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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 국가 공휴일이기도 한 사월초파일에 절을 찾아가 재를 올리고 연등을 하는 풍속이 있다. '열양세기',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등의 숫자를 자녀 수대로 하고 남보다 크고 높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렇게 그 예로부터 등은 불타의 진리를 밝히고 그 진리가 사방에 퍼지는 것을 상징한다. 연등의 모양도 헤일 수 없이 많다. 과일 모양, 연꽃 모양, 동물 모양 등 소원을 밝히고자 하는 기도의 내용만큼 다양하다. 범어사에 오니 갖가지 연등이 등산객과 불자들을 반겨주었다.
 

 
돌아오는 5월 21일이 석가모니 탄생일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범어사 산문을 넘으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많은 연등 터널 아래 인파가 사월초파일처럼 많이 붐비고 있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석가모니 탄생일이 되면 독실한 불자가 아니라도, 저처럼 아름다운 연등이라면 하나 밝히고 싶을 것이다. 나도 연등 하나 사서 밝히고 싶었지만, 내가 사는 주거지의 동네 작은 절에 이미 연등을 달아서 마음의 연등을 하나 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옛날 사람들은 산의 바위마다 부처를 새겼다지만
나는 내 마음 속에 부처를 새기겠노라.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너무 작아서
알아 볼 수조차 없는 부처를.
10년이고 20년이고 나는 부처를 새기겠노라.
마음 속 깊이 깊이
마음 속에도 후미진 곳이 있다면 그곳에.
설령 내가 새긴 부처가
나를 배반하고 나를 죽일지라도
나는 부처를 새기겠노라.
오직 한 생각으로.
- 김형영 '부처'
 
 
범어사 절마당엔 연등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등을 접수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진분홍빛, 진노랑빛 등 색깔이 고운 연등에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이름들이 적힌 알록달록한 연등 행렬을 구경하니, 그동안 세속에 찌들었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사월초파일은 불자만의 날은 아닌 것 같다. 엄마를 따라온 초·중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기를 업은 애기 엄마가 연등 아래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문득 났다.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셨으나, 사월 초파일에는 꼭 절에 가셨다. 어릴적 나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사월초파일만은 어떻게든 따라서 절에 갔다.
 

범어사는 금정산에 소재한 천년 사찰.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 금정산 산마루에는 금빛을 띤 우물이 항상 가득 차 있으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속에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금샘'이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금빛고기와 황금우물 그리고 산 이름을 따서 금정산 범어사라고 절 이름을 지었다. 범어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불자가 아니라도 문화재가 많아 전국의 관광객들과 부산 시민이 즐겨 찾는 사찰이다.

 

그래서일까. 범어사 연등은 한마디로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화려했다. 오색 화려한 연등 행렬은 절마당에서 하늘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나는 아름다운 연등 터널 아래서 한 해의 안녕과 가족들의 건강을 손 모아 기도했다. 같이 온 일행 중에 기독교 신자도 있었지만, 그도 일행과 같이 연등 아래서 기도했다. 


태그:#범어사, #연등, #사월 초파일, #기도,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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