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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라면 모름지기 맛으로 승부해서 끝장을 보자는 게 통념이다. 아니면 적어도 홍보할 때는 자신의 음식 맛이 최고라고 선전하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오늘 우리가 만날 시골국밥집은 다르다. 이 집은 첫째도 정직, 둘째도 정직이다. 한마디로 정직으로 승부하는 집이다.

안성에서 15년 가까이 시골국밥집을 운영해오고 있는 서강욱· 이금순 부부. 그들의 식당이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인지 아닌지 들어보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을 듯.

정직한 식당이라고 자부하는 이유

아내 이금순씨와 남편 서강욱씨가 시골국밥집 주방에서 나란히 서 있다. 남편이 친환경으로 농사한 채소로 양념을 만들어 쓰고, 남편이 친환경으로 키운 돼지를 고기로 조리해 판다.
▲ 부부 아내 이금순씨와 남편 서강욱씨가 시골국밥집 주방에서 나란히 서 있다. 남편이 친환경으로 농사한 채소로 양념을 만들어 쓰고, 남편이 친환경으로 키운 돼지를 고기로 조리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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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에 들어서면 식당 전면에 원산지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돼지고기 국내산, 김치 국내산, 소고기 한우'라는 표시. 15년 동안 하나같이 한우를 사용한 것은 기본이다. 사실 이 집 원산지 표시에 '국내산'보다는 '자 생산'이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게 이 식당의 차별화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양념과 참기름 등이 직접 농사를 지어 만든 양념이라는 것. 모두가 '무농약'내지는 '저농약'으로 기른 것들이다.

남편이 밭농사를 통해 양념거리와 김칫거리를 공급한다. 아내는 그것을 가져다가 참기름도 만들고, 양념도 만들어 식당에서 조리한다. 또한 남편이 평소 사육하는 돼지는 고스란히 아내가 식당에서 조리한다. 그 짐승들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사료조차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거의 모두가 짬밥을 먹여 키운다.

이어서 음식을 조리할 때도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아내 이금순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식당이 조미료를 전혀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조미료를 아주 적게 쓴다는 것은 자부해요. 그러다보니 조미료에 길들여진 손님들은 맛이 조금 덜하다고도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 식당의 진가를 일단 알게 되면 십 수 년 동안 단골이 되신 손님이 꽤나 있지요."

이 집의 원산지 표시 판에서 국내산이라는 이야기는 '자 생산'아라는 말이다. 남편이 생산한 것을 아내가 조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 원산지 이 집의 원산지 표시 판에서 국내산이라는 이야기는 '자 생산'아라는 말이다. 남편이 생산한 것을 아내가 조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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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이 식당의 부부가 무슨 환경 운동을 하는 가정인 줄 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는 데는 아주 색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가정에서 최고의 가치관으로 '정직'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가난한 남편이었지만, 정직한 것 보고 결혼해

25년 전, 아내 이금순 씨가 남편을 선택할 때도 정직한 것 하나 보고 결혼했을 정도다. 그가 보여준 정직이라면 평생 자신의 인생을 맡겨도 될 거 같아서였다고. 그런 남편이 25년 동안 한 번도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사실 '정직'을 내세우는 데는 아내의 종교적 신념도 큰 몫을 한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런 이유가 더 클 수도 있다. 종교인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믿는 바와 행하는 바가 일치해야 된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 일전에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종교인에게 실망한 적도 있어 아내 이금순씨는 더욱더 정직하고 싶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장사를 하는 목적이 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자함인데, 수지타산을 따져서 지금의 방식이 아닌 적당히 타협하는 방식은 생각해보시지 않았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가치관의 문제라고 봅니다. 나 잘 살자고 그런 방식을 택한다면 차라리 장사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요."라며 단호하다.

식당 메뉴판.
 식당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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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내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조리한다. 15년 동안 한 번도 종업원을 쓰지 않고 부부 단둘이서 꾸려왔다. 요즘 남편은 가축들을 거둬 키운다. 밭일과 논일 등을 하며, 식당에서 힘쓰는 일까지 돕다 보면 하루가 늘 빠듯하다. 이렇게 그들이 15년을 하루같이 장사해서 두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자녀를 키울 동안 자신들의 식당음식으로 자녀들에게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는 그들. 음식가지고 장난쳤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시대, 적어도 수지타산을 위해 저렴한 재료를 찾기 바쁜 시대, 말이 '보증수표'가 아니라 '부도수표'인 경우가 잦은 시대에 적어도 이들 부부는 '정직'이 최고의 재산이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3일 안성 시골국밥 집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시골국밥, #안성, #서강욱 이금순부부, #국밥집, #정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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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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