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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에서 세운 돌산종주 등산코스 안내판. 돌산대교에서 향일암까지 32km, 11시간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수시에서 세운 돌산종주 등산코스 안내판. 돌산대교에서 향일암까지 32km, 11시간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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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돌산종주를 하다

여수 끝에는 다리로 이어진 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큰 섬으로, 이름은 8개의 큰 산이 있다는 뜻에서 산(山)·팔(八)·대(大)자를 합하여 돌산도(突山島)라 부른다. 그 섬에는 산등성이만 따라가는 산길이 있다. 산행인들 사이에서 돌산지맥으로 알려진 산길. 몇 해 전부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 여수시에서 산길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이름 하여 '돌산종주 등산코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까지 무려 32㎞다. 걷는 시간만 11시간이라니. 산행기에 올라온걸 보니 길게는 13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나도 한번 걸어 볼까? 무한도전!

어두워서 시작한 산행은 어두워서 끝이 나다

2월 6일 새벽. 택시를 타고 돌산대교를 넘는다. 대교 왼편으로 돌산공원 오르는 길이 있다. 대교 조명은 꺼졌다. 이른 새벽 바쁜 차들이 열심히 달려간다. 다리 아래로 검은 바다에는 노란 불빛이 일렁인다. 날씨는 쌀쌀하다. 입구 표지판은 돌산종주코스를 안내한다. 32㎞, 11시간 걸린단다.

돌산대교 새벽 야경. 돌산종주 길의 시작.
 돌산대교 새벽 야경. 돌산종주 길의 시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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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5시 50분. 잔뜩 웅크리고서 랜턴을 비추며 공원으로 오른다. 돌산공원에 올라서서 차가운 돌산대교 야경을 구경한다. 아름답다. 공원을 지나 산길을 걷는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간다. 여수시내 야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백초마을을 지난다. 어둠에 잠긴 마을에 연한 가로등 불빛이 길을 알려주고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나온다.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 포장도로를 따라가니 경고판이 보인다. 군부대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둠속에서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군부대 초소까지 왔다. "정지. 정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돌아가란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매다 날이 밝아온다. 산길로 다시 올라온 길도 군부대 앞. 길은 군부대 못 미쳐서 가드레일을 넘어가야 한다. 갈 길이 바쁜데….

새벽을 여는 여명.
 새벽을 여는 여명.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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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을 돌아가는 길에 나무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바다에서 해가 떠오른다. 일출이 나무사이로 가린다. 산길을 뛴다. 아깝다. 해는 바다에서 떠올라 버렸다.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쉰다.

길은 계속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마을도 지나고, 바다도 만난다. 소미산, 대미산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본산에서 수죽산을 지나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도 탄다. 맞은편으로 돌산에서 제일 높은 봉황산이 따라간다. 길을 건너고 다시 갈미봉으로 오르는 길. 경사가 무척 심하다. 다리는 풀린다. 관절은 삐걱거린다.

돌산에서 제일 높은 봉황산 정상. 걸어온 길이 24km다. 향일암까지 7km를 남겨두고 있다.
 돌산에서 제일 높은 봉황산 정상. 걸어온 길이 24km다. 향일암까지 7km를 남겨두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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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은 지 11시간이 넘어간다. 발바닥은 쓰리고, 허벅지는 단단해진다. 봉황산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해는 바다에 가까워진다. 섬은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바다는 검은빛으로 반짝인다. 율림치에 다다를 무렵 어둠이 밀려오고 바닷가 마을은 노란전등이 켜진다. 저 마을 어딘가에서 피곤한 몸을 쉬고 싶다.

돌산종주 길의 매력 1. 일출과 일몰 감상

어둠을 뚫고 시작한 산길은 산등성이에 올라서면서 바다 너머로 붉게 피어나는 여명을 본다. 그 검붉은 색이라는 게 무슨 마법에 걸릴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까만 바다가 붉어지는 아침. 그 위로 해가 떠오른다. 커다란 배와 어울린 바다 일출. 장관이다.

산행 중에 만난 일출.
 산행 중에 만난 일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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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후 어둠에 잠겨가는 다도해.
 일몰 후 어둠에 잠겨가는 다도해.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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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저녁까지 이어지다보니 일몰도 본다. 바다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섬들을 까맣게 어둠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붉게 사그라지는 일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섬들이 어둠에 잠기면서 노란 전등이 하나둘 켜지는 모습. 아름다운 밤바다 풍경이다.

돌산종주 길의 매력 2. 푸른 바다와 두둥실 떠있는 섬

돌산도는 남쪽으로 바다를 가르며 길게 늘어선 형태다. 산길은 능선을 따라가며 바다 사이로 흐른다. 양쪽 어디를 내려다보아도 바다가 보인다. 산행시작인 돌산대교에서 산행 마지막인 향일암까지. 바다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난다.

산을 조금 올라서면 오동도와 수많은 배들을 볼 수 있다. 소미산에 올라서면 작은 섬들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대미산 월암산성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장관이다. 무술목을 아슬아슬 넘어오는 도로와 그 양편으로 하늘을 닮은 바다가 파랗게 펼쳐진다. 양식장의 부표도 그림이 되고, 조용한 바다에 하얀 궤적을 남기는 고깃배도 아름답다.

소미산에서 바라본 바다.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소미산에서 바라본 바다.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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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산에서 본 바다 풍경. 섬과 어울린 양식장이 아름답다.
 대미산에서 본 바다 풍경. 섬과 어울린 양식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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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목을 건너 여수로 이어지는 길. 저 산등성이를 타고 새벽부터 걸어왔다.
 무술목을 건너 여수로 이어지는 길. 저 산등성이를 타고 새벽부터 걸어왔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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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산을 넘으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금오도가 막아서고 월호도, 두라도, 자봉도 등 수많은 섬들이 검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에 떠있다. 항상 보던 바다가 아니다. 신 새벽 까만 바다에서 햇살을 쨍쨍 받는 시린 바다, 그리고 어둠에 잠겨가는 검은 바다까지.

돌산종주 길의 매력 3. 계속 이어지는 산

산을 즐기는 매력은 오르고 내리기. 올라간 산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면 힘들기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계속 있기에 끝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처음 시작하는 돌산공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고, 이름 없는 무명봉들을 오르내리다가 바닷가로 다시 내려서서 올라가는 소미산(208m). 무술목을 가로질러 가파르게 올라가는 대미산(359m).

갈미봉 오르는 길. 나무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길. 부드러운 산길과 가파른 길이 반복된다.
 갈미봉 오르는 길. 나무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길. 부드러운 산길과 가파른 길이 반복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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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걷듯 올라선 산은 본산(273m), 산 정상에 대나무가 자라는 수죽산(300m)과 숲속에 숨어있는  봉화산(328m). 다시 내려섰다가 깎아지른 듯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면 갈미봉(331m). 조금 더 올라서니 돌산 최고봉인 봉황산(460m). 다시 무명봉을 오르고 내리다가 만난 산 금오산(323m). 그리고 향일암을 품고 있는 작은금오산(247m)까지.

누군가 지리산 종주보다 힘들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바다와 맞닿는 곳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15차례 이상을 한다. 표고 차는 400m 내외지만 낮은 산이라고 힘들지 않은 산이 아니다. 열심히 올라갔는데, 다시 그만큼을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길이라니. 힘들지만 매력이 넘치는 산길이다.

덧붙이는 글 | 돌산종주 시 참고사항

1. 포장도로를 만날 때 길을 잃을 수 있다. 다음 길을 알리는 표지목이 건너편으로 보이지 않으면, 도로를 따라 가다 100m 안에 만날 수 있다. (명성주유소~, 진모마을~, 굴전마을~, 무술목~ 등)
2. 시간 계산을 잘해야 한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완주를 하려면 일찍 출발해야 한다.
3.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중단하기를. 무슨 오기가 있었는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걸어 다니기 힘들다.
4. 일출과 일몰을 보려면 조망이 좋은 곳에서 기다려야 한다. 산길에서는 나무에 가려 보지 못할 수도 있다.
5. 멋진 바다풍경을 보려면 월암산성에 꼭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태그:#돌산종주, #여수, #돌산대교, #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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