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수원의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을 오를 때는 주변 환경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등산하다가 숲 속에서 우연히 희귀 동식물이나 곤충을 마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산에서는 국제적보호종인 수원땅거미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뿐이 아니라 봄이 되면 맹꽁이나 한국산 개구리가 폴짝거리며 바쁘게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의 광교산과 칠보산 그리고 여기산이 '생태계의 보고'임이 입증되는 자료가 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국립공원연구원에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 일대에 대한 지형, 식생, 동식물상 등의 서식여부를 확인하는 '산림자연자원환경 총조사'를 의뢰했다. 기간은 1년으로 지난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산림자연자원환경 총조사는 생물자원, 비생물자원 등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현황파악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조사로,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의 지역에 대한 조사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도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조사는 수원시가 전국기초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실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의뢰한 산림자연자원환경 총조사는 식물상, 식생,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어류, 곤충류, 진정거미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담수조류 등 총 10개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생물종 조사였다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로 수원의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 일대에 동식물 총 433과 1720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교산은 '373과 1306종'의 동식물이, 칠보산는 '285과 849종', 여기산에는 '174과 411종'이 각각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의미는 삵, 수달, 흰목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새매, 말똥가리, 맹꽁이, 왕은점표범나비 등 8종의 멸종위기종과 가는장구채, 분취, 매화말발도리, 조팝나무, 제비꽃, 구절초, 멧토끼, 한국산개구리, 얼룩동사리 등 9종의 한반도 고유종과 희귀식물도 12종이 발견되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국제적보호종인 수원땅거미와 가는무늬하루살이, 총채민강도래, 한국민강도래, 두눈강도래, 가재 등 5종의 국외반출승인대상종도 발견됐다.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 일대에는 총 99과 508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국립수목원에서 지정관리' 하는 희귀식물이 12종이나 발견되었다는 것이 수원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교산에서 발견된 희귀식물은 태백제비꽃, 토현삼, 금마타리, 말나리 등이며, 칠보산에는 끈끈이주걱, 개쓴풀, 땅귀개, 통발, 키큰산국, 께묵, 벗풀, 큰방울새란 등 8종으로 조사됐다.
"수원의 허파 역할 하는 광교산·칠보산·여기산이 생물다양성의 보고"또한 이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된 포유류는 너구리, 족제비 등 총 12종으로 광교산에서 12종, 칠보산에서 7종, 여기산에서 5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광교산 일대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의 서식흔적이 확인되었다.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 일대의 산림지역 및 인근 저수지일대에서 관찰된 조류는 총 58종. 칠보산에서 28종, 왕송저수지 33종, 광교산 46종, 여기산에서 26종이 관찰되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와 말똥가리, 흰목물떼새 3종이 관찰되었고, 천연기념물인 원앙 및 새매 2종도 확인됐다.
또한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에는 600종의 다양한 곤충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광교산이 546종으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특히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왕은점표범나비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염태영 수원시장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조사로 수원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는 광교산과 칠보산, 여기산이 생물다양성의 보고임이 입증되었다"며 "조사결과를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보호종 등 생물자원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보전과 관리, 보호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 중요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광교산(582m)과 칠보산(238m)은 부드럽고 완만한 산세에 등산 코스가 다양하게 개발돼 주말에는 수원시민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등산객들이 하루 5만여 명 이상이 찾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로 서식이 확인된 희귀 동식물이나 천연기념물에 대한 보호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운 뒤, 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휴식년제 등을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