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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소성면 보화리 110-6. 마을 뒤편 야산 중턱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기의 석불입상이 있다. 커다란 고목이 서 있는 뒤편에 전각을 짓고, 그 안에 모신 석불은 보물 제914호로 지정이 되었다. 이 두 기의 불상은 백제시대의 불상으로 확인되었다. 두 불상은 모두 비슷한 형식과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불상이 왼쪽 불상보다 약간 커서 원래는 삼존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른쪽의 큰 불상은 뒤편의 광배가 깨지고 대좌의 아랫부분을 잃어버린 것 외에는 완전한 모습이다.

 

민머리에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솟아 있는데, 백제시대의 불상인 군수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29호)과 흡사하다. 얼굴 역시 길고 풍만하며 부드러워 백제불상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불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옷차림새인데, 왼쪽 어깨에만 걸쳐져 있는 옷을 입고 있으며, 속에 입은 옷과 아래의 치마도 보인다. 옷 주름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소박한 편으로 어깨나 손, 발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른팔이 없어진 작은 불상도 같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얼굴의 각 부분은 마모가 심하나 입가로부터 양쪽 볼에까지 미소를 짓고 있어 어린 아이와 같은 느낌이 든다.

 

보화리는 정읍시 소성면사무소 가까이 있다. 보화리 석불입상을 찾아가니 야산에 한 폭의 그림같이 커다란 고목이 서 있다. 돌계단을 오르니 보물인 석불입상의 안내판이 있고, 곁에는 전각 안에 석불 2기가 가지런히 서 있다. 찬찬히 석불을 둘러본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다. 두 기의 석불 모두 두 눈이 깊게 파여져 있다. 움푹 파여진 눈자리가 묘하다. 거기다가 입부분도 파여져 있다. 이 두 기의 석불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석불의 촬영을 마치고 뒤돌아 나오면서도, 두 눈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누가 저 석불의 눈을 가져간 것일까? 마을로 들어갔다. 마침 마을 안 정자에 어르신들 몇 분이 담소를 하고 계시다. 보화리 석불의 눈은 왜 그렇게 됐느냐고 물었다. 모르시겠단다.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어르신들이 어릴 적부터 눈이 파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팔이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마모가 된 것이야 세월의 탓이라고 하겠지만, 두 눈을 저리도 움푹 파 놓았다면 인간들의 짓이란 생각이다. 마을을 떠나다가 우연히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그저 궁금하던 것이니 재차 물었다. 석불의 눈이 왜 없어졌느냐고.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하는 말씀은 '부처님께서 마을에 눈을 못 뜬 사람들이 있어서 주셨나 보지.'그 말씀도 선뜻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도대체 두 구의 석불입상은 두 눈을 누구에게 시주를 하셨을까? 아니면 세상을 사는 인간들의 꼴이 보기 싫어, 스스로 눈을 멀게 하셨을까? 대답 없는 석불의 얼굴에는 자비가 가득하다. 그저 세상이 보기 싫은 두 기의 석불은 내 하는 짓이 우습다는 듯 미소를 흘린다. 하기야 이 험한 세상 무엇인들 볼 만한 것이 있으리오. 탐욕과 물질에 찌든 인간들이 가득한 곳인데. 오직했으면 <사바>라고 하셨을까?


태그:#보화리, #석불입상, #백제, #보물, #정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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