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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성금입니다. 정부는 '2005년까지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끌어올리겠다'며 수도권 시민들에게 물부담금을 강제징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물부담금은 징수근거조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수도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자발적이지 않게' 징수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과 오마이뉴스는 이의 문제점과 대책을 모색하는 기획을 8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상수원은 끊임없는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수원은 끊임없는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신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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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직원이 있습니다. 사장은 1999년, 그에게 특별한 프로젝트를 맡겼습니다. 프로젝트의 기한은 2005년까지. 하지만 2010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프로젝트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직원은 시말서를 써도 모자랄 이런 상황에 평가를 받는 것조차 거부합니다. 심지어는 사업비를 더 늘리겠다고 선언합니다. 사장은 이 프로젝트에 그동안 쓴 사업비의 지출현황과 회의록 등을 점검하겠다고 하지만 직원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업비를 사장은 왜 결재해주냐고요? 이 사업비는 사장님 댁 수도요금에 통지서에 통합고지 돼 상수도요금을 낼 때 자동으로 결제되기 때문입니다! 이 직원의 이름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고, 속 터지는 사장님 이름은 '국민'이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상수원 수질개선', 사업비 항목은 바로 '물이용부담금'입니다. 10년여의 기간 동안 3조 5845억 원이 투입되었으나, 내용을 알 수 없는 이 극비의 프로젝트 내막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물이용부담금 정보공개청구, 3건 중 2건 '비공개'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비공개, 이의신청 결과도 비공개!
 회의록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비공개, 이의신청 결과도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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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제가 한강유역환경청에 요구한 물이용부담금 관련 행정정보공개청구는 총 3건이었습니다. 물이용부담금을 운용 및 관리주체인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회의록(2006~2010)과 물이용부담금으로 매수한 토지현황(2000~2010), 물이용부담금 항목별 사업실적 및 사업효과 평가서 등입니다. 3건 중 2건이 비공개 처리되었습니다.

'상수원 수질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데요. 문득, 사업비(물이용부담금) 3조 5845억 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나'라는 생각에 화가 났고 이 기금을 운용·관리해왔던 수계관리위원회는 '그동안 뭘 했는가' 궁금해졌습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참석하는 이 회의에서 수질개선을 요구해야 할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지 않아 답답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개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경기도의 입장으로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지요.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서 시민을 대표해 이 위원회에 나갔던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요?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 했습니다. 되돌아온 답변은 역시 '비공개'. 사유는 정보공개법 제 9조 제 1항 제 6호와 환경부 행정정보 공개에 관한 규정 5조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비공개에 해당하는 사유를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정보공개법 제 9조 제 1항 제 6호에 중 '다'항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일 경우 비공개 조항에 속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나눈 이야기는 사생활일까요? 사담으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고 있었다면 이는 큰 문제라고 보여지는데요. 사장님(국민)이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했냐고 물었더니 '사생활'의 비밀 혹은 자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답을 거부하는 직원(한강유역환경청)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00년~10'년 자료는 없고 09~10' 자료는 있다?

땅은 샀으나 매수실적은 구획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땅은 샀으나 매수실적은 구획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 신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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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특별 기금인 만큼 이 돈은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서 쓰여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물이용부담금 사용처의 약 20%를 차지하는 토지의 매수 사업은 강으로부터 먼 곳의 땅을 사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수질개선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토지매수사업 현황이 궁금해진 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토지를 매수한 지역의 지번과 해당 매수금액을 알고 싶다는 행정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비공개'였습니다. 지번과 금액이 공개될 경우, 인근 토지 가격이 매수금액에 따라 형성되어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의신청을 내 '매수한 땅의 실적을 연도별로 구획만 확인해줄 수 있을 정도로만 표시 해달라'고 했으나 돌아온 답은 역시 '비공개'. 사유는 매수실적의 연도별 구획 확인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서 땅을 사들였으나 어디에 샀는지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참 이상한 행정처리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2009년과 2010년 2년에 걸쳐 토지매수사업현황을 알고 싶다고 다시 한번 청구하자 이번에는 공개대상이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요구했을 때는 자료가 없어서 공개하지 못한다더니, 2009년과 2010년 자료를 요구했을 때는 너무 쉽게 공개됐습니다. 관련 자료를 2009년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아니면 담당자의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공개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걸까요?

11월 18일 이후 '공개통보'를 받은 뒤 설레는 마음으로 정보를 기다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정보는 오지 않습니다. 공개통보가 되면 정보공개법 18조 1항에 의해서 이의신청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 창구를 통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 몇 번을 문의한 끝에 공개일로부터 보름이 넘게 지난 12월 6일 관련 파일이 도착했습니다. 소축척지도에 큰 동그라미로 표시해서, 해당 매수 지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아주 불친절한 자료였습니다.

참여정부 78%→실용정부 67%... 낮아진 정보공개율

이 직원(한강유역환경청)은 자신의 업무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어려운 법조항을 끌어다 붙이는 게 불가능할 때는 아주 최소한의 자료만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물이용부담금 사업별 집행실적 및 효과를 요구한 정보공개청구에선 2.5페이지의 단촐한 문서가 돌아왔습니다. 개별사업의 취지와 사업에 들어간 예산만 아주 간단히 표기한 자료입니다.

적어도 집행실적과 효과를 요구할 때는 상수원 수질이 얼마나 개선되어왔는지에 대한 현황과 그간 사업을 평가하면서 보완해야 할 점과 확장해야 할 사업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기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단촐하고 형식적인 보고서를 받아든 우리의 사장님(국민)은 직원을 야단칠 수도 없습니다. 아아, 답답한 현실입니다.

국회의원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가 물이용부담금 관련 자료라고 한 보좌관은 말합니다. 제가 청구했던 정보공개 사례에 비추어 감히 국민을 빙자해 한강유역환경청을 비판했지만, '공개청구 무시당한 자의 유치한 기사로군'이라고 넘길 일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경건 교수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율은 참여정부 당시 평균 78%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평균 67%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제가 청구했던 행정정보공개요구에 비공개 된 사항들은 어쩌면 법적 근거 하에 정말 비공개 대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백 가지 비공개 사유를 만들고, 굳이 해당하는 법을 거기에 맞춰가면서까지 정보 공개하기를 꺼린다면 행정정보공개제도는 왜 만든 것일까요?

행정정보공개제도의 의미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소개되며, 덧붙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행정정보공개제도가 '공개를 위한 공개제도'가 되길 바라며, 자료공개를 거부하는 우리의 직원(한강유역환경청)이 하루빨리 사장님(국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길 바랍니다.



태그:#물이용부담금, #한강유역환경청, #정보공개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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