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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조의 조립식 건물같다. 그러나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건물이란다.
▲ 퐁피두센터의 겉 모양 철골조의 조립식 건물같다. 그러나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건물이란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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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에 들어간다는 퐁피두센터(Center Pompidou)는 1977년 실용주의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에 의해서 건립되었다고 한다. 내가 볼 때는 철골 조립식의 짓고 있는 건물처럼 내장을 전부 드러내어 좀 흉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의 외양보다는 실용주의적인 면을 강조하여 재미있게 지은 건물이라고 했다.

먼저 6층으로 올라갔다. 6층은 식당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들어갔다. 식당 탁자에는 긴 병에 모두 긴 가지의 장미꽃 한 송이가 꽂여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차림표를 가져와서 보니 전부 9불 이상인 것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가장 값싼 음식을 시킨다고 9불짜리를 시켰더니 또 차림표를 내어 놓으면서 주문하라는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는데 알고보니 먼저 주문 받는 것은 음료수이고 나중에 받은 것은 음식을 주문 받은 듯 싶다.

내 주위에 점심을 먹는 이들이 전부 희멀건 백인들이다. 퐁피두센터를 오는 이들은 적어도 예술을 즐기는 서양의 상류사회층이리라. 겉으로 보기에도 돈 있게 보이고 옷차림도 세련된 사람들이다. 하여튼 퐁피두센터 식당에서 제일 값싼 식사를 했는데도 30불 이상을 써 버렸다. 전라도 촌놈이 유럽의 상류사회에 끼여서 좀 비싼 점심을 먹은 셈이다.

퐁피두센터의 전시장에 들어갔다. 나야 미술 쪽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둘러보는데 도대체 예술이란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기를 결합해 놓은 사진, 자동차를 납작하게 부수어서 벽에 걸어 놓은 것, 별 것도 아닌 동영상을 틀어 놓은 것, 몇 개의 전시관을 돌아보았으나 재미도 없고 이해할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오히려 밖에 나오니 퐁피두센터 마당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 연예인들의 굿판이 훨씬 재미있었다. 코미디언이 마당놀이를 하는데 관광객을 놀이에 끌어들여 함께하면서 재미와 웃음을 주었다. 또 아마추어 음악가가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춤추는 사람 등등, 그들 앞에는 동전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굿판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동전을 넣어 주고는 했다. 그림에 별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퐁피두센터 마당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 연예인들의 굿판이 퐁피두센터 안에서 값을 주고 보는 그림 감상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퐁피두센터를 나와서 이제 호텔로 가려고 호텔 방향으로 걸어오다가 세느강가에 들어섰다. 세느강, 미라보 다리, 이름이 시적이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갖고 왔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강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우리의 한강처럼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강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느강가에 앉아서 말을 나누기도 하고 세느강의 강변길을 달리기도 했다. 처음 생각은 세느강의 유람선을 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나 파리까지 와서 세느강의 유람선을 타보지 않는 것은 좀 아쉬울 듯 싶었다.

그래서 배를 탔는데 배 안은 모두 파리를 처음 찾는 관광객인 것 같다. 8곳의 배 타는 곳, 나루터가 있었는데 나루터마다 많은 관광객이 타고 내렸다. 배의 가장자리 창가에 앉아서 파리의 똑같은 회색빛의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파리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이 사람들은 옛 것을 잘 보존하여 파리 시내 전체가 큰 문화유적지의 관광지가 된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뿌리고 간 돈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유람선을 타는 나루터마다 많은 관광객이 타고 내렸다. 프랑스는 관광의 나라이다.
▲ 세느강의 유람선 유람선을 타는 나루터마다 많은 관광객이 타고 내렸다. 프랑스는 관광의 나라이다.
ⓒ 조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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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어느새 에펠탑의 바로 밑까지 와 있었다. 에펠탑을 제일 가까이 바로 밑에서 보는 것이다. 웅장한 구리 철근 덩어리,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 역시 대단한 프랑스의 자랑이었다. 에펠탑은 보는 시점과 장소에 따라서 보는 이들에게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낮에 샤이오궁 광장에서 바라볼 때는 사람이 만든 경이로운 높은 구조물처럼, 오후 11시 넘어서 보았을 때는 빤짝빤짝 불꽃놀이 하는 아름다운 탑처럼, 세느강의 유람선에서 본 에펠탑은 거대함과 웅장함이었다.

거대함과 웅장함에 감탄했다.
▲ 세느강의 유람선에서 바라 본 에펠탑 거대함과 웅장함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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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하는 것 처럼 아름다운 탑이다.
▲ 밤의 에펠탑 불꽃놀이 하는 것 처럼 아름다운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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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파리는 낮은 어두움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서 세느강의 북부 끝에서 내렸다. 10월 초이지만 파리의 날씨는 우리의 늦가을의 날씨처럼 소슬하다. 우리나라는 9월 이어서 따사로운 햏볓이 보둠어 주었는데 낮선 다른 나라에서 올 한해를 보내는 듯한 늦가을 기분을 느낀 것이다.

세느강변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가 아직 해가 안 떨어졌는데 뭔가를 더 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까 유람선을 타다가 그 웅장함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세느강변에 있는 노틀담사원(Cathedrate Notre Dame)을 보러 갔다. 노틀담사원에 가면서 1996년에 나왔던 애니메이션 영화 <노틀담의 꼽추>가 생각이 났다. 지금도 사원의 종을 치는 꼽추, 콰지모도가 살고 있을까 하는 당치도 않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노틀담사원이 어두움속으로 점점 웅대한 자태를 감추고 있다.
▲ 세느강변의 노틀담사원 노틀담사원이 어두움속으로 점점 웅대한 자태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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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사원은 1163년 모리스드셜리(Maurice de sully) 파리 주교에 의하여 건축되어 약 3세기에 걸쳐 완공되었다는데 유럽 최고의 고딕 양식의 결정체라고 한다. 노틀담성당은 너무나 웅장했다. 후문 쪽은 모두 잠겨있고 담벽도 쇠창살로 되어 있어서 들어갈 틈이 없었다. 담을 따라 걸으니 앞에 넒은 광장이 있는 정문이 나왔다. 세계에서 온 많은 관광객이 수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마치 축제의 뒤풀이를 즐기는 것처럼 들뜬 표정들이다.

관광객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성당 안에는 캄캄하며 촛불이 켜 있는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프랑스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이 있으며 장미의 창이라고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보석으로 된 많은 볼거리들이 있다는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어두움 속에서 예수님 및 마리아의 상이 촛불 속에 서 있었다. 이것이 소원을 비는 촛불이라는 것이다. 노틀담의 타워에 올라가면 파리 시내가 모두 보인다는데 거기까지는 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밖은 어두워졌다. 이제 호텔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쉽게 호텔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서 혼자 우리 호텔을 찾아가고 싶었다.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서투른 영어로 물어서 조금씩 이동했다. 이때서야 내가 그동안 배운 영어가 얼마나 엉터리였는가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것이다. 생각을 얼른 상대방에게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금방 호텔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못 찾겠다. 아마 호텔 주변에서 뱅뱅 돌고 있는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어 택시를 탈까도 생각했는데 택시가 우리나라처럼 아무데서나 손을 들면 서주는 것도 아니다. 택시 승강장에서만 탈 수 있나 보다. 파리사람들은 참 친절했다. 자기 일은 아니지만 친절하게 알려준다. 외국인이 길 물어보는 것을 귀찮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파리 사람들을 일등 국민이라고 하는 것일까. 친절한 파리 사람들 덕택으로 물어물어 루이스 2(Louis Ⅱ) 호텔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를 여행했습니다.



태그:#노틀담사원, #파리, #퐁피두센테, #세느강,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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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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