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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보면 삼림욕 하는 기분이에요. 커가는 아이들이라 신선하거든요. 이런 아이들이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에게 봉사활동 하면 좋지 않겠어요?"

 

여수 여천고등학교 정광주 선생님 말이다. 지난 토요일 오전, 순천으로 가다가 '나사로 공동체'에서 봉사활동 중인 한 무리를 발견했다. 여천고 '모자동행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유리창을 닦는 손이 제법 능숙했다.

 

사무실로 들어섰다. 요양시설에는 총 48명의 노인이 입소해 있었다. 자원봉사 현황에 대해 직원 강보문(39)씨는 "꾸준히 찾아오는 봉사자가 개원 초창기에 비해 늘었다"면서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줄었다"는 아리송한 답변이었다.

 

그는 이유에 대해 "요양시설에 장기요양보험 혜택이 돌아간다는 인식이 때문에 시설에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혜택은 법적으로 직원 충원 등 외적 요인에 치중되는 형편이라 자원봉사가 많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밝혔다.

 

강보문씨는 자원봉사 자세에 대해 "봉사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선한 마음이어야 한다"면서 "때로는 부모들이 봉사를 와서 자녀들 이름으로 봉사확인서를 떼어 달라는 사람이 간혹 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봉사활동 후 할머니에게 더 잘해드려야지 생각"

 

나사로 공동체 이곳저곳을 살폈다.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 왔다 갔다 하며 운동하는 할머니들이 눈에 띄었다. 또 손톱을 깎아주는 이, 숫자 놀이 치료하는 이,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천고 자원봉사자들도 바빴다. 이불 등 빨래를 널고, 유리창을 닦았다. 할머니들을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시키고 있었다. 준비한 떡을 나누는 모습도 시야에 들어왔다. 학생들에게 "자원봉사는 ○○○이다!"란 문구를 완성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자원봉사는 개그다!"

"자원봉사는 산소다!"

 

봉사 개념이 있는 듯했다. 김정범(2학년) 학생은 "1학년 때부터 놀토(노는 토요일)에 노인복지관 등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봉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부터 내 할머니에게 더 잘해드려야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양열 온수기 고장 나 할머니 목욕시키기 힘들다!"

 

"학생들에게 산책시켜 달랬더니 '추운데 괜찮아요?' 그러는 거라. 괜찮다고 했더니, 이렇게 산책시켜 주네. 손자 같은 녀석들이 와서 산책도 시켜주고, 말벗이 돼주니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야 고맙지."

 

휠체어를 탄 이상업(88) 할머니 소감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추울 텐데도 반갑나 보다. 정승현(1학년) 학생은 보람에 대해 "봉사활동을 하면 심신 수양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보다 함께하는 데서 오는 배려 마음이 생긴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다"고 으쓱했다.

 

김정규(1학년) 학생은 "놀토 때 시설을 찾아다니며 목욕 봉사, 청소 봉사 등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중학교 때는 봉사시간 때우려고 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봉사점수 1점 쌓는 목적보다 함께 할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모자 동행 봉사활동을 펼친 김혜숙(42) 씨는 "공부 때문에 만든 모임은 오래가기 어려운데, 이건 모자봉사 모임이라 2년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모자지간 소통도 좋아지고, 얼굴 표정도 무척 밝아졌다"고 한다.

 

이동 중 갑자기 접한 취재지만 그냥 갈 수 없는 일. 직원에게 애로사항을 물었다.

 

"태양열로 온수 데워 할머니들 목욕시키는데, 지금 그게 고장 나 물을 따로 데워 쓴다. 일주일에 2~3회인 할머니들 목욕이 버겁다. 수리비용은 2백만 원 정도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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