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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이가 아기 코끼리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다. 좌측부터 신상진 의원, 흑진주삼남매 중 둘째 용연이, 장태평 마사회장. 그리고 성연이.
 성연이가 아기 코끼리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다. 좌측부터 신상진 의원, 흑진주삼남매 중 둘째 용연이, 장태평 마사회장. 그리고 성연이.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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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코끼리 정말 똑똑해요.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저를 알아봤어요. 와! 대박 진짜 대박!"

성연(11·지구촌학교 4학년)이는 새해 첫날부터 기분이 아주 좋았다. 지구촌학교(다문화 대안초등학교) 학생 5명과 함께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새해 선물로 나눠주었는데 유독 자신을 알아보고 반겼다는 것이다. 성연이는 "그때보다 많이 컸고요. 아주 건강하게 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싱그럽게 웃었다.

흑진주 삼남매 중에서 막내인 성연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특별 초대받은 적이 있다. 스리랑카에서 온 아기 코끼리 가자바(수컷·5세)와 수겔라(암컷·6세)가 시민들에게 첫 공개 인사를 드리는 행사에 성연이를 특별초대 한 것은 고아가 된 다문화가정 삼남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한 뜻이 담겨 있었다.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살던 흑진주 삼남매는 당시 한 달 전에 아빠를 잃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고아가 된 아이들의 양육을 책임진 김해성(지구촌사랑나눔 대표) 목사는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코끼리 행사에 삼남매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런데 더 특별했던 것은 스리랑카 라자팍스 대통령이 김해성 목사에게 우정의 선물로 아기 코끼리 한 쌍을 준 것이다.

그런데 코끼리가 정말 성연이를 알아봤을까? 아기 코끼리들이 첫 선을 보인지도 1년이 넘었는데 말이다. 모의원(57)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아이의 기분일 수도 있지만 코끼리는 다른 동물에 비해 기억력이 매우 우수하다"면서 "일본에선 코끼리를 사육했던 직원이 40년 후에 만났는데도 알아보고 기억했다. 그런 만큼 코끼리에겐 안 좋은 추억을 주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이 김해성 목사에게 선물로 준 스리랑카 아기 코끼리 한 쌍.
 스리랑카 대통령이 김해성 목사에게 선물로 준 스리랑카 아기 코끼리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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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금지 아기 코끼리가 한국에 온 사연?

(사)지구촌사랑나눔은 새해 첫날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게 기쁨을 나눠주는 행사를 서울대공원에서 열었다.
 (사)지구촌사랑나눔은 새해 첫날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게 기쁨을 나눠주는 행사를 서울대공원에서 열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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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맞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잔치'가 1일 오후 3시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열렸다. (사)지구촌사랑나눔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장태평 마사회장과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장관,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원봉사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물개쇼와 돌고래쇼에 이어 아기 코끼리들을 구경했다. 코끼리는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실내전시장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 단체가 새해 첫 행사를 서울대공원에서 열게 된 것은 스리랑카 아기 코끼리들과의 아주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김해성 목사는 1996년 겨울,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떠는 외국인노동자 2명을 데려다 밥을 대접하고 일자리를 구해주었다. 그 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은 김 목사가 운영하는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을 아지트로 삼으면서 설날행사 등의 공동체 행사를 김 목사의 도움으로 열었다. 뿐만 아니라 김 목사는 이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김 목사에게 도움받은 스리랑카 노동자 가운데 한 청년의 삼촌이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 마힌다 라자팍세였다. 마힌다 의원은 2002년 스리랑카 노동자들과 자신의 조카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차 찾아와 김 목사와 인연을 맺었다. 김 목사는 2004년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덮치자 긴급 의료팀을 조직해 달려가서 시신더미를 헤치며 구호활동에 앞장섰다. 그런데 마힌다 의원은 노동부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힌다 대통령은 김 목사를 스리랑카로 초청해 우정의 뜻으로 코끼리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강아지도 아니고 코끼리를 어떻게 키워? 황당한 선물이어서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 보니 동물원엔 늙은 코끼리만 있어서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것이다. 임신 가능한 코끼리를 구하려고 해도 멸종 위기 동물은 국제협약으로 매매 금지, 이대로 가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코끼리를 그림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힌다 대통령께 전화를 했다.

"코끼리를 주신다는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가요?"
"김 목사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정부도 어린 코끼리를 구하려고 세계만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우정을 소중히 여긴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도 아닌 이주민 지원단체 대표에게 귀중한 선물을 아무 조건 없이 주었다. <흥부전>에선 제비가 보은의 대가로 박씨를 물어와 부자가 됐지만 <이주민전>에선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을 도왔더니 보은의 코끼리가 한국에 와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행사에 초대 받은 이주민들이 돌고래쇼를 관람하면서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행사에 초대 받은 이주민들이 돌고래쇼를 관람하면서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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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다문화가정-장애인 동포들 "오늘은 신나는 날"

장태평 마사회장이 이주민들과 함께 각 나라별 새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행사는 마사회가 후원했다.
 장태평 마사회장이 이주민들과 함께 각 나라별 새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행사는 마사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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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에게 기분 좋은 새해출발이었다.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무료쉼터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은 동물들의 재롱을 관람하면서 무너진 코리안드림의 아픔을 달랬다. 서울대공원은 장애를 앓고 있는 중국동포 및 방글라데시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노모에게 차량제공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중풍환자 정성환(48·길림성)씨와 척추마비 환자 문창성(47·길림성)씨는 모처럼의 나들이에 설렜다. 정씨는 중국에 아내와 자식이 있고 한국에 시집 온 누님이 있지만 모두 다 연락을 끊은 상태다. 문씨는 "병을 고치러 한국에 왔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쉼터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생전 처음으로 돌고래쇼도 봤고 코끼리도 봤다. 몸이 힘들더라도 오늘처럼 유람을 다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이들은 동물들의 재롱잔치에 박장대소했다. 물개들의 재롱잔치에는 웃음보를 터트리고, 돌고래의 놀라운 점프 실력과 배를 드러내고 헤엄치기를 보면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필리핀 다문화 엄마 소피아(50)씨는 딸 성옥(10·초등2학년)이의 손을 꼭 잡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성옥이 아빠는 강원도에 있는 농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다. 일을 해도 돈을 제대로 못 받는지 월세를 보내주지 않아서 월세가 밀리기도 한다. 성옥이는 "오늘은 정말 재밌고 신나는 날이었어요."라며 예쁘게 웃었다.

방글라데시 사람 미잔(40)은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친구들 모두가 돌고래 쇼도 재미있었고 코끼리가 어떻게 한국에 왔는지 사연을 듣고서 마음이 감동됐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열쇠고리와 동물모양 배지를 받았다며 좋아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은 이날 행사가 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핸드폰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쉬로미(38)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선물로 준 코끼리를 만나는 행사여서 더 기분이 좋았고 재미가 있었다."면서 "한국에서 좋은 사람도 만났고 안 좋은 사람도 만났는데 앞으로는 좋은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모의원 동물원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동물들 덕분에 국민들이 즐겁게 관람하는 것처럼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이웃으로 따듯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로하고 기쁨을 주는 행사를 그것도 새해 첫날에 서울대공원에서 열려서 정말 보람이 컸다"면서 소외된 이웃들을 배려하는 서울대공원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엄마들이 돌고래쇼를 보며 즐거워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엄마들이 돌고래쇼를 보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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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목사, #다문화, #코끼리, #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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