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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늘이 드리워진 곳에는 아직까지도 눈덩이가 뽀얗게 남아있는 김천의 최남단 오지 증산면, 무흘구곡을 한 곁에 두고 진행하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도로에 생석회를 뿌리고 있는 마을 주민이었다.

도로에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 구제역 예방활동 도로에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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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증산의 내부로 진입하지만 깊이에 빠져 들수록 점점이 커져오는 현수막 글씨, 그것에 시야를 집중하노라면 왜인지 형언할 수 없는 무거운 기운이 가슴 한 곳을 내리 누른다.

도로가에 게첨되어 있는 구제역 예방 현수막
▲ 현수막 도로가에 게첨되어 있는 구제역 예방 현수막
ⓒ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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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면에는 현재 600가구 1,23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고, 이중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는 152농가, 두수는 2,228두에 이른다. 따라서 농가의 25%정도가 한우사육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어느 농촌이나 산촌지역이 그러하듯 고령인 분들이 많아 힘든 농사일보다는 조금 손쉬운 가축사육으로 전환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하여 오늘날 전국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 따라 혹 우리 지역에도 구제역이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늙은 촌부들은 경로당에 모일 때마다 뱉아내는 인사가 '오늘 너희 우사의 소는 괜찮으냐?'는 것이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에 임하고 있는 농가주
▲ 축사소득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에 임하고 있는 농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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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유입차단의 긴장으로 시달리는 증산면, 이 곳은 김천시의 구제역 예방대책에 따라 지난 1월 17일과 22일 2회에 걸쳐 관내에 사육되는 모든 한우에 대해 백신접종을 모두 마쳤다. 그러나 항체가 생기려면 적어도 보름정도는 소요되기에 그간에 혹 구제역이 유입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차단방역대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우 농가주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백신접종 한우 농가주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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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해서는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하여 면사무소에서는 매일 오전, 오후 면차량을 이용해 관내 구석구석을 돌며 구제역과 관련한 홍보방송을 실시하고 있고, 리동별 담당자들 마다 아침부터 전언예찰에 임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청암사 입구에 게첨되어 있는 수도산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사각깃발
▲ 사각깃발 청암사 입구에 게첨되어 있는 수도산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사각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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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제역 유입에 대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일찍이 수많은 등산객이 찾는 수도산 등산로 또한 폐쇄했다. 하여 지금은 국민관광지인 수도계곡과 모티길, 수도암, 청암사 등에는 찾는 이의 발길이 뚝 끊어져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의 내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조용하기만 하다.
▲ 식당 구제역 예방을 위해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의 내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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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주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예방대책에 임하고 있을까. 관내 양축농가에서는 매일매일 농장과 그 주변을 소독하고 있고, 식당에서는 일체 예약을 받지 않고 있으며, 김천옛날솜씨마을 또한 기 체험예약자들에게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해 부득이 체험을 할 수 없다며 체험료를 반환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두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하루속히 구제역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김천옛날솜씨마을 안내판, 현재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는 체험관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체험을 하지 않고 있다.
▲ 안내판 김천옛날솜씨마을 안내판, 현재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는 체험관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체험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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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행자부장관과 농림수산부장관의 담화문과 김천시 반상회보에서 밝힌 것처럼 설 명절 가족들이 찾아와도 축산농가의 방문은 자제하라는 내용에 늙은 노모들은 혹 귀향하는 아들딸들이 동네의 걱정꾸러미로 작용할까 싶어 아예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지 말기를 권유하고 있다.

증산의 한 노모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자식들에게 설 명절에도 고향에 오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
▲ 전화 증산의 한 노모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자식들에게 설 명절에도 고향에 오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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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번 설 명절은 아마도 한적하고도 썰렁한 분위기로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여 어느 리동 이장께서는 설날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주민들을 회관으로 모두 모이게 하여 함께 떡국을 끓여 먹는 방안도 구상중이라 한다.

김천시에서 발행한 구제역 예방과 관련한 반상회를 들여다 보고 있는 평촌마을 주민들
▲ 반상회보 김천시에서 발행한 구제역 예방과 관련한 반상회를 들여다 보고 있는 평촌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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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구제역 예방상황을 2개월 가까이 끌고 온 지금, 공무원과 지역주민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하루 속히 구제역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원해 본다.


태그:#증산면, #구제역, #증산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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