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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해 소원을 한 마디씩 하지요. 어제(1일) 동생네 아이들이 집에 왔습니다. 우리집 아이 셋과 동생네 아이 둘이 함께 하니 작은 방 하나는 전쟁터였습니다.

 

"조용히 좀 해라!"

"아빠는 만날 조용히 하라고만 해요 좀 놀면 안 돼요?"

"방 안에서 뛰어놀면 먼지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알아. 다 너희들 입안으로 들어간다. 놀고 싶으면 밖에서 놀아."
"추운데 어떻게 놀아요. 할머니는 만날 방안에서만 있으라고 하는데. 큰 아빠는 밖에 나가라고 해요."

"그래 마음대로 해라"

 

말만 하면 입만 아프다는 것 다들 아실 것입니다. 아내가 머리를 짜냈습니다. 큼직한 종이 위에 아이들 얼굴을 하나씩 그렸습니다. 그림 그리기 재주가 없는 집안인지 우리집 아이뿐만 아니라 조카들도 그림은 아닙니다. 얼굴을 그리고 하고 싶은 말 한 마디씩 적게 하였습니다.

 

우리 집 큰 아들은 자신을 '퍼즐 왕'이라 했습니다. 500개, 1000개는 그냥 하지요. 하지만 겸손이 제일입니다. 요즘은 퍼즐보다 블록과 레고로 수많은 집들을 만드고 있습니다.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납니다. 나에게는 없는 능력입니다. 자기 자랑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한 건축물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우리 집 예쁜 딸은 어떨까요? '나는 예삐'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내가 날마다 우리 '예쁜 아이 서헌'이라면서 안아주기 때문입니다. 꿈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랍니다. 그래 아이들을 영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딸 아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는 '일제고사' 없는 세상이 되어 있겠지요.

 

 

우리집 막둥이는 경찰이 꿈입니다. '멋진 경찰이 될 것이다'는 그 꿈을 위해서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는 잠을 잘 것이다'입니다. 그럼 아빠와 엄마가 막둥이 잠을 잘 재우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내일 시험이 있어도 9시는 어김없이 잡니다. 경찰될 사람이 '잠 잘 것이라' 한 것이 미안했는지 '엄마와 아빠 말 잘듣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생네 첫 딸은 자기를 '멋진 아가씨'라 했습니다. 정말 멋진 아가씨입니다. 다섯 아이들이 놀면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마음이 멋진 아가씨입니다. '척척박사'인데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에 척척박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하경이는 정말 아름답고 예쁜 아이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동생네 둘째 딸 예경이는 뛰어난 머리를 가졌습니다. 예경이 꿈은 '멋진 화가'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데 한 번 손에 쥔 책은 끝까지 읽기 전까지는 책을 덮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과 책임감이 강합니다. 대단한 아이이지요.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화가가 태어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우리 집안 막둥이 '예설'입니다. 우리집 늦둥이도 되지요. 지난 한 해 우리 집 귀염둥이였지요. 올해는 몸과 마음도 건강한 예설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설아 건강하게 자라라.'
 

 
2009년은 어느 해보다 힘든 날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내가 꿈꾸는 소원은 공의와 정의가 넘치는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고, 방송을 재벌과 특정 신문이 지배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이보다 인민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조국 강산이 파괴되는 일이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 아내 말 좀 듣자'고 합니다. 나보다 아내 말 잘듣는 남편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복에 겨워 저런 말을 합니다.
 

 

 
아내가 꿈꾸는 2009년은 무엇일까여요? 지난 해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는데 '돈' 때문에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올해 하고 싶다지만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읽고 싶은 책도 많답니다. 잔소리 조금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내가 생각해도 잔소리가 점점 많아집니다. 덕분에 나는 잔소리 하지 않는 아빠가 되어 아이들이 더 좋아합니다.

 

과연 아내 꿈은 이루어질까요?

 

2009년 우리 집 사람들은 나름대로 꿈을 가졌습니다. 이 모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처럼 우직하고, 선한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합니다. 모두가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태그:#2009, #가족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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