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제역과 AI 방역에 나선 충남 아산시 공무원들과 협력기관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한파에 얻어맞으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등 탈진 직전에 있다.

 

아산시 홍보실에서 공보팀장으로 근무하는 이문영(48·행정6급)씨. 오전 6시쯤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 세운다. 잠에서 깨자마자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소리는 "휴∼"하는 한숨·한탄 소리다.

 

전날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했지만, 늦은 시각까지도 인터넷과 TV 등 언론매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혹시나 자신이 놓치고 있는 정보가 없는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심초사하는 것은 전국이 온통 구제역과 AI로 발칵 뒤집힌 까닭이다.

 

24일 오전 현재 아산에서만 벌써 AI 1건에 구제역 2건이 터졌다. 모두 합하면 7건의 의심신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축산 농가는 발칵 뒤집혔다.

 

이 팀장은 요즘 아산시청이 아닌 아산시농업기술센터로 출근한다. 최근 전국을 뒤덮고 있는 구제역과 AI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이원화 돼 있던 본부와 상황실을 통합해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아산시장실도 임시로 이곳으로 옮겨 설치했다.

 

이 팀장은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신속·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관련된 홍보사항을 확인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근 시간인 8시30분보다 20∼30여 분 앞서 본부에 들어선 이 팀장은 과중한 업무와 피로에 찌든 자신의 자화상을 동료들에게서 본다.

 

눈은 퀭하고, 조금 과장하자면 눈가의 다크서클은 턱 밑까지 내려와 있으며 처진 어깨는 책상 밑까지 내려갈 지경이다. 손은 번갈아가며 반대쪽 어깨를 연신 주무른다. 일부 남자 직원은 귀찮고 힘들어서인지 면도도 하지 않아 수염이 시커멓게 얼굴을 덮고 있다. 이들의 얼굴에서는 도무지 생기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컴퓨터를 켜고 커피 한 잔을 타 마시는 둥 마는 둥 잔을 비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현재까지 무슨 일 없었습니까?"

 

 

오전 8시30분, 본부장인 복기왕 시장과 차장인 김석중 부시장, 통제관인 유재범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비롯해 상황실장인 각 실·과장, 그리고 5개 반 반장 및 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황보고가 시작된다.

 

각 초소 운영상황, 물품보급사항, 피해현황, 미담사례 등 전날 이뤄진 일과 오늘 할 일, 시장의 지시사항 이행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컴퓨터와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낸다. 그나마 한동안 안전지역으로 인식되던 아산시도 구제역과 AI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타격을 입은 데다, 확산 추세에 있는 터라 본부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오후 8시30분까지 근무를 한 직원들은 다음 팀과 교대를 하며, 교대한 팀은 다음 날 오전 8시30분까지 근무를 한다. 이렇게 24시간 상시 비상연락망 운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상황 해제 시까지 운영된다.

 

본부는 총괄반, 행정지원반, 방역통제초소 설치·운영반, 매몰처리반, 예방접종반 5개 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반은 반장(과장급) 1명과 반원 6명으로 짜여져 있다. 25일부터는 10개 반으로 늘릴 방침이다.

 

소에 차이고, 밟히고, 눌리고, 부러지고...

 

내근 근무자들은 그나마 자신들은 "현장근무자들에 비하면 편하게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초소 등 현장근무자들을 격려해줄 것을 호소했다.

 

방역초소와 이동통제초소, 환적장, 그리고 접종팀 근무자들은 연일 계속되는 한파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몸을 사려가며 구제역 및 AI와 싸우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시에서 고용한 민간용역근무자들과 협력 기관인 군인, 농·축협 직원, 수의사, 수정사들도 마찬가지다. 벌써 3개월여 동안 이런 지긋지긋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예방접종을 하던 수의사 김아무개씨가 소에 눌려 무릎 탈골절의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외에도 소에 차이거나, 밟히는 등의 사고로 인해 잔부상을 입는 근무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자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겪는 고통과 어려움, 또 근무자들이 추후 겪을 정신적 장애 등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재 아산은 16개 방역초소에 민간인 64명, 군인 12명, 농·축협 6명, 공무원 51명 등 일일 총 133명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10개 이동통제초소에는 일일 24명, 2개 환적장에는 일일 6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또 접종팀에는 수의사, 수정사, 농·축협 직원, 읍면동 직원 등 40명이 11개 팀으로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야간 근무와 매립지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

 

 

주무부서인 축산과의 윤재성 과장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야간 근무와 살처분 후 매립할 부지를 찾는 것을 꼽았다.

 

윤 과장은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초소 근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야간 근무자들은 고충이 몇 배는 더하다"며 "직원들과 협력 근무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한파로 살처분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으며, 무엇보다 수차례에 걸쳐 살처분을 해 부족해진 매립지를 선정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며 "토지주들이 쉽게 승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본부 통제관을 맡고 있는 유재범 아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열심히 하는데도 계속해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상황이 종료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방역업무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윤재성 과장은 "코앞에 둔 올 설에는 약 3500만명의 귀성객들이 움직인다"는 예상을 전한 뒤 경각심 제고를 강조하며 귀성객들에게 축산농가 방문 자제 및 축산농가의 모임 자제, 그리고 축산농가 자체소독과 사료차, 분뇨차, 축산물 운반차 사용자들에게도 자체 소독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산, #구제역, #AI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