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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에 올라
▲ 등산선교회 천태산에 올라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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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토록 산을 그리워하고 산으로 드는 것은 산으로부터 왔기 때문일까. 산은 만나고 돌아서면 다시 그립다. 한겨울에도 우리교회 등산선교회 정기산행은 변함없이 진행된다. 지난 12월 기장 달음산 등산 후 한 달 만이다. 건강하고 건전한 등산문화를 선도해가는 포도원 등산선교회는 날이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신청자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성도의 교제와 연합은 날로 뜨겁다.

2012년 신년 첫 산행인 14일 산행은 불과 일주일 전에 공지한데다 추운 날씨가 계속돼 참여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총 47명이 모였다. 교회 지하 1층으로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더니 어느새 웅성웅성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난 기쁨의 인사를 나누느라 설렘 가득한 표정이다. 지난 산행에 함께 했던 사람들도 보이고 또 새로 온 사람들 얼굴들도 많다. 늘 참석하는 얼굴들 외에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유동적이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미리 준비한 준비물들을 챙긴다. 빨강, 노랑, 분홍, 파랑 자기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자기 조를 확인하고 나눠받은 간식과 전도지까지 챙겨서 교회 앞 버스에 올랐다.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려는 것이다. 35인승 대형버스와 15인승 승합차에 두 대로 나눠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추울거라 예상하고 겹겹으로 옷을 입었건만 날씨는 포근하다.

산행에 앞서 몸을 풀고...
▲ 천태산 가는 길... 산행에 앞서 몸을 풀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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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벗어나 양산방향으로 향한다. 등산 들머리인 천태사 입구에서 내려서 천태사 경내로 들어선다. 안마당에서 모두 모여서 몸을 푸는 운동을 하고 조별로 모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A팀인 우리조가 선두에 선다. 사찰 뒤켠 등로에 접어든다. 천태산으로 가는 길은 진입로부터가 험하다.

낙엽들이 바위 사이사이를 뒤덮고 있고 돌투성이 길은 한동안 계속되다가 바위너덜지대를 지난다. 갈수록 경사는 점점 더 높아지고 벼랑 끝을 지나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기도 한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 폭포에는 흐르다가 얼어붙어버린 얼음덩이가 붙어 있다. 폭포를 옆에 끼고 도는 길에서 얼마쯤 가다보니 높은 나무계단길이 보인다.

나무계단이 끝나고 얼마쯤 뒤에는 차츰 완경사 길로 이어진다. 길은 한참을 이어진다. 낙엽송들은 모두 앙상한 맨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낙엽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천천히 흙이 되리라. 호젓한 숲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줄로 서서 걷는다. 도심 한 복판을 걷는 사람들 모습보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걷는 모습은 숲에 스미듯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겨울 숲...겨울 나무...
▲ 천태산 ...겨울 숲...겨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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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에 야윈 겨울 햇살이 스민다. 잎이 무성할 때는 잘 모른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기도의 몸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빛을 향해 발돋움하며 더 높이 높이 점프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기원한다는 것을. 온몸이 노래가 되어 하늘 향해 그렇게 손을 높이 들고 서 있다는 것을. 봄도 벗고 여름도 벗고 가을도 벗고 오롯이 맨몸으로 섰을 때에야 보이는 것들.

봄, 여름, 가을날의 산과 숲도 곱고 아름답지만 겨울 숲을 나는 그래서 사랑한다. 죽은 듯한 나뭇가지들에서 기적처럼 꽃망울을 팡팡 터뜨리는 봄, 연한 새순이 간지러운 듯 두꺼운 껍질을 벗고 터져 나온 듯 새순을 퍼뜨리는 봄을 지나면서 연두빛 숲은 어느새 초록바다를 이루는 여름으로 내달려 다양한 초록의 향연을 이루다가 노랑, 주황, 빨강 색색으로 위에서부터 타고 내려와 만산홍엽을 이루는 가을마저 지나면 모든 색을 벗는 겨울. 자신을 치장하던 것들을 내려놓고 앙상한 나목으로 의연하게 서서 얼음과 눈과 찬바람을 견디는 나목을 나는 그래서 사랑한다.

옛날에는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르른 소나무를 좋아했다.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곤 하는 소나무. 겨울이면 초라해지는 나목들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소나무는 어쩐지 부담스럽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사람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무르익고 죽는데, 자연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시나브로 갈아입는데 어쩌자고 소나무는 저토록 늘상 푸르기만 한가 싶은 게 어쩐지 고집스럽고 아집으로 똘똘 뭉친 완고함으로 보여서 부담스럽다.

생긴 것이 그렇겠지만 이제는 왠지 낙엽송이 좋다. 봄이면 기적처럼 잎이 돋고 푸르름으로 무성해져 파도를 이루고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다가도 때가 되면 모든 것 훌훌 내려놓고 맨 몸으로 고요히 침잠하는 나목...이제 나는 그 나목이 더 좋다. 나목의 텅 빈 충만이.

맛난 점심 도시락 먹는 시간...
▲ 천태산... 맛난 점심 도시락 먹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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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남짓 걸었나보다. 어느새 천태산(631m) 정상에 도착하였다.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의 낯빛이 환하다.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천태호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천태산(경남 양산시 원동면)은 삼랑진읍과 원동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천태호 조망이 압권이다. 천태호 아래에는 안태호가 있다.

이 두 인공호수는 1979년 10월에 착공해서 1986년 4월에 준공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양수발전소라 한다. 전기의 소비가 많은 낮에는 상부저수지인 천태호의 물을 하부저수지인 안태호로 흘려보내면서 전기를 만들어내고 전력 소비가 적은 야간을 이용해 남은 전기를 다시 상부저수지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삼랑진에서 원동방향으로 1022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높이 7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안태호가 하늘빛을 받고 있다. 주변에는 안태공원도 조성되어 있어 가족들과 드라이브하기에도 좋다. 안태호를 끼고 천태산으로 가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다 보면 천태호에 닿는다. 천태호는 해발 401m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원동면 용당리 천태사 입구를 들머리 삼았다. 모두들 정상에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고 주변을 조망하면서 휴식한다. 이제 다시 올라 올 때 정상 바로 아래 있는 공터에 모인다.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먼저 산상 신년 감사예배를 드린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천태호가 내려다 보이고...
▲ 천태산에서 ... 천태호가 내려다 보이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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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모여앉아 함께 부르는 찬양소리가 하늘과 숲과 호수 너머로 물결처럼 번져간다. 기도와 말씀 축복송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고 맛난 점심 식사시간. 둥글게 둥글게 모여앉아 점심 먹느라 즐거운 표정들이다. 머리 위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고 햇살은 따사롭다.

하산 길은 왔던 길을 버리고 반대쪽으로 해서 내려간다. 낙엽 깔린 흙길로 내내 이어져서 산보하듯 걷는다. 천태공원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천태공원에서 봄이면 벚꽃터널을 이룰 넓은 아스팔트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천태호에 이르렀다. 우리는 천태산을 시계 역방향으로 한 바퀴 빙 두른 셈이다. 천태호 앞에서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오르자 즐거운 피로가 몰려든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였지만 낙오자 없고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마쳤다. 이렇게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 현장답사로 수고한 분들과 차량운행을 돕는 분들과 조별로 책임을 맡은 분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하였다. 다음산행은 청도 운문산이다. 또 기대하며 기다리며 파이팅!


태그:#등산선교회, #천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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