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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물폭탄이 터지고 얼마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학교 현장의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습니다. 이로써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24일 실시됩니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일부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도 이미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제소를 하면서 나머지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주민투표를 발의한 사람은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인데, 그 중심에 의회에서 통과된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장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교육

 

서울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발의하는데 앞장선 사람들과 함께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 '망국적 포퓰리즘', '과잉복지 망령'이라고 하면서 노골적으로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해서 그들 안을 찍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막아내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왜 학교에서 아이들이 먹는 밥에 이런 험한 수식어들이 들어가야 하는지 의아합니다. 먼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밥을 공짜로 줄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학교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겼다고 봅니다.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모두 교육과정으로 운영됩니다. 공부시간 뿐만이 아니고, 노는 시간, 점심시간도 모두 교육과정으로 교육하는 시간에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필요한 도구와 재료는 부잣집 아이, 가난한집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교육재료이기 때문에, 책걸상을 비롯해서 교과서, 학습준비물과 과학실습재료, 청소도구, 체육기구 모두 교육재료입니다. 마찬가지로 학교교육과정으로 교육시간에 들어가는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먹는 밥 또한 교육재료입니다.

 

그래서 교육시간에 사용되는 교육재료인 점심식사 또한 다른 교육재료와 마찬가지로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제공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교과서와 체육기구들, 학습준비물들을 가난한 집 아이, 부잣집 아이 나누어서 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학급급식 또한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30년가까이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교육적 관점으로 볼 때, 학교급식은 더 일찍부터 무상으로 제공했어야 했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길입니다

 

어른들은 늘 그럽니다.

 

 '아이들은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새 시대의 일꾼', '우리나라의 기둥', '미래의 새싹', '희망'....

 

이라고.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볼 때 과연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일꾼', '기둥', '새싹', '희망'으로 보고 있는 건지 의심이 갈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난 서른 해 동안 학교현장에 있으면서 국가가 어린이들을 위하는 것보다 오히려 무시되고, 어른들의 목적에 이용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교육'으로 규정해 놓고, 국가교육과정 속에 제시되어있는 교육활동을 여전히 학부모들의 '수익자부담'으로 운영하는 일이 많습니다. 교육과정으로 진행한다면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활동들이 현재 우리 나라 학교에 여전히 많습니다.

 

이번 무상급식 실시여부 논란을 보면서, 학교 급식을 포함해서 학교 교육과정으로 진행되는 모든 교육활동 재료와 비용은 무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의무교육입니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교육 특히 어린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비용대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동안 국가가 반드시 해야할 책임을 회피해 온,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연하게 시행해야 마땅한 일이기도 합니다. 

 

무상급식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이 밖에 전체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하지 않고 부모의 소득으로 아이들을 나누어서 하는 무상급식은 대상 아이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아이들과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게 합니다.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무상급식 대상에 들어서 공짜밥을 먹는 아이한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먹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어렸을 때의 상처는 평생을 안고 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밥 한끼 공짜로 주고 안주는 문제를 떠나 인권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주민투표가 오세훈 시장 말대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발의한 것이 맞다면, 서울시는 시민들의 발의에 대해 의견을 물을 수 있게 공정하게 치룰 수 있도록 진행해야 옳습니다.

 

그러나 주민투표 발의 이후 주민투표를 시행하는 기관의 장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무상급식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는 공공기관이 또는 시장이 자신이 주장하는 쪽에 찬성해달라고 독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하는 교사로서 참으로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교육적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은 민주적인 투표 방식에서 가장 옳지 않은 모습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시장 대선출마용이었어?

 

또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 이후 오세훈 시장은, 기자회견 날짜로는 최악이라는 연휴 전 금요일에 느닷없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12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참으로 어이없게도 '내년 대선 불출마 선언'이었습니다.

 

외려 이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민들은 '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대선출마용이었어?'하면서 이번 주민투표의 목적이 무상급식을 둘러싼 '복지'의 범위에 대한 것이 아닌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야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쏟아진 언론사 카피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오세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정치생명 거나

오세훈, 대선 불출마...무상급식 주민투표 '배수진'

오세훈, 회견서 "차기 대선 불출마"…사퇴는 유보

대선 불출마 선언, 오세훈이 얻는 것은?

오세훈 시장, 작년에도 대선 불출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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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불출마 선언으로 박근혜로 무게 중심 쏠리나

대선 불출마, 박근혜에게 도와달라는 뜻

오세훈 불출마 선언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오세훈, 무상급식 주민투표 '올인'…정치생명 걸어

한나라,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지지호소

오세훈 불출마-문재인 부상..대권지형 요동

무상급식 주민투표 D-10, 與野 사활걸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저는 오세훈 시장이 왜 무상급식을 적극 반대하면서, 무상급식을 가지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는지에 대해서 모르겠습니다. 무상급식을 그냥 실시하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또 정치를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분위기로 봤을 때, 무상급식을 무조건 실시하는 것이 반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오세훈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표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는데...

 

무상급식은 교육의 문제입니다

 

12일 밤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관한 곽노현 교육감과 오세훈 시장의 SBS 시사토론에서 오세훈 시장쪽은 줄곧 '복지 포퓰리즘', '망국적 포퓰리즘', '과잉복지 망령'으로 곽노현 교육감을 공격했지만, 오전에 한 '대선불출마 선언' 이후에 하는 이런 말들이 '국가를 걱정해서' 하는 말로 들릴 리가 만무합니다. 누가봐도 오세훈 시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은 SBS 시사토론에서 한 곽노현 교육감 말처럼 '교육'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입니다. 의무교육과 국가교육과정으로 이뤄지는 학교교육에서 그동안 국가가 미루고 소홀히 해 왔던 무상교육에 대한 책임으로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장교사로서 그동안 이뤄지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을 보면서 무상급식에 정치만 있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고, 그 무엇에도 이용해서는 안되는, '어린이'와 '교육'이 빠져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태그:#무상급식, #무상교육, #주민투표,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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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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