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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치료를 받고 아픔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린 빨리그림(크로키)
통증이 선마다 묻어나지 않나요?
▲ 잇몸아픈 것을 참으며 한 빨리그림(크로키) 잇몸치료를 받고 아픔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린 빨리그림(크로키) 통증이 선마다 묻어나지 않나요?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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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잇몸이 살살 아프더니 그날 저녁부터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뜻하지 않게 밤을 새는 술자리에서 제법 무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그 아픔이 턱과 귀를 타고 머리끝 까지 올라오더군요.

집에 돌아와 병원에 가야 할 텐데 몸이 천근만근이고 잇몸이 아픈 것은 만근억근이라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그냥 잠에 빠져들었지요.

자고 일어나니 다시 밤. 그사이 원하던 바와는 다르게 잇몸은 더 심하게 부었고 통증도 더 심해졌네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몸을 좀 챙기는건데 낮과 밤이 바뀐 생활로 무리를 좀 했더니 바로 몸이 복수를 하는구나! 응급실에라도 달려가 볼까 하는 마음셈까지 생겼지만 그것보다 더 센 것은 다 귀찮다는 느낌. 집에 있던 진통제와 소염제를 먹고 가라앉길 기대하며 다시 잠으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죠. 그나마 어느 정도 기운은 차린 것 같아 평소 다니던 치과에 전화를 했는데 예약 손님이 많이 밀려있다네요. 어쩔 수 없이 집 가까이에 있는 치과를 찾아갔어요. 치아관리에 대해서 잔소리(?)를 들으며 짧은 비명을 몇 번 지르고 나니 진료가 끝났지요. 사실 치과치료는 별거 아니에요. 안아파요. 하,하,하... 눈물을 닦아내고 치료의자에서 내려오니 그나마 진통이 가라앉았었는데 다시 욱씬거리는 아픔이 더 심하게 느껴지네요. 얼른 약국에 달려가 처방약을 받았는데 약이 독하니 식후에 먹으라고 하네요. 늘 하던대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온지라 잠시 고민하다가 서둘러 친구와 만나기 위해 전철을 타러 갔지요. 친구 만날 기쁨보다 만나자마자 밥을 먹고 약을 먹을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런데 전철을 타고나니 통증이 더 심해지네요. 너무 아픔이 심해서 자꾸 눈물이 나왔으니가요. 주르르 흐르는 눈물. 아이고 창피해라.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고 율무차를 눌렀지요. 결국 '식후 30분 후'를 지키지 못하고 진통제가 들어있는 처방약을 먹은거지요. 전철을 타고 나서도 아픔은 여전하고 눈물도 주르르 흐르고... 결국 아픔도 잊을 겸 억지로라도 크로키를 하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맞은 편 크로키할 사람을 찾다보니 아지매가 눈에 띄네요.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단단히 추위에 대비를 한 복장이 도매장을 보러가는 길일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일까? 아, 아니, 아니, 무엇보다 이가 너무너무 아파요~!

잇몸통증이 가라앉으니 그림그리기가 훨씬 편해졌다. 아플 때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눈에 띄게 난다
▲ 통증이 좀 가라앉은 후에 그린 빨리그림(크로키) 잇몸통증이 가라앉으니 그림그리기가 훨씬 편해졌다. 아플 때와 비교해보니 차이가 눈에 띄게 난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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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반, 콧물 반, 아픔에 휩싸여 크로키를 했습니다. 아픔을 참으며 연필을 휘이휘이 그어나갔지요. 나중에 보니 그렇게 휘이휘이 꾹꾹 눌러 나간 선에서도 잇몸통증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두 번째 크로키를 할 때쯤에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는지 선 느낌도 다르네요. 물론 아직도 잇몸통증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치과치료를 받은 후라 훨씬 낫습니다. 신경이 계속 쓰여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젠 눈물이 나지 는 않아요. 이번 기회에 생각몰이를 좀 해서 더 멋진 그림을 그릴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야겠어요.

잇몸이 너무 아파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크로키를 하다 보니 문뜩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서 문화예술정책이 딱 치통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너무 느슨해졌던 것은 아닐까? 그러다보니 잇몸건강에 별로 신경 안 쓰다가 이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렇다면 이를 약으로 삼아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더 열심히 문화예술 활동을 해야겠지요. 그래, 아무리 아파도 크로키는 하는 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 관료들이 이 비유를 알아 먹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된 것을 알았으면 자기들한테 고맙다고 하라고 큰소리를 칠 무리들인지라 별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되네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러그들과 다음 뷰 등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빨리그림, #크로키, #치통, #문예활동, #문화예술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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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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