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특별히 진 빚이 없다."

7일 문호승 국세청 신임 감사관의 말이다. 문 신임 감사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기자실에서 연 회견에서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는 국세청를 변화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신임 감사관에 문호승(50)씨와 함께, 신임 전산정보관리관에 임수경(48)씨를 각각 임명했다. 본청 국장 자리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국세청이 1966년 문을 연 이래 처음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달 국세청 개혁을 위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국세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함께, 본청의 국장 10명 가운데 3명을 외부에 개방하겠다고 밝혔었다. 감사관과 전산정보관리관 이외 새롭게 신설되는 납세자 보호관의 경우 빠르면 이번달 말께 임명될 예정이다.

문승호 신임 감사관 "난 국세청에 빚이 없다"

이들 외부 출신 인사 가운데 관심을 끈 인사는 문호승 신임 감사관. 문 감사관은 감사원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혁신담당관과 특별조사본부 등을 거쳐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업무를 맡기도 했다.

미국의 국제성과감사센터(ICPA) 소장으로 일하다가, 이번 국세청 감사관에 채용되면서 귀국한 문 감사관은 자신 스스로 "국세청에 진 빚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그만큼 국세청 내부의 관행이나 폐쇄적인 문화에 자유롭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전임 국세청장의 잇따른 비리 혐의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의식한 듯, 향후 국세청 조직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감사관은 "국세청의 신뢰 위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고 쉽지도 않을 것"이라며 "(신뢰을 회복하는 데) 어려울 때가 생기면, 국세청의 최우선 고객인 납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른 곳 눈치보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국세청 고위직에 대한 감찰기능 강화 여부에 대해서, 그는 "고위직이라고 별도의 감찰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면서 "개별적인 비리에 대해선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며, 비리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첫 여성 국장 임수경씨 "납세자를 위한 전산망 구축"

국세청 신임 전산정보관리관에 오른 임수경씨의 경우는 한국국방연구원과 한국전산원 등 정부기관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0년 LG CNS로 자리를 옮겼다.

임 관리관의 경우 LG에서 근무하면서 전자정부 컨설팅 프로그램과 정부통합전산센터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으며, 이번에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으로 채용됐다. 국세청 66년 개청이후 본청 국장급 직위에 여성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2만여 명에 달하는 직원 가운데 30% 정도가 여성이지만, 현재까지 일선 세무서장 1명을 포함해 여성 과장은 4명 정도다.

임 관리관은 향후 국세행정의 정보화 뿐 아니라, 국세통합시스템(TIS) 및 국세정보관리시스템(TIMS) 관리, 홈택스 등 전자세정시스템 관리 등을 책임진다.

그는 "앞으로 단순히 공급자 중심의 전자세정 시스템에서 납세자 서비스 중심으로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