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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여전히 '박정희 신화'가 지배하고 있다... 노동의 배제, 사회적 약자 희생, 국가주의, 토건주의, 반공주의, 성장주의의 '박정희 유산'도 여전히 뿌리가 깊다. 게다가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과 함께 번창하고 있다."

<경향신문> 2009년 10월 26일 사설 '왜 아직 박정희를 넘지 못하는가'의 일부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면과 영상에서 접할 때마다 눈에 밟힌다.

우리는 여전히 '독재자 박정희 이후'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신화와 향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사설은 "박정희 모델을 뛰어넘는 사회 발전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진보세력의 한계 역시 박정희 신화를 띄웠다"며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세력의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여전히 '박정희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사설의 메시지는 지금도 무겁다. 사설의 주장처럼 여전히 우리는 '박정희 이후'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부르며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자연스레 거론하고 있다. 언론은 지난해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의 선두대열에 일찌감치 그를 올려놓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고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일까, 박정희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란 두 물음에 빠져들게 했다. 

서슬 퍼런 유신독재로 한 시대를 암울하게 가둔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율은 우리 사회가 '박정희 모델'을 살아가고자하는 사람들, 아직 '박정희 신화'를 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 그럴까. 왜 아직 우리는 아직 박정희를 넘지 못하는 걸까.

'독재자 박정희'와 '동원된 근대화'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인가. 박정희의 명예를 자신의 명예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층으로 우뚝 섰지만, 민중의 정서는 여전히 그들 주변을 맴도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 여론의 중심에 서 있는 기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민의를 수렴한 결과 차기 대권후보 1순위로 박근혜가 지목됐다'고 연초부터 연신 보도해 온 그들 가슴 속에 담은 차기 대권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한국기자협회> "기자들, 박근혜 당선 가능성 1위... 부적합 인물 1위"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7주년을 맞이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전국 현역 기자 4백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7주년을 맞이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전국 현역 기자 4백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 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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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 때문일까. 기자들도 가장 지지하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박근혜를 꼽았다. <한국기자협회>는 창립 47주년을 맞이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전국 현역 기자 4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협회보>에 17일 공개했다.

조사결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1.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14.1%), 3위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7.3%) 순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오세훈 서울시장(1.4%), 김문수 경기도지사(0.8%) 순이었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도 박근혜 전 대표가 19.4%로 1위로 꼽혔다. 이어 2위는 문재인 이사장(17.9%), 3위는 손학규 대표(16.6%)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세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향후 개입될 정치적 변수들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변동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박 전 대표는 적합 인물 1위에 올랐으나 평균 30%대를 기록하는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야권 후보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30.7%나 차지해 역시 지지후보 변화에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됐다.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부적합한 인물로는 박근혜 전 대표(14.5%)가 1위로 꼽혔으며 그 뒤를 13.6%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록해 이 역시 눈길을 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6.1%)과 이재오 특임장관(5.4%), 유시민 대표(4.7%)도 부적합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부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35.3%로 높게 나왔다.

<한국기자협회>는 설문에서 '차기 대통령' 관련 '당선 가능성', '적합성', '부적합성'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로 ①김두관 ②김문수 ③문재인 ④박근혜 ⑤손학규 ⑥안희정 ⑦오세훈 ⑧유시민 ⑨이재오 ⑩이정희 ⑪이회창 ⑫정동영 ⑬정몽준 ⑭ 기타 (   ) ⑮없다를 순서대로 제시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8%로 나타났다"고 <기자협회보>는 밝혔다.

<시사저널>, "박근혜, 당선 가능성' 압도적 1위... '적합도'는 20%대"

 <시사저널>이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1%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시사저널>이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1%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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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선 지난 10일 <시사저널>이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1%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반면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야권의 대권 주자들의 경우 모두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9.9%로 2위에 올랐고, 문재인 이사장이 3.1%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전문가 응답자 가운데 24.9%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선택했다.

여기서도 기자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특징이 나타났다. 13.3%로 2위에 오른 손학규 대표와 7.7%로 3위를 차지한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을 합하면 1위인 박 전 대표와의 차이는 불과 3.9%포인트로 좁혀진다는 점이다. 이 역시 남은 기간 동안 정치적 변수의 개입이 지지율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 그룹에서는 손 대표가 박 전 대표에 앞선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교수 그룹이 대표적이다. 손 대표(24%)에 대한 지지율이 박 전 대표(19%)보다 5%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정치인과 언론인 그룹에서는 박 전 대표가 각각 24%와 22%로 1위를 지켰지만, 손 대표도 20%와 18%를 얻어 박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문재인, 손학규 제치고 야권 후보 1위?...야권후보 단일화 등 변수 '촉각'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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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또 다른 특징이 발견된다. 그건 바로 야권후보 선호도 조사결과다. 기자들은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을 손학규 민주당 대표보다 높게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1.3%로 오차범위 이내라고 하지만, '의외'라는 지적이다. 기자들은 '문재인발 야권통합론'에 거는 기대가 큰 듯하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보>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앞선 경우가 많지 않고 전문가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8월 첫째 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 9.8%를 기록해 손 대표(9.4%)보다 처음 앞섰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에서는 손 대표가 14.1%로 7.3%를 기록한 문 이사장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어 리얼미터의 8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문재인 이사장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처음으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주자 선두자리를 지켰다. 문 이사장은 11.7%의 지지율로 전 주(9.8%)대비 1.9%p 상승하면서,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2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박근혜 전 대표로 32.0%를 기록했고, 손학규 대표가 9.9%로 3위, 유시민 대표는 1.4%p 하락한 6.3%로 4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한명숙 전 총리(4.6%), 김문수 지사(3.2%), 이회창 전 대표(3.2%), 정동영 최고위원(3.1%), 정몽준 전 대표(2.3%), 노회찬 전 대표(1.4%), 김태호 의원(1.3%), 정운찬 전 총리(1.3%), 정세균 최고위원(0.9%), 안상수 전 대표(0.8%), 이재오 특임장관(0.8%)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결과들만을 놓고 보면 부동의 1위에 변함이 없을 것 같지만 미세한 변화들이 감지된다. 특히 여론과 지지율은 야권후보 단일화 등 향후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음을 암시해 준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변함없는 러브콜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MB 언론정책 "잘못" 81.3%, 종편, 보도채널 등 허가 "가장 잘못"

한편 기자들은 차기 대선의 화두에 대해 매체 또는 소속 부서, 성별에 따라 다양하게 응답했다. '복지'가 화두라는 응답은 정치부(41.7%), 경제신문(37.3%)에서 가장 높았다. 또 '경제성장'은 여성(30.5%), 10년 미만 경력(30.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회통합'은 부장급(33.3%)이 많이 답했다.

차기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언론정책으로 '낙하산 언론사·기관장 임명 등 언론장악 불가 천명'을 꼽은 응답자는 중앙 방송사(69.4%)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 정권 들어 방송통신위원회, KBS, MBC, YTN 등 방송사 및 관련기관장 인사에서 낙하산 논란이 많았던 것이 이유로 해석된다"고 <기자협회보>는 밝혔다.

기자들은 이 외에도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81.3%가 잘못하고 있다(못하는 편 44.4%, 매우 못함 36.9%)고 답했다. 잘한다는 평가는 15.7%(매우 잘함 0.7%, 잘하는 편 15.0%)에 그쳤다.

가장 잘못한 언론정책으로는 '종편, 보도채널 등 신규 방송사업자 허가'(26.6%)가 꼽혔다. '미디어법 개정'(25.7%)도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언론사·언론기관장 인사 논란'(18.2%), '기사 보도 외압 논란'(12.7%), 'KBS수신료 인상 추진'(8.1%), '언론인 해직 및 징계'(5.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잘한 언론정책으로는 '기자실 복원'(35.3%)이 꼽혔다. 종편, '보도채널 등 신규 방송사업자 허가'(22.9%), '지역신문발전법 연장'(20.3%)도 잘한 정책으로 조사됐다. 그 외 '미디어법 개정'(12.0%) 'KBS 수신료 인상 추진'(7.4%)의 순이었다.

KBS 영향력 1위... 한겨레 신뢰도 3년 연속 '최고'

<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KBS,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한겨레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최근 시청료 인상문제와 맞물려 도청파문 등에 휩싸여 내홍을 겪고 있는 KBS(31.6%)를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로 꼽았다. 이어 조선일보(29.5%), MBC(13.8%)가 2,3위를 차지했으며 4위 연합뉴스(3.0%), 5위 EBS(1.9%)였다. EBS는 기자협회가 언론사 영향력 조사를 실시한 이래 처음 순위권 내에 들어 주목을 끌었다.

<기자협회보>는 "EBS가 부상한 것은 교육 문제가 사회적 주 관심사가 된 데다가 EBS강의의 수능출제비율이 대폭 늘어난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실시한 '영향력 있는 언론사' 설문조사에선 조선일보(36.9%), KBS(35.4%), MBC(11.0%), 연합뉴스(2.7%), 동아일보(2.0%) 순이었다.

또한 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는 한겨레(19.2%)가 3년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2006~2007년 조사까지 포함하면 5번째 1위 기록이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KBS(11.7%), 경향신문(11.6%), MBC(8.3%), 조선일보(4.5%)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는 한겨레, MBC, 경향, KBS, 조선일보 순이었다.


태그:#박근혜, #박정희, #기자협회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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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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