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가면서 '내면에 있는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치유하고 객관화해 나갔다. 달리며 소설을 쓰는 작가. 그는 1982년 그해 가을에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도 계속 달린다. 달리기를 잘 못하고 잘 못해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달리고 싶어졌다. 이제 나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려볼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사(2009)


태그:#무라카미하루키, #달리기,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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