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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맙습니다. 들어가세요."

"네. 들어가세요."

 

어딜 들어가는 걸까. 하지만 업무적 전화 응대를 많이해보았던 이라면 많이 들어봤음 직한 대화내용이다.자신도 모르게 '들어가세요'했던 경험은 한번씩 있을 듯하다하면서도 매우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딜 들어가는 것일까. 전화를 끊으면 자신이 하던 행동을 계속하거나이동을 할 텐데 꼭 들어가라 하는것은 통화가 이루어지는 유선상에서 벗어나라는 뜻일까.


조심해야 할 것은, 요즘 유행하는 "들어가세요"라는 말은 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라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전화기가 거실에 있는 것을 가정하고 전화를 끊고나서 방안으로 들어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들어가서 그만 자라'는 것인지 도무지이 말의 출처를 알 수가 없다. 명령조이니 기분이 나쁘고 상스러우니 거북하기까지 하다.


올바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이다. 온갖 유행어들은 말을 축약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줄임말이나 합성어 등이 난무한다. 이런 단어에 따라 문장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그냥 따라 하면서도 도대체 옳은 말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를 통해서 배워온 경어법은 실생활을 통해 허물어져 버렸다.


평사원이 "회장님, 사장님은 지금 거래처에 나가시고 안계십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치자. 이말을 듣는 회장님은 화가 나야 마땅할 것이다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통용되는 것이 지금의 어법현실이다. 흔히 고객에게도 "고객님, 지금 매니저님이 안 계셔서 바로 해결해드리기 힘들겠습니다" 와 같은 어법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말 경어법 가운데서도 까다로운 것은,  이른바 '압존법'이다. 그리 어렵지 않다말그대로 풀면 '존대를 누르는 버'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높여서 표현해야 할 상황이데, 듣는이를 고려하여 존대하지 않고 평대하는 것이 바로 '압존법'이다. 예를 들어 손자가 "할아버지,엄마가 빨리 오시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손자보다 어머니가 윗사람이기에 "하셨습니다"와 같이 높여야할 것 같지만 청자인 할아버지가 주체인 어머니보다 윗사람이어서 주체를 높이지 않고 "하였습니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어렵다. 그렇다면 위에 예를 든 문장은 "회장님, 사장은 지금 거래처에 나가고 없습니다"로"고객님, 지금 매니저가 부재중이라 바로 해결해 드리기 힘듭니다" 정도로 고치면 될까.


책은 이러한 우리말 표현뿐 아니라 한자어 표현의 예도 든다. 가게를 임대했다. 상가를 임대했다는 표현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것도 틀린 표현이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임차'가 맞는 표현이다.

 

임대의 반대쪽에 있는 말이 임차이다. 임차는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이라는 뜻이다. 이를 세냄으로 순화하여 쓰고 있다. 건물이나 가게를 빌려 쓰는 것을 임차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차한 대가로 내는 돈이 임차료이다.그러니 "은행 돈을 빌려 사무실을 임차하였다." "사무실 임차료가 얼마냐?"라고쓰는 것이 정상이다.

결재(決裁)와 결제(決濟)도있다.

 

'결재'는무엇을 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것을 뜻하고,'결제'는 대금을 주고받은 당사자들 사이에 거래를 끝맺는 일을 뜻한다.전자는 "결재를 받다","결재를 올리다" 등과 같이 쓰고, 후자는 "밀린대금 결제", "어음결제"등과 같이 쓴다.


교통사고가 났을때 흔히 쓰는 단어도 유의를 요한다. 충돌과 추돌 이다. 쉽게 말하면 충돌하면 앞이 깨지고 추돌하면 뒤가 깨진다.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일상적으로 쓰는 기자의 경우라면 이러한 단어의 쓰임새에 유의해야 한다. 해서 이런 책들을 읽고는 있지만 도무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평소에 쓰는 말과 차이가 나서 그런 것일까. 한자에도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영어와 일본어식 표현에 익숙해서 문장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책을 읽으면 우리말 사용법이나 예법에 가슴이 트이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의 어법이 좀 거북한 느낌도 든다. (책머리에 국방부 배부도서라는 안내가 붙어서 일까?) 저자는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을 표방하면서 끊임없이 읽는 이를 훈계하고 있다. 이십 년 우리말을 가르친 교수의 느낌이 물씬난다왠지 권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부적절한 표현을 한 제자를 폭력으로 다스렸다는 일화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물론 꿀밤으로 표현했지만 제자가 이후로 눈도안 마주친다는 소회는 자연스럽게 그 강도를 암시하고있다.) 


여하튼 우리말 쉽지 않다. 이렇 게어려운 우리말 사용법은 나 몰라라 하고 오직 영어에 몰입하는 현실을 보면 앞으로 말의 인격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듯하다.

덧붙이는 글 | 말이인격이다/예담/조항범 지음/11,000원


말이 인격이다 -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예절

조항범 지음, 예담(2009)


태그:#우리말사용법, #인사예법, #우리말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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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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