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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의 첫장면. 우일병(남긍호 역)이 중대장(오대석 역)에게 문책당하며 성기를 걷어차인다.
 '풍선'의 첫장면. 우일병(남긍호 역)이 중대장(오대석 역)에게 문책당하며 성기를 걷어차인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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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성기가 아무 이유 없이 커진다. 그런데 단순히 커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류를 구할 신약을 생산한다면?

이 기상천외한 소재의 창작 코미디 <풍선>을 2011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극단이 2012년 봄 마당축제의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국립극단은 2000년 <마르고 닳도록> 이후 12년 만에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연출, 젊은 작가 고재귀와 함께 블랙코미디 <풍선>을 선보인다.

거대한 매스게임의 일원으로 참가한 우 일병(남긍호 역)은 실수로 여성 파트너를 떨어뜨리고 그 문책으로 중대장(오대석 역)에게 성기를 가격당한다. 우 일병의 성기는 비대하게 커지면서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일류 생명을 구해줄 신약성분이 검출된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지오디신(Godicine)'이라고 명명하며, 우 일병의 군대계급은 올라가고 그는 국가적 보호대상, 세계적 경배대상이 된다.

부풀어오르는 우 일병의 고환을 여자 상사(변민지 역)가 들여다보자 우 일병이 발기한다.
 부풀어오르는 우 일병의 고환을 여자 상사(변민지 역)가 들여다보자 우 일병이 발기한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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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박사가 등장하여 아담은 남자가 아니라 자웅동체였음을 주장하고, 남성 박사는 인류 성의 기원에 대하여 설명한다. 우 일병을 치료하러 간호장교(변민지 역)가 등장했을 때에는 우 일병이 발기가 되어 한바탕 소동도 벌어진다. 우 일병이 더욱 많은 신약을 생산하라며 알카에다 비욘세 짝퉁의 공연도 펼쳐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검정 흰색 타일로 깔린 바닥 사이를 길게 마주보고 있는 양쪽의 거울은 이 부풀어진 과대망상의 현실을 비추며 왜곡하는 장치이다. 장면 사이 등장하는 탈레반은 국가 폭력성에 대하여 암시한다. 반면 중간중간 섹시한 군무와 음악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3월 2일 프레스 리허설에서 콜라주적인 장면들 간 시간 분배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무대에서 혼자 등장하는 여성, 남성 전문 박사 장면은 다소 길었다. 또한 우 일병의 신약성분에 관한 모든 지시를 내리는 '가카(각하, 양정윤 역)'는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이 만물의 통치자는 우 일병에게 일계급 특진을 명하며 각별한 보호를 지시하고 관심을 두지만, 사실상 인류에게 필요한 신약 생산을 위하여 한 개인에게 비인간적인 실험을 행하며 세계를 왜곡으로 몰고 가는 주범이기도 하다. 파렴치한 역할을 왜 여성에게 부여하였는지 의아하지만, 이 연극 하나로 세상을 왜곡할 대로 왜곡하고 풍자해보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오른쪽의 '가카'(각하, 양정윤 역)가 지오디신 생산에 대해 장관(안병찬 역)과 황박사(오대석 역)에게 지시하고 있다.
 오른쪽의 '가카'(각하, 양정윤 역)가 지오디신 생산에 대해 장관(안병찬 역)과 황박사(오대석 역)에게 지시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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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주제로 세상의 폭력성과 모순을 풍자하지만 어렵지는 않게 풀어가고 있는 이 연극에 의문을 가질 즈음, 우리의 우 일병은 커질대로 커진 자신의 고환을 힘겹게 굴리며 등장한다. 지칠대로 지쳤으면서도 자신의 고환을 풍선 굴리듯 굴리는 해맑은 표정과 몸짓의 '우 일병'은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이 한 세상의 해프닝에 공감하며 웃음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스스로를 국내 마임이스트 2.5세대라 부르는 남긍호씨(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나는 원래 밝은 성격이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거리 무대에서 많이 배워왔고, 연출도 해왔지만, 나는 배우로 살고 싶다. 이번 <풍선>에서 몸동작이 주는 희화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칠수와 만수>(1986), <돼지사냥>(2000)부터 <변>(2007), <작은 연못>(2009)까지 이상우 연출은 진실한 인간의 이야기와 세상의 모순을 희화와 풍자로 풀어내며 특히 코미디 연출의 대가로 불린다. 그가 메모한 '고환 크기와 인간 행동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이 연극 <풍선>의 시작이었고, 그는 쾌감을 느길 수 있는 황당한 만화 같은 공연을 만들기 원했다고 한다.

우 일병의 지오디신 생산을 많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위무공연이 펼쳐진다.
 우 일병의 지오디신 생산을 많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위무공연이 펼쳐진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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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 최초로 선보이는 블랙 코미디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라면 이 희귀병 걸린 남자를 한번쯤 볼 만하다. 국립극단의 <풍선>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3월 3일부터 3월 23일까지 공연된다. 이상우 연출, 남긍호, 오대석, 양정윤, 변민지, 이창수, 조형준, 임종완, 안병찬 출연. 한편 국립극단은 '2012 봄마당축제' 프로그램으로 <풍선>을 시작으로 <3월의 눈>, <마늘먹고 쑥먹고> 등을 공연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연극 풍선, #국립극단, #마임이스트 남긍호, #이상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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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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