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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침묵을 지키던 이명박 정권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언론의 '불법 민간인 내사 파문' 보도 뒤에도 10여 일간 침묵을 지키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7·28 재보선을 앞둔 청와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야당의 주장처럼 '영포게이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조기 진화의 방식으로 "꼬리자르기"(민주당 논평)를 택했다는 의심도 떠오르고 있다. 총리실이 지난 주말 조사에 착수해 불과 이틀 만에 이인규 지원관 등 4명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발빠르게 공표한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을 진화하는데 청와대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왕차관' 박영준 "공직윤리지원관실 관여 안해"

 

이명박 대통령의 '비선 라인'으로 의심 받고 있는 영포목우회의 이원 전 회장은 5일 오전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영포목우회는 회원명부도 없는 친목 모임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영포목우회와 전국포항향우회연합회 등 7개 단체와 함께 '항의서'를 발표해 "정략에 의한 사실 왜곡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야당과 언론을 성토했다.

 

그에 따르면, 이인규 지원관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영포목우회 회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 역시 '정무직'으로 5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모임에 들어올 수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 전반기 '왕비서관'으로 불렸고,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박 차장은 자신이 주도해 지난 정권의 사직동팀과 같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신설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면서 "해당 언론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7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질 때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그해 6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사퇴하고 전국의 산과 바다를 돌아다녔고, 7월 28일부터는 보름 정도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상식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충분히 납득되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국무차장 근무 기간 1년 동안 아프리카 등 6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할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차장은 이인규 지원관에게 '직보'를 받았다는 이영호 비서관이 MB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극구 부인했다. "이 비서관이 한 번도 가입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세간의 의혹과 달리 영포목우회와 무관하고, 청와대나 이명박 대통령의 '비선 라인'도 아니라는 게 박 차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윤리비서관실이 내 사조직이라는데, 어떤 근거인지 해당 언론의 해명을 요구한다"며 "해명하지 못하면 사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공세 강화한 민주당 "정권 보위를 위한 별동대, 몸통 은폐 시도"

 

이처럼 당사자들이 나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신건)는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열고 당 차원의 대응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영포목우회를 "정권보위를 위한 별동대형 비선조직"(조영택 위원)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공언했다. 이 지원관 등 4명에 대한 총리실의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몸통과 배후를 은폐하기 위한 조사였을 뿐"(노영민 대변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략은 명확하다. 이번 사건을 7·28 재보선까지 이어가면서 반MB정권의 결집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회 청문회와 특검, 국정조사 등 단계별 대응 방안을 세워 놓은 것도 이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총리실이 나서 불법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야당의 공세를 정략으로 몰아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1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앞다퉈 불법 민간인 사찰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경에는 이 문제가 지방선거 참패, 세종시 부결에 이은 레임덕 가속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코 앞으로 다가 온 7·28 재보선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은 "7·28 재보선은 이미 끝났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태그:#영포목우회, #이명박, #박영준, #민주당,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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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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