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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홈페이지 메인화면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홈페이지 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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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케이블 채널 tvN에서 시사인터뷰 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편이 방영되었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는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나라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핫 피플을 스튜디오로 초청하여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명사들이 국민들에게 솔직한 속내를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인터뷰 구성에 있어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질문을 발굴하여 허를 찌르는 기발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한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지닌 양측이 토론을 벌이는 토론프로그램과는 달리 1인 인터뷰 프로그램은 논란 속에 있는 인물들에게 있어 일종의 면죄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포맷과 매체는 다르지만 시사 인터뷰의 형식을 취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경우 출연자의 논리에 반대 입장에서 질문하여 편파 가능성을 차단하며 공정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는 프로그램 소개 어디를 봐도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으며 MC의 역할은 질문과 호응이 주가 되어 비판의식을 가지지 못한다.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전여옥 편의 예고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전여옥 편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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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여옥 편은 프로그램 소개와는 달리 촌철살인의 질문보다는 일방적으로 인물을 띄워주는 성향이 주가 되었다. 전여옥 의원과 연관되어 이슈가 된 민가협 폭행사건, 동의대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등을 오직 전여옥 의원의 입장으로만 방영되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지금 생각해도 정당한 행동이었다"라는 전여옥 의원의 말을 통해 논란에 대한 일방적인 해명이 전파를 타고 시청자에게 수용되었다. 각종 의혹과 논란 해명이 끝나자 가족, 정치적 철학 등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질문들이 줄을 이었고 전여옥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란 욕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자신의 곧은 신념과 이념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키우는 스타가 아니라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일로 평가 받고 싶다."

이날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누리꾼 sere1206는 "정말 국회의원 대변프로그램인가 했더랬지요. 새벽에 혼자 육두문자가 저절로 나오더군요"라며 비판했다. 또한 mnmn1212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지극히 주관적인 인생과 판단력을 가진 특이한 인물들의 변명의 장을 보는거 같더군요"라는 내용으로 '변명의 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ha3850은 "CJ가 어느 사이즈인 것은 알겠지만, 공동체 다수를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공동체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노력해주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통해 tvN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그룹인 CJ를 비판했다.

정치인 출연 6회분 중 5회분이 한나라당 정치인

현재까지 20회분이 방영된 피플 인사이드의 핫 피플로 선정되어 출연하게 된 정치인은 6명이다. 정당별 출연 횟수를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압도적이다. 8회 정두언 의원, 12회 김문수 도지사, 16회 홍정욱 의원, 17회 나경원 의원, 20회 전여옥 의원. 한나라당은 총 20회 방송 중 다섯 차례나 출연했다. 야당에서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유일하게 출연했다.

현직 정치인은 아니지만 김동길 교수를 정치인으로 감안하면 총 7회의 정치인 출연이 있었으며 그 중 6회 방영분은 보수 성향의 정치인 일색이었다. 여야간 5:1의 현실은 과반인 한나라당의 국회 의석수와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출연진 편파성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다.
파란색 표시가 한나라당 의원, 분홍색 표시가 야당의원의 출연 방송이다.
▲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출연진> 파란색 표시가 한나라당 의원, 분홍색 표시가 야당의원의 출연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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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5:1이지만 야권 정치인으로서 예외적인 출연을 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방송도 있었고, 방송 내용도 노회찬 대표의 삶과 정치철학에 대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법 관련 된 현안과 관련된 질문은 '진보신당 유일 의원 조승수 의원 사퇴서를 제출했는가', '미디어법 투쟁은 재보선을 앞둔 정치적 쇼가 아닌가?', '방송3사도 조중동 이상의 여론 독과점이 아닌가?', '국회 몸싸움은 익숙하지만 보기 좋지 않았다'는 질문에서는 사태 본질과는 다소 핀트가 어긋나거나 다소 공격적인 질문이 줄을 이었다. 방송 후미에는 진보정당의 의석 수 감소에 대한 질문으로 '진보정당의 주가폭락'이라는 자극적인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양에서 월등한 한나라당 의원이 출연한 방영분의 경우 질문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10회에 출연한 노회찬 대표를 총선에서 누르며 대립각을 세운 홍정욱 의원의 16회 출연은 그 자체로 일종의 반론 방송이었다. 관련 질문 역시 홍정욱 의원이 노회찬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비결을 물었고 홍정욱 의원은 "세상을 바꾸는 진보정치를 하시겠다는 분들이 이미지 공격, 너무나 다른 흑색선전을 하는 데에는 안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노회찬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 '나는 귀족 정치인이 아니다' '홍정욱은 천재라는 오해' '하버드 졸업생 홍정욱의 공부비법' '망가지지 않는 남자 홍정욱' 등의 내용으로 여당 국회의원 띄우기식 방송이 되었다.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나경원편>에서 나경원 의원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나경원편>에서 나경원 의원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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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한나라당 정치인 출연 방송분에서도 의혹과 논란 해명의 기회와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 도입부부터 김문수 도지사는 첫 질문으로 '업무시 헬기 사용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아 해명하였고, 나경원 의원의 경우 "미디어법은 어려워서 정치인도 잘 모른다. 그러므로 여론조사는 위험하다"라는 논란 발언을 해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또한 김문수 도지사의 방영분에서는 성향의 극단적인 변화를 "과거 노동운동도 했고 사회주의식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합리화 했고 나경원 의원은 다운증후군에 걸린 자식에 대한 악플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재벌 조중동의 공중파 방송이 보인다

사실상 친여 성향에 가까운 시사 토크쇼의 배경은 tvN을 CJ그룹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재벌방송 시사보도의 한계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20회 방영분 중 단 1회 출연에 불과한 야권에 반해 5회의 한나라당 정치인 출연. 그리고 그들의 논란 해명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방송 내용은 기획 자체의 정치적 의도가 농후하다는 의혹을 피해가기 힘들다. 이른바 친 한나라당 성향의 무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이라 칭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케이블 채널의 한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논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를 여론 호도 혹은 여론 조작 프로그램으로 칭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법이 통과된 이후 미디어법 1등 공신의 집합소인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여 각종 의혹과 논란을 해명하고 이미지를 끌어올릴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시사적인 사안의 본질에 대한 비판 보도를 시청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미디어 노출빈도가 높은 정치인과 정당의 인기 상승도 예상 가능하다.

어쩌면 KBS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 및 변질, MBC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논란, 그리고 연이은 김제동, 손석희의 프로그램 하차 소식은 언론장악 시나리오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개정안을 합헌으로 결정한다면 어쩌면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태그:#미디어법, #피플인사이드, #백지연, #한나라당, #재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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