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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고 있는 이윤선씨.
 밝게 웃고 있는 이윤선씨.
ⓒ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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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6년 넘게 다니던 대학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한 장애인이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윤선(여·27)씨는 한림대학교에서 역사학 전공으로 석사과정까지 마쳤으나 박사과정심사 면접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불합격해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

이씨는 뇌병변 1급 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혼자 거동하기가 조금 힘든 장애인이다. 휠체어로 이동하며 행동은 느리지만 맡은 바 일에는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는 꼼꼼한 성격을 가진 책임감 있는 학생이다.

이씨가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으려 할 때 면접관들은 자료 등을 찾는 데 무리가 있을 것이란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정확한 불합격 이유는 "합격 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69.93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의 학과점수를 살펴보면 4.5점 만점 중 학부과정 4.07, 석사과정 4.44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면접 접수가 69.93이란 것은 면접관들이 합격을 막기 위해 형식적으로 채점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불합격 처리된 이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얼마 후 결정문이 내려왔다. 그 결정문 중 '주문'을 보면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피진정인 소속기관의 장인 한림대학교 총장에게, 진정인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방식을 제공하여 진정인이 재심사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다."

재심사보다 사과를 원해요

이씨는 자신의 억울함이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인정받아 박사과정 재심사를 받게 됐지만 이에 앞서 학교 측의 행동에 더 큰 실망감을 받았다고 했다. 학교 측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구 사항을 학교총장님 앞으로 보낸 적이 있다. 1. 학교 측과 전형위원 세 분이 학교 홈페이지와 한림학보 및 다른 매체를 통해 공개 사과를 하는 것, 세 분 전형위원에 대한 학교 측의 정당한 처분. 2. 인권위 결정문의 피진정인 당사자 진술에 나온 나에 대한 평가가 과연 올바른지 학교 내 모든 교수님께 공개하는 것. 3. 인권위 결정문의 당사자 진술에 나온 세 분 전형위원의 평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등.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내가 요구한 것들은 모두 들어 줄 수 없다는 메일만 보내왔을 뿐 지금껏 아무 소식이 없다."

이에 학교 측에서 보내온 답변 메일을 확인해 보니 아래와 같이 정리돼 있었다.

"한림대학교 대학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였으나 2009년 3월 13일 자 편지에서 이윤선 학생이 요구한 세 가지 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즉, 학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내린 권고(재심사)를 충실히 이행했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행동(사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씨의 입장에서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한다면 어차피 같은 학교라서 지난 번과 같은 전형위원들이 심사를 할 텐데 현재의 감정으로 제대로 된 심사를 해줄 것인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외 유학이라도 가서 공부하고 싶어

학교 측과 불가피하게 이 시점까지 온 상황에서, 학교 측의 사과가 있으면 계속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질문을 하니 이씨는 "인권위 결정문이 도착하고 한 달간 기다리는 기간 중에도, 그리고 총장님께 요구 사항을 처음 보낼 때까지만 해도 한림대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지금까지 최소한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고 그동안 내가 받은 아픔에 대해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 이 학교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공에 대한 공부는 계속 할 생각이다.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도 고려 중에 있다" 며 공부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결과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결부돼 이번 일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리고 학교 측이 보인 행동으로 이씨의 상처 입은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생들이 말하는 장애인 차별
▲ 인터뷰 한림대 재학생들 인터뷰.
ⓒ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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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씨가 다니던 대학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대학 측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는 질문에 이모 학생은 "장애인이라 못할 것은 없으며 이를 막는 것은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또한, 석사과정까지 인정해 준 상태에서 박사과정을 밟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태그:#이윤선, #한림대, #장애인, #박사과정,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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