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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한 MBC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동아> "뭐가 문제야?"

- <경향> "실로 몰상식한 코미디, MBC 언론이길 포기한 것"

- <한겨레> "MBC, 헌법이 헌신짝?"

- <조선><중앙> 언급조차 안 해

 

지난 1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새로운 패널로 보도됐던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문화방송이 새로 개정한 방송심의규정에 의해 출연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MBC는 김씨가 오는 18일부터 <시선집중> 월요일 코너 '보수:진보 토론'의 진보 쪽 패널로 발탁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뒤 열린 임원회의는 '결정되지 않은 사실'을 홍보했다며 이우용 라디오본부장과 이진숙 홍보국장을 문책하기로 했다. 임원들이 김여진 씨 출연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없던 일로' 하기위해 책임자를 문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어 13일 MBC는 '출연자 심의규정'(일명=소셜테이너 출연 금지 법)을 최종확정했다. 지난 달 MBC는 직원들의 외부 활동을 구속하고 사회적인 발언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안팎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MBC는 이러한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출연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규정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로 인하여 회사의 공정성이나 명예와 위신이 손상되는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정출연'을 "정기적으로 반복 출연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시선집중>에 2주에 한번 출연하기로 했던 김여진 씨의 고정 출연을 무산시켰다. MBC의 규정대로라면 시사프로그램에서 조차 특정 쟁점에 입장을 가진 사람은 출연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MBC가 사회적 쟁점을 소개하고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할 공영방송으로서 역할까지 져버릴 작정인지 의문이다.

 

18일 이외수․공지영 작가, 여균동 감독, 조국 교수 등은 MBC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에 항의하며 'MBC 출연 중단'을 선언했다. 이 날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는 항의하는 의미로 MBC 정문 앞에서 '삼보일퍽'이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셜테이너 금지법은 헌번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출연자의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MBC 심의규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내용을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표1] 참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MBC의 심의규정이 "몰상식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횡설수설'이라는 칼럼에서 MBC 심의규정은 '당연하다'며 지지를 나타냈다.

 

 

경향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봉쇄한 MBC의 심의규정이 영화배우 김여진씨를 겨냥한 것이라며 "실로 몰상식한 코미디"라고 조소했다. 또 이에 반발해 이외수․공지영 작가, 조국․제정임 교수 등이 'MBC출연 거부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지식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MBC가 내놓은 이른바 심의규정이 "언론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언론사 스스로가 부정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면서 "공동체의 다양한 가치와 견해를 소통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언론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MBC에게 문제의 심의규정을 철회하고 다양한 견해를 적극 소개해 공영방송과 언론 본연의 모습을 찾으라고 주문하면서 "소셜테이너 몇 명의 입을 틀어막고, 이들의 출연 기회를 봉쇄한다고 해서 진실이 은폐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한겨레신문도 앞서 16일 사설에서 "새 심의규정은 언론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스스로 재갈을 물리는 코미디 같은 조처"라면서 "당장 잘못된 심의규정을 개정하고, 김 씨에 대한 출연금지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20일 24면 에서 언론학계와 MBC 노조의 비판을 전했다. 또 MBC 노조가 현재 MBC에 출연중인 "이덕화씨와 이순재씨 등을 거론하며 김여진씨와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덕화․이순재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공개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동아일보는 20일 [횡설수설]이라는 칼럼에서 MBC의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를 두둔하고 나섰다. 칼럼은 김여진씨가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하는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기성 언론이 소홀히 한 분야에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반값 등록금 시위 이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등 곳곳에 얼굴을 비치면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뉴스 현장에 더 자주 나타나는 배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칼럼은 "사적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공연과는 달리 공적 성격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에 정치적 편향을 막는 장치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국내의 정치적 이슈만 따라다니는 연예인이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 평화활동을 펴는 조지 클루니 같은 진정한 사회참여 연예인이 보고 싶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조지 클루니는 정치적 문제에도 적극적인 대표적 진보 영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가 하면,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기업부도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은)그들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사활동'만을 "진정한 사회참여"라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지만 조지클루니를 '봉사활동 연예인'으로 규정하는 동아일보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도 놀랍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김여진, #소셜테이너, #심의규정,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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