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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나는 20대 초반 군시절에 만났다가 그동안 삶에 바빠서 통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중년의 나이에 기타와 나는 다시 만났다. 지난해 추석 무렵이었을 것이다. 우리 젊은 시절 한창 이름을 날리던 통기타 가수들, 세시봉이라는 음악실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이 나와서 그 때의 이야기와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를 젊은 날의 추억 속으로 아련하게 이끌었다.

 

그 프로가 나간 뒤로 우리 중년들에게 기타 배우기가 유행하게 되었다나. 아무튼 악기상가인 서울의 낙원상가를 찾는 중년들에게 기타가 불티나게 팔려 상인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때 나도 기타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가 맨 처음 기타를 만지게 된 것은 앞서 말했듯이 군시절이다. 최전방 백암산srp 지하벙커에 기타가 있었다. 그 때는 틈틈이 기타를 만지면서 기타를 잘 하는 전우에게 조금 배워 그 때 유행하던 노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정도는 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뒤로는 치열한 삶을 사느라고 기타를 잊어야 했다. 그 잊어 버렸던 기타의 추억을 세시봉 형들의 멋진 가을날의 연주를 보면서 내 향수가 기타를 다시 찾게 했던 것이다. 문화센터에 등록을 하고 기타를 바로 구입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중학생들 틈에 끼어 통기타 초보부터 다시 배웠다.

 

기타와 만난 뒤, 너무나 좋은 기타만의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잘록한 기타의 허리를 옆구리에 끼고 줄을 튕기면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온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나 울적할 때 기타줄을 튕기면서 지난 날의 노래 한 곡조를 뽑으면 내 마음은 평안해지고 모든 스트레스가 달아나 버린다. 다른 악기는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지만 기타는 노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더불어 무게가 가벼워 옮기기가 좋아 아무 데나 가져가 연주할 수가 있다는 점 역시 좋다.

 

나는 문화센터에서 초보 코스를 마치고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드나들며 기타를 배우고 있다. 내가 사는 동의 주민센터에서 기타를 가르치는데 그 곳에서 동네 분들과 기타를 배우는데 참 재밌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부드럽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친절한 분들이고 가족같은 분위기다. 주민센터에서는 배우는 사람들이 모두 7080세대 들이다. 노래도 우리가 20대 시절 노래하던 통기타 가수들의 것으로 연주하니 너무 좋다. 사람은 역시 제 또래들 하고 노는 것이 제일 편한가 보다.

 

온라인에서 우연하게 기타를 배우는 곳을 검색하다가 좋은 누리집(카페)을 발견하였다. '기타가 있는 마을'이다. 나는 이 마을이라는 낱말이 너무 좋다. 아마 지금 태어난 아파트 세대들은 마을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 하리라. 그러나 우리 세대는 모두 고향이 농촌이고 마을에서 태어나 검정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닌 마을 세대들이다. 마을이라면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사람의 정이 깃든 고향을 연상하게 된다.

 

이 누리집의 주인장은 참 좋은 분인 것 같다. 아무나 와서 기타를 배울 수 있도록 자료들을 모아서 올려 놓기도 하고 기타만이 아니라 좋은 글, 사진도 올려 놓았다. 아무나 들어와서 통기타 음악을 즐기며 삶에 찌든 마음들을 쉬어가라는 쉼터이다. 그래서 나는 그 누리집(카페)을 들락거리면서 기타 연습도 하고 1960~1970년대 노래도 감상하며 기타와 더불어 살고 있다.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악기 플루우트를 평생의 친구로 여기면서 살았다고 한다. 이제야 그 염세주의 철학자가 이해가 된다. 말이 많고 이해관계에 민감한 사람이 나는 싫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상대가 한 말이 나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기타는 말이 없다. 말없이 스트로크 박자로 또는 아르페지오 선율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기타가 좋다.

 

나는 앞으로 기타를 평생의 친구로 삼을 려고 한다. 앞으로의 바람이라면 더욱 더 기타를 배워서 노후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타노래교실 강사라도 되어 보고 싶다.


태그:#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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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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