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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대전까지 택배 물품이 도착하는데 며칠이 걸릴까요? 정답은 6일입니다.

인천공항에서 휴대폰 1개를 기준으로 택배비는 얼마나 할까요? 당일 또는 익일 특급배송은 6만 원, 6일이 걸리는(?) 일반택배는 2만 원입니다. 참고로 일반택배회사의 휴대폰 1개의 통상 익일 배달  택배비는 약 4000원입니다. 특급배송은 없습니다.

왜 인천공항 독점 택배회사의 택배비만 유독 비싼 것인지는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으니 일단 여기에서는 거론치 않겠습니다. 대신 휴대폰 택배가 6일이 걸린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지난 6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제주항공 기내 좌석에 깜빡 스마트폰을 놓고 내렸습니다. 핸드폰을 두고 내린 사실을 대전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야 알았습니다. 중간에 정차한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공중전화를 통해 제주항공 측에 기내에 휴대폰을 놓고 내린 사실을 알렸습니다.

인천공항 독점 택배비는 특급 6만 원, 일반 2만 원

대전에 도착해 다시 제주항공 측에 연락해보니 다행히 기내 좌석에서 두고 내린 핸드폰을 습득해 보관 중이었습니다. 항공사 측 관계자가 핸드폰 기종과 지인 전화번호 등을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하더니 바로 계약돼 있는 택배 회사 측에 배송을 의뢰하겠다고 하더군요.

다만 제주항공 직원은 당일 또는 이틀이 걸리는 특급배송은 6만원, 보다 시간이 걸리는 일반배송은 2만원이라고 안내했습니다. 택배직원에게 착불로 배달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택배시 물품 파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내도 잊지 않더군요. 마침 일요일이 껴 있는데다 월요일 또는 늦어도 화요일에는 배송이 될 것이라는 항공사 직원의 안내에 일반배송을 외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6만 원을 주고서라도 특급배송을 의뢰했어야 했다는 것을 안 것은 며칠이 지나서였습니다. 월요일(8일) 출근을 하면서 방학 중이라 집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송료를 맡기고 휴대폰이 배달되면 잘 받아 놓아달라고 일렀습니다. 월요일에는 배송이 되지 않았습니다. 화요일(9일) 출근길에 아이들에게 다시 일러두었습니다. 하지만 화요일에도 배송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락을 받은 것도 없었습니다. 항공사를 통해 택배회사에 전달해 놓은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도 내내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꼬박 4일 동안 소식이 불통돼 업무지장이 말할 수 없이 컸지만 '내일 오전까지는 도착하겠지'하고 참고 넘겼습니다.    
  
수요일(10일) 출근길에 다시 아이들에게 일러두고 이번에는 몇 시간 간격으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 배달여부를 확인했습니다. 휴대폰은 여전히 도착할 줄을 몰랐습니다. 

택배업체, 휴대폰 배송 의뢰받고 4일 동안 '방치'  

이날 오후부터 휴대폰 배송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제주항공 측에 두 시간에 걸쳐 10여 차례 전화를 하고서야 거래하는 택배회사와 저녁무렵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공항 택배물량을 대부분 독점계약 취급하고 있는 곳은 (주)환희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국내외 40개 항공사와 택배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상 독점업체인 셈입니다.

확인해보니 제주항공 측에서 계약된 택배회사인 (주)환희코퍼레이션에 물품배송을 의뢰한 것은 지난 6일 오전 10시 40분경이었습니다. 항공사 측에서는 빠르게 배송을 의뢰한 것이죠. 하지만 물품을 넘겨받은 배송업체에서 다른 배송업체인 'CJ GLS'로 넘겨 물품배송을 시작한 때는 지난 9일 밤 8시 28분경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환희코퍼레이션 측이 꼬박 4일 동안 휴대폰을 받아만 놓고 시간만 보낸 것입니다.

택배회사(환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택배 착불료를 계좌를 통해 선납해야 배송이 되는데 입금이 되지 않아 배송이 늦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미처 착불료를 계좌로 선입금해야 배송이 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못했다"며 "이런 과실 때문에 늦게나마 휴대폰을 후불로 받기로 하고 배송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택배 착불료를 미리 선납해야 배송을 시작한다는 영업방식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6일 오전 배송 의뢰한 물품을 9일 밤 배송을 시작하고도 당사자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연유 또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운송장 정보를 통해 확인해보니 2차 배송업체인 'CJ GLS'에 의해 휴대폰이 다음 날인 10일 오전 9시 36분경 '서화성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충북 옥천터미널로 보내줘야 할 물건이 잘못 배송된 것입니다. 'CJ' 측에서 잘못 배송된 사실을 확인한 것은 10일 저녁 무렵인 듯합니다. 휴대폰은 잘못 도착한 서화성 터미널에서 하루를 보낸 뒤 11일 오전 7시 경에서야 대전 택배대리점에 도착했습니다. 

'CJ 택배' 엉뚱한 곳으로 배송 기록 삭제하기도 

10일 저녁 배송현황. 대전으로 보내져야 할 물품이 경기도 화서엥 있는 서화성터미널로 잘못 배송된 상황이 들어 있다.
 10일 저녁 배송현황. 대전으로 보내져야 할 물품이 경기도 화서엥 있는 서화성터미널로 잘못 배송된 상황이 들어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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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CJ 택배 배송정보. 서화성 터미날로 잘못배송된 기록을 삭제했다.
 11일 오전 CJ 택배 배송정보. 서화성 터미날로 잘못배송된 기록을 삭제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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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택배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집으로 배송한 시간은 11일(목) 오후 5시 경이었습니다. 도중에 택배차량으로 휴대폰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자 이미 동선에 맞춰 상차가 끝나 꺼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11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이제나 저제나 휴대폰을 기다리다 하루를 허송했습니다.

결국  인천공항 배송업체에서 저의 집까지 휴대폰이 도착하는데 6일이 소요됐습니다.  1차 택배회사인 (주)환희코퍼레이션에서 4일, 2차 택배회사인 'CJ GLS'에서 오배송으로 또 시일을 소요한 것입니다.

물론 'CJ GLS' 측에서도 자체 과실로 배달이 지연된 사실에 대해 제가 확인하기 전까지 사전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CJ GLS'측은 운송정보를 통해 9일 오후 10시 5분 경에 충북 옥천터미널로 배송을 시작한 것으로 기재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간 휴대폰은 엉뚱한 서화성 터미널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CJ GLS'측은 처음에는 배송정보에 이 같은 일을 사실대로 기재했다가 갑자기 서화성 터미널 배송 기록을 삭제했습니다.(사진 참조)  

(주)환희코퍼레이션 측과 'CJ GLS'은 이런 과실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끔' 있다는 얘기일까요? 하지만 이마저도 택배회사 측이 배달지연을 대하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볼 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배달지연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맥 없이 '휴대폰 없이 1주일 살아보기' 체험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6만원을 주고서라도 특급배송을 의뢰해야 낭패를 면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아니면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직접 물품을 돌려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2만원 택배배송 서비스를 선택하는 순간 부산까지 2주가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대전까지 6일이 걸렸으니까요.  


태그:#택배,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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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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