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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미디어 관련법 무효화를 호소하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
 4일 저녁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미디어 관련법 무효화를 호소하는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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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 3법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행처리했다. 이튿날 최문순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냈다. 국회 의원회관 방도 뺐다. 그 대신 거리로 나섰다.

최문순 의원은 국회를 떠난 지 12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시절에 쓰던 명함을 쓰고 있다. 아직 국회의원직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다. 그의 명함에는 애초부터 '국회의원'이란 네 글자가 없었다. 그는 국회의원을 시작할 때부터 '최문순' 세글자와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만 적혀있는 명함을 고집해왔다. 이 명함의 뒷면은 아예 백지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홍보를 위해 명함에 사진이나 캐리커처, 좌우명을 새기는 것은 기본이고, 약력이나 후원회 계좌번호까지 넣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의 이름 석자와 연락처만 덜렁 새긴 그의 명함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여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국회 안에서는 갈 곳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터였다. 최 의원은 여느 때처럼 4일 오후 6시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미디어 관련법 무효화 서명운동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홍보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래서 대뜸 '애초 명함에 '국회의원'이라고 새기지 않은 것은 의원이 될 때부터 언제라도 사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의원일 때나 의원이 아닐 때나 직책에 상관 없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의원직을 시작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최문순 의원이 국회의원 시작할때부터 써온 명함. 뒷면은 백지다.
ⓒ 안홍기

1995년 MBC 노조위원장으로 강성구 사장 퇴진 파업을 이끌다 해고됐을 당시 거리에 나섰던 그는 다시 거리의 언론운동을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재밌다"고 했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국민들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자신도 시민들을 대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금배지를 뗀 지금이 훨씬 편하다는 것.

그는 "정부와 여당이 국회 내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야당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니까 야당은 국회 안에서는 갈 곳이 없다"며 "결과적으로 거리에 있는 것이나 국회에 있는 것이나 같다"고 의원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조했다.

최 의원에 이어 의원직 사퇴서를 낸 천정배 의원과 함께 이 100일짜리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95일을 더 길거리에 나와야 한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축적되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언론이 정권의 영향을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노태우 정권 때의 교훈을 못배우고 있다. 언론은 장악되지 않는다"면서 "나는 국민들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앞으로의 길거리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래는 최 의원과의 길거리 인터뷰 내용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에는 거의 거리에 있었던 것 같다"

- 다시 거리에 나오니 어떤가.
"재밌다. 훨씬 재밌다. 돈이 없으니까 불편한 점은 있지만, 시민들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국민들은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불편해한다. 나도 국회의원으로서는 시민들 대하기가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서로 편하다." 

- 국회의원 시절에도 명함에 '국회의원'이라는 글자를 넣지 않았는데, 언제라도 의원직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의원일 때나 의원이 아닐 때나 직책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의원직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 국회의원이 된 직후 촛불시위 현장에서 자주 봐 왔던 것 같다.
"촛불 때 거리에 있었고, 작년 이맘때 KBS 이사회가 사장교체를 시도하면서 경찰이 KBS에 진입했을 때 거리에 나섰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서 이명박 정권 출범 뒤에는 거의 거리에 있었던 것 같다."

- 최문순 의원이 계속 국회에 있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에 있던 일년 반 동안 한 일이 없다. 정부와 여당이 국회 내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야당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니까 야당은 국회 안에서는 갈 곳이 없다. 결과적으로 거리에 있는 것이나 국회에 있는 것이나 같다. 국회 안에서 하는 것보다 오히려 국민들의 힘을 믿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 1년 남짓 국회의원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아마도 미디어 관련법의 국회 통과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반대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국회의원 하는 동안 전패했다. 전적이 40전 40패쯤 될 것이다. 보람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지만, 민주주의가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목숨을 걸거나 자리를 걸거나 해야 지켜진다는 것을 알려가고 있다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의원 시절 도움을 줬던 전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들이 4일 저녁 서울 명동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을 찾아와 인사하고 있다.
 의원 시절 도움을 줬던 전 국립오페라단 합창단원들이 4일 저녁 서울 명동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을 찾아와 인사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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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방송3사 체제는 '독과점체제' 아니고 이른바 '87년 체제'다"

-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들의 처리를 주장하면서 '방송3사 체제는 독재권력의 산물이다' '방송사 독과점 체제다' 이런 주장들을 많이 했다.
"지금의 방송체제가 독재체제의 결과라고 보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금의 방송3사 체제는 이른바 '87년 체제'다. 87년 민주화 투쟁으로 이룬 결과다. 87년부터 10여년간 부단한 투쟁으로 이뤄온 민주화의 산물인 것이다.

88년에는 <한겨레> 신문을 창간했다. 88년 12월에는 방송문화진흥회를 출범시켜 MBC를 정권으로부터 독립시켰고, 90년 4월 KBS는 노태우 정권 때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파업을 통해 KBS의 독립을 이뤄냈다. YTN, 경향신문의 독립을 이뤄냈다. 87년 체제를 통해 5개 언론사의 독립을 이뤄냈던 것이다."

- 방문진이 대거 친여인사로 교체됐다. MBC와 관련된 상황을 예측해본다면.
"먼저 MBC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축적되고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언론이 정권의 영향을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노태우 정권 때의 교훈을 못배우고 있다. 언론은 장악되지 않는다. 나는 국민들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 서명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반응이 좋다. 격려도 많고 성금을 주기도 하고 과자를 갖다주기도 하고 그런 분들이 많다."

- 앞으로도 계속 거리에 있을 것인가.
"아직은 언론 관련 이슈가 많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MBC 장악기도, MBC 민영화, 신문고시 폐지 등도 문제이고, 당장 YTN 새 사장 선임 문제가 있고, KBS는 12월에 사장 교체가 이슈가 될 것이다."


태그:#최문순, #서명운동,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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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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